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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밤, 국회는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금산분리완화를 다룬 '은행법 개정안'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등 쟁점법안 통과를 시도했으나, 여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지면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부결됐다. 사진은 김형오 국회의장 자료사진.
 4월 30일 밤, 국회는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금산분리완화를 다룬 '은행법 개정안'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등 쟁점법안 통과를 시도했으나, 여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지면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부결됐다. 사진은 김형오 국회의장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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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일 과반수 의석을 갖고도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본회의를 스스로 무산시켰던 한나라당이 또 한번 망신을 자초했다. 지난 4월 30일, 한나라당은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금산분리완화를 다룬 '은행법 개정안'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등 쟁점법안 통과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번엔 '반란표'로 인해 거대 여당은 또 자중지란에 빠졌다. 이날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합의가 이뤄져 쟁점법안의 무난한 통과를 예상했지만, 여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지면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부결됐다.

회기 마감 5분을 앞둔 이날 밤 11시 55분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부결되자, 홍준표 원내대표는 극도로 흥분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본회의장은 홍 대표의 고함소리로 소란스러워졌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 "합의사항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거냐"고 목청을 높였지만, 사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부결의 책임은 '반란표'를 던진 한나라당 의원들의 책임이 컸다. 한참 흥분하던 홍 원내대표는 김형오 의장이 산회를 선포하자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본회의장을 뛰쳐나와 국회 운영위원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여당 내 '반란군' 김영선 "정무위 원안 통과시켜 달라"   

지난 3월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영선 위원장이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의 안건에 찬성하냐고 묻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일제히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지난 3월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영선 위원장이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의 안건에 찬성하냐고 묻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일제히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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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의 부결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앞서 본회의에서 은행법 개정안은 통과됐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부결됨에 따라 금산분리완화를 다룬 법안이 '반쪽' 법안이 돼 버렸다.

당초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예고 법안에 포함돼 있던 두 개정안은 여야 합의에 따라 본회의 직전에 열린 법사위에서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원안을 통과시키고, 본회의에 수정안을 제출해 통과시키기로 했다.

야당의 반대는 예견된 일이었다. 이정희 민노당 의원은 반대토론을 통해 "세계의 금융규제 강화 추세에 맞지 않다"며 반대표를 호소했고,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검은 손이 숨어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의 김영선 위원장이 반대 토론자로 등장한 것. 김 의원은 정무위에서 심의해 통과시킨 법안을 여야 원내대표가 정치적 타협을 통해 수정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해냈다.

그러나 4월국회 회기를 약 15분 남겨둔 상태에서 은행법 개정안은 예정대로 처리됐다.

이어 금융지주회사법 수정안이 상정됐고, 김 의원은 다시 반대 토론자로 나섰다. 그는 은행법 수정안 통과에 분노한 듯 "여야 원내대표들이 정치적 성과를 위해 하는 타협은 거부해야 한다"며 "오늘은 폭거의 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이 목소리를 높이며 수정안을 부결하고 정무위의 원안을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한 것이 주효했는지, 수정안에 대한 표결 결과는 재석 202, 찬성 92, 반대 64, 기권 46으로 부결됐다.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원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됐다. 그러나 표결 결과는 재석 221, 찬성 103, 반대 81, 기권 37로 또다시 부결됐다.

결국 금산분리 완화를 위해 같이 개정돼야할 2개 법 중 은행법 개정안은 가결되고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수정)은 부결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금융지주회사에 속한 은행에 대해서만 금산분리 완화가 적용되지 않는 웃지 못할 결과가 됐다.

분노한 홍준표 "야당이 이렇게 나오면!" vs. 정세균 "여당이 무능해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자료사진).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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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의 부결이 선언되자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야당석을 향해 삿대질을 하면서 "왜 합의한 대로 하지 않느냐"고 고함을 지르고는 본회의장을 나가버렸다.

회의장 밖으로 나온 홍 원내대표는 "야당이 원하는대로 지분 비율도 낮춰줬는데 이렇게 나오면 어떡하느냐"고 화를 냈다.

홍 원내대표는 야당 탓을 했지만 이번 부결 사태는 한나라당의 자중지란 탓이 크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내부 단속을 못해서 생긴 일'이라며 홍 원내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여야 합의에서 민주당이 찬성표를 던지기로 합의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의 당론은 반대였다"며 "여당이 무능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평했다.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반대토론을 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은 이런 상황이 올 줄 몰랐을 것"이라며 "자기들 내부에서 표 단속을 못해서 생긴 웃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민노당 의원도 폐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재벌의 잇속 챙기기에 놀아난 국회가 빚어낸 한편의 장편 블랙코미디"라고 평했다.

김형오 의장 토·주공 통합법 등 3개 법안 직권상정

한편 이날 오후 직권상정이 예고된 5개 법안 중 토공·주공통합법안과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관련 2개 법안은 직권상정됐고, 금산분리 완화 관련 2개 법안은 법사위의 수정안이 상정돼 통과됐다.

김 의장은 이날 밤 9시경 본회의를 열면서  "여야가 합의한 사항은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 한다"며 "여야가 합의한 2개 법안을 제외하고 부득이 3개 법안을 직권으로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모든 책임은 의장이 지겠다"며 "앞으로는 의장이 직권상정하는 일이 없도록 여야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하고 회의 진행을 시작했다.

쟁점법안 통과에 반대해왔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에서는  반대토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을 뿐, 물리력이나 수정안 제출 등의 방법으로 처리 저지에 나서지 않았다.

토공과 주공을 통합하는 내용인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이 직권상정되자 이용섭, 최규성 민주당 의원은 반대토론에 나섰지만 찬성 164, 반대 30, 기권 15표로 가결됐다.

다주택자 및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이 직권상정되기 직전 이정희 민노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하지 말아줄 것을 호소했다.

이 의원은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는 민심이 한나라당의 행보에 강력히 제동을 걸고 특권층 감세는 안 된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며 "재보궐 선거에서 5대 0 참패를 해놓고 하루도 되기 전에 깨끗이 잊어버리려고 하느냐"고 법안 통과를 강행하는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그는 이어 "국회는 기획재정부가 법안을 내기도 전에 세금을 감면해주겠다면서 입법부의 권한을 무시한 것을 당연히 꾸짖어야한다"며 "국회는 정부가 원하는 대로 법을 마구 통과시켜주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률 민주당 의원도 반대토론을 통해 "국회를 무시해 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정부의 뒤치다꺼리나하는 곳이 국회냐, 그러니 장관이 야당 의원에게 쌍욕을 하고 국회를 능멸하는 말을 서로 주고 받는 것 아니냐"고 반대표를 호소했지만 법안은 통과됐다.

이에 따라 1가구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폐지된다. 다만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에 한해서는 가산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태그:#금산분리완화, #부결, #본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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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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