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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일찍,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위해 서울 시청 앞 광장 만장단에 자리를 잡았다. 벌써부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노란 고깔모도 쓰고 있었고, 노란 풍선도 한 줌씩 쥐고 있었다. 어디서 누가 준비한 것일까?

 

경복궁에서 진행된 영결식 모습을 시청 앞 광장 대형 스크린으로 비춰줄 무렵이었다. 만장단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런 소리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MBC, MBC……." 그 스크린에서 KBS 화면을 쏘아 보내고 있었던 까닭이다. 만장단을 의식했던지 주최측에서 곧바로 MBC화면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작은 승리를 얻는 게 바로 그런 느낌일까?

 

이어 영결식장에 나타난 이명박 대통령이 의자에 앉아 기도를 드릴 때였다. 만장단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쇼하고 있네. 집어 치워라." 그러나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조사가 낭독될 무렵에는 모두들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란 풍선을 휘날리고 있었다. 더욱이 권양숙 여사의 헌화 때에는 한없는 슬픔을 쏟아냈다.

 

그때까지도 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했을 뿐이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휠체어에서 일어나 헌화를 하러 가는 순간, 그 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더욱이 권양숙 여사와 아들 정현씨에게 위로를 건네는 그 순간에는 더더욱 주체할 수 없었다. 왜 그랬을까? 몸의 반쪽이 떨어져나가는 것 같다는 그 아픔과 위로가 내게도 전달되었기 때문이리라.

 

경복궁의 모든 영결식이 끝나고, 이제 운구차는 노제를 지내기 위해 시청 앞 광장 앞으로 머리를 돌렸다. 그때부터 사회를 맡은 김제동씨는 50만 만장단과 한 마음이 되어, 송앤라이프의 <바보연가>를 시작으로 양희은과 윤도현 밴드 등 여러 가수들의 노래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위로의 다리를 이어나갔다.

 

고이 가소서 고이 가옵소서 

근심과 고통 치욕과 수모 모두 다 내려놓고편히 쉬소서 편히 잠드소서 

못 다한 사랑 못 다한 노래 우리가 이으리니정말 미안해요 정말 고마웠어요 

그리울 거예요 우리 사랑 노무현이제 당신을 가슴에 묻으며 

당신의 사랑 당신의 미소 

영원히 기억하렵니다

 

그렇게 얼마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차가 단상 뒤편에 도착했다. 이윽고 수척해 보이는 권양숙 여사와 함께 딸 정현씨의 모습이 드러났고, 그 뒤를 아들 건호씨와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를 비롯한 참여정부 여러 인사들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고인을 보내는 진혼무가 단상을 수놓기 시작했고, 상록수와 아침이슬을 끝으로 운구차는 서울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일반인의 노제 같으면 그 슬픔과 아픔을 몇 군데 길목에서 더 달래고 나눴을 것이다. 국민장으로 치러진 노제였기에 서울시청 앞 광장과 서울역 광장에서만 치르도록 했던 것이리라. 그렇지만 좀 더 일찍 시청 앞 광장을 열어서 그 아픔과 슬픔을 나누도록 했더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시는 길이 더 아름답고 화합되지 않았겠나 싶다. 그랬더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나설 때 누가 감히 야유를 보내겠는가?

 

참된 노제는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로하는 길은 그 분이 이 땅에 남긴 많은 족적들을 삶 속에 이어 받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가난한 사람들이 중심에 설 수 있고, 반칙 없이 일한 만큼 대가를 누리고,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그 길을 모색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태그:#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서울 시청 앞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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