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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지하상가에는 휴대폰 판매점이 밀집해 있다. 21일 찾아간 이곳에선, 대부분의 판매점들이 '공짜폰'이라는 광고판으로 가게를 도배해 놓았다.

온라인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휴대폰 1000원', '배송비만 내세요'란 문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5000원 이하로 판매되는 휴대폰을 온라인 시장에서 금세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최근 '공짜폰' 판매 경쟁이 다시금 과열됨에 따라 그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방송통신위원회 고객만족센터에 접수된 공짜폰 피해 관련 민원은 무려 400건이었다.

공짜폰이라 해서 구입했건만, 매달 할부금 내라니

휴대폰 판매점의 '공짜폰' 마케팅이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남역 지하상가 대부분의 판매점에서 '공짜'라고 내건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휴대폰 판매점의 '공짜폰' 마케팅이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남역 지하상가 대부분의 판매점에서 '공짜'라고 내건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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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박아무개(26)씨는 지난 2월 이른바 '공짜폰'을 구입했다. 판매점에서 신규가입자에 한해 월 4만 원 이상의 요금을 쓰면 무료로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가입했다. 의심은 갔지만 "단말기 보조금이 있기 때문에 무료"라는 판매 직원의 말에 안심했다. 

하지만 다음달에 7만 원정도의 이용요금이 나왔음에도 단말기 요금이 추가로 부가됐다. 이유는 기본요금과 국내통화료(1만3500원+1만8510원)가 4만원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가입 시 이용 내역을 산출할 때 기본요금과 국내통화료만 포함된다는 것과, 4만 원 이하로 사용했을 때 단말기 요금이 추가로 부과된다는 사실을 고지 받지 못했다. 판매점에 항의했으나 "가입신청서에 문제가 없으니 환불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박씨는 현재까지 매달 단말기 할부금을 납부하고 있다.

공짜폰 구입 시 24개월의 긴 의무약정을 전제로 한 점도 피해를 키우고 있다. 24개월 안에 고장, 분실 등의 이유로 단말기를 교체하려면 의무약정 기간에서 미사용 기간에 대한 단말기 위약금을 일시불로 납부해야 되기 때문이다.

장아무개(26)씨는 신규가입 후 4개월 만에 단말기를 분실했다. 교체하려 하자 이와 같은 이유로 20만원 상당의 위약금을 지불했다.

공짜라고? 진정한 '공짜'는 없다

공짜폰은 정말 가능한 것일까? 강남역 지하상가 판매점 직원은 한마디로 "공짜는 없다"고 말했다. 박씨와 같이 요금할인제에 따라 당연히 할인되는 금액을 단말기 보조금으로 왜곡하여 광고하는 것이 공짜폰의 대표적인 경우다.

또한 단말기 요금을 할인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이통사와 단말기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신규가입자에 한함 ▲통신사에서 지정한 요금제를 선택 ▲기준 이용요금 초과 사용 ▲부가서비스 일정기간 의무 사용 ▲24개월 의무약정 등의 조건이 뒤따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런저런 조건을 내걸어, 고객이 사용하는 요금에서 단말기 가격이 충분히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판촉을 할 수 있다"며 "고객의 휴대폰 사용요금의 6~8%를 '관리수수료'라는 명목으로 통신사로부터 지급받기 때문에 단말기 금액을 일부 대주더라도 남는 장사다"고 말했다.

신규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공짜폰 마케팅은 이통사 간의 출혈경쟁이 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이용자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신규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공짜폰 마케팅은 이통사 간의 출혈경쟁이 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이용자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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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입자들이 포화 상태인 상황에서 이통사들이 '가입자 뺏어오기' 제로섬 게임에 돌입한 것은 하루 이틀 전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KT와 KTF가 6월 합병을 발표하면서 과열양상은 더욱 심해졌다.

KT는 KTF와의 합병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소비자를 현혹하는 '공짜폰' 마케팅에 너나없이 뛰어들게 하고 있다.

이처럼 이통사들이 벌이는 '의무약정제 중심 가입자 뺏어오기 경쟁'은 소비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서비스 질에 대한 개선, 합리적인 가격 인하, 통화 품질 개선 같은 소비자에게 득이 되는 경쟁을 가로 막기 때문이다. 또한 마케팅 비용의 상승은 장기적으로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방통위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 필요"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소비자는 주위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피해 입지 않기 위해서는 '공짜폰'을 구입하기 전, 조건과 계약서를 꼼꼼히 따져보고 평소 사용하는 요금에 비해 지정된 요금제가 비싸면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혼탁한 경쟁이 주원인인 만큼 방송통신위원회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작년 한국소비자원에서 주최한 '소비자주권실현 공모'에서 동상을 받은 권상희씨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의무약정제 시행에 따라 예측되는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사후 피해구제를 원활히 하기 위해 소비자의 해지가능 사유, 중도해지에 따른 합리적 처리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공짜폰, #보조금, #소비자, #이동통신사, #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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