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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열렸던 어제 시청 앞 광장에서는 수만명의 군중들이 몰려 고인의 가는 길을 위로했다.

물론 고인의 넋을 기리고 살아 생전의 노 전 대통령의 뜻을 기린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추모 문화가 너무 감정적으로 흘러가는 점은 아쉬웠다.

길 한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서명운동이 한창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이 현 정권에 대한 극도의 불만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에는 한 시민이 욕설을 적어놓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전적으로 이명박 현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듯 분노를 가득 담아 낙서를 해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교통을 통제하는 것도 경찰이 아닌 시민이었다. 추모행렬의 안전을 위해 진입하는 차량을 통제하는 것은 좋지만 그 주체는 경찰들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었다. 운전자들은 큰 저항없이 차를 돌리기는 했지만 하나같이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도로에 전단지와 풍선들이 마구 버려져있다.
 도로에 전단지와 풍선들이 마구 버려져있다.
ⓒ 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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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문제 또한 추모의 정신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무자비한 전단, 풍선, 모자 등의 배포로 인해 도로는 말 그대로 쓰레기장이었다. 수십 명의 환경 미화원들은 쉴틈없이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쓸어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후 네 시경 전경들이 도로 한쪽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길 한복판에 서서 추모 집회를 그만두고 귀가하라는 내용의 방송을 여러 차례 했다. 모여있던 군중들은 특별한 반응 없이 지켜보고 있었는데 뒤 쪽에서 물통이 두 차례 날아왔다. 물통을 던진 사람들은 하나같이 술 취한 중년 남성들이었다. 그들은 술 때문에 상기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시청 벽면에 빨간색 락카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내용의 글을 써놓는 것을 과연 올바른 추모 방법일까? 노 전 대통령의 추모를 위한 집회이니만큼 다시 한번 그 정신을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태그:#노무현, #추모집회, #광장,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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