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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랬다. 그의 서거는 주류와 또 다른 싸움.

 

25일 저녁, 여수 해양경찰서 앞 문화의 거리에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 앞 공터에서 여수시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 낭송이 있었다. 한창진(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가 울먹이며 낭송했다.

 

故 노무현 대통령님,

 

님은 우리들의 희망이셨습니다.

이 땅의 망국의 병 지역주의와 온몸으로 싸우셨고,

끝끝내 그 지긋지긋한 패거리 정치를 이겨내셨습니다.

 

이제 지역 균형 발전과 분권을 위해서

한 줌도 안 되는 그들만의 주류와 조ㆍ중ㆍ동과

또 그 싸움을 시작하였습니다.

탄핵과 온갖 조롱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대통령을 그만 두시고도

무너져가는 농업과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

봉하 마을로 내려오신 것 그 자체가

그들에게는 부담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촌에 사는 우리에게는 자랑이셨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오리 농법, 디지털 민주주의는

그들에게 눈엣가시였던 것입니다.

대통령으로서 자기들처럼 그 따위 품위를

강요하였습니다.

 

오죽했으면 부모님이 지켜보시고

어릴 적, 소를 몰고 오르내리시면서 그 꿈을 키우던

부엉이 바위에서 어두움을 걷어내기 위해

부엉이가 되어서 저 세상으로 날아가셨습니다.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이 마지막 말씀은 이제는 안심이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저기 저 지나가는 사람이 바로 우리였기 때문입니다.

 

비겁해서 행동하지 못하고, 타협하거나 피해가기만 한 우리들에게

이제 그 몫을 짊어질 우리들을 발견하고

삶과 죽음이 하나 되는 세상으로 건너 가셨습니다.

 

그러나 항상 위기 때마다 당신은

온 몸으로 메시지를 남기셨습니다.

 

아마도

이 땅의 민주주의와 남북 평화를 위협하는 지금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수많은 열사들이 흘린 피와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당신은 63년 동안 졌던 그 무거운 짐을

우리에게 내려놓았습니다.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우리 여수시민은 더욱 남다르기만 합니다.

당신이 그토록 힘써 유치해주신

2012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준비하는 우리 여수시민은

결코 잊지 않고 있습니다.

 

2006년 4월 11일 청와대에서 실사단을 맞이해놓고서도

또, 여수까지 내려와서 충무공 이순신함에서 환영 리셉션을 베풀어 주시면서 까지

간절히 바랐던 그 박람회가 3년도 채 안 남았는데…

 

이제 당신이 안 계신 가운데

우리 여수와 남해안 시민들은

당신이 외교력과 행정력을 다 하여 유치한

세계박람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한 대표는 추모시 낭송 후, 한 마디를 덧붙였다.

 

"억수같이 내리던 비를 뚫고 일요일에 조ㆍ중ㆍ동이 아방궁이라 표현했던 봉하 마을을 다녀왔다. 실제 방문해 보니 그곳은 아방궁이 아니었다. 아방궁이라던 그곳은 시골 마을이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집 옆에는 고작 20여 호가 있을 뿐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겼던 마지막 한 마디.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이제 사람들이 지나가는 세상을 만들 의무가 우리에게 부과됐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고 노무현 전대통령님, #추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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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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