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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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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황영기(57)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청와대의 내사설과 금융감독당국의 조사 등이 불거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증권 사장 출신으로 참여정부시절 우리은행장을 지냈던 황 회장은 지난 대선 막판에 이명박대통령을 지지하면서, 금융계의 MB 실세로 꼽혀온 인물이다. 작년 7월 이후부터 KB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금융권에선 황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를 현 정부의 대대적인 금융계 인사 개편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 정부의 금융권 길들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은행 등을 지원했지만, 금융권은 여전히 자신들 살기에 급급한 나머지 경제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청와대 내사설을 둘러싼 논란

우선, 황영기 회장에 대한 청와대의 내사설. 지난 7일 MBC <뉴스데스크>는 청와대 사정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당시 '비우량주택담보대출', 서브프라임 채권에 투자해 4000억 원대의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을 지난해부터 내사해 왔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이 관계자는 한 발 더 나아가, "대출 특혜 등 황 회장의 개인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사정라인 내사로 인해, 다음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수행원 최종 명단에서 황 회장이 빠졌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또, MBC는 황 회장쪽도 이같은 내사 사실 자체를 시인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쪽에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해명했다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는 8일 이같은 내사설을 공식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청와대 차원에서 황 회장에 대한 조사를 하거나 보고받은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또 수행원에서 빠진 것에 대해서도, 애초부터 명단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원래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추천한 기업인 명단에도 (황 회장은) 없었다"면서 "이번 대통령 순방은 자원외교이기 때문에, 금융쪽인 황 회장이 참석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쪽도 부인하긴 마찬가지. 금융지주도 이날 기자들에게 자료를 통해 "청와대의 내사설이나 황 회장이 관련당국에 해명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전격적인 우리은행 종합검사는 왜?

청와대의 황 회장에 대한 내사설이 불거지자마자, 금융감독당국도 팔을 걷어 올렸다. 8일 금융감독원은 다음달부터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당초 올 9월께로 예정됐던 검사를 석 달이나 앞당겨 실시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현재 종합검사에 앞서, 자료 수집 등 사전검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검사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내용이다. 지난 2006년과 2007년 우리은행이 대규모 금융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게 된 원인 등을 규명하는 것이 조사 목적이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은행장 겸 우리금융지주회장을 맡고 있던 사람이 황영기 현 KB금융지주 회장이다.

본격적인 금감원의 조사가 진행되면, 황 회장 책임 여부를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 이번 조사가 황 회장을 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는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에 대한 정기적인 조사이며, 종합검사에 앞서 현재 이런저런 각종 자료 검토 등 사전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황 회장의 책임 여부에 대해, "아직 뭐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서브프라임 채권 투자 손실에 대한 원인 규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황 회장에 대한 책임 여부는) 나오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7년 10월 한나라당 17대 대선 중앙선대위 '국민성공시대'의 출정식에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맨 오른쪽).
 지난 2007년 10월 한나라당 17대 대선 중앙선대위 '국민성공시대'의 출정식에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맨 오른쪽).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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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의 금융권 인사 사정 신호탄?

금감원뿐 아니라 예금보험공사도 황 회장에 대한 자체감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는 우리은행의 최대주주로, 공적자금 관리 감독을 맡고 있다. MBC는 예보가 황 회장 징계수준을 놓고 고민중이라고 전했지만, 예보는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꺼리고 있다.

물론, 황 회장쪽에선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황 회장의 우리은행 재직당시 파생상품 투자는 이미 실무자선에서 결정됐던 사안"이라며 "이같은 투자에 대해 황 회장은 자세히 알지도 못했고, 구체적인 투자 지시를 내린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황 회장에 대한 청와대와 금융감독당국의 조사 소식이 흘러나오자, 금융권에선 현 정부가 본격적으로 금융계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선 지난달 30일 이명박 대통령이 금융감독원에서 주재한 비상경제대책회의 발언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은 그동안 금융기관이 저지른 일을 뒷바라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금융기관의 과잉 대출 경쟁부터, 금융상품 투자 실패 등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 문제를 비판한 것이다.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도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적극 공감하면서, "현재의 부실은 대개 3~4년 전에 생겼다가 현재에 불거진 것"이라며 "누군가 의사 결정을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하지 않나"라고 강조했었다.

금융계 한 인사는 "대통령과 경제수석의 발언은 한마디로 은행부실에 대한 책임을 적극적으로 묻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황 회장의 조사도 이같은 인식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태그:#황영기, #이명박, #금융감독원, #KB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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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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