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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풍물놀이 한 판 벌려볼까요?"

"그거 좋지요, 장구랑 징, 북, 한 사람씩 맡아요, 꽹과리는 내가 칠 테니까."

 

내가 꽹과리를 잡았다. 우리 풍물은 본래 꽹과리가 이끈다. 우선 이채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오방진, 진오방진, 삼채로 끌어갔다. 처음엔 조금 어색해하고 서툴던 일행들이 서서히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다.

 

"꽹갱 꽹개갱, 꽹개갱개 꽹개갱!" "덩덩 궁따쿵! 덩덩 궁따쿵!"

"덩 덩 덩덩따따! 더더덩 더더덩 덩덩따따!"

"덩따따 궁따쿵 따구궁기 궁따쿵!"

 

일행들 중에는 우리부부 외에도 우리 문화와 전통음악에 관심을 갖고 배우는 두 쌍의 부부가 함께하고 있었다. 내가 영남가락으로 끌고 갔기 때문에 서도농악으로 배운 두 부부가 처음에는 잘 따라오지 못했지만 곧 익숙하게 호흡과 리듬을 맞춰나갔다. 주변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짝짝짝! 친다. 할머니들 몇이 어깨를 들썩이며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아열대성 나무들로 가득한 이국적인 풍경에 취하다

 

제주도 여행 마지막 날 찾은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일출랜드에서다. 주차장에 버스를 세우고 입구로 들어서자 둥그런 빨간 털모자처럼 생긴 나무 두 그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처음에는 빨간 꽃이 활짝 피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꽃이 아니라 나무였다. 잎이 온통 새빨간 나무를 둥그렇게 다듬어 놓은 모양이 여간 멋진 모습이 아니었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이곳은 완전히 다른 나라였다. 아열대 지역의 어느 나라에 온 듯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담한 호수와 그 뒤에 우뚝우뚝 서있는 키가 훤칠하게 큰 야자나무들, 이건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었다.

 

그래도 여기저기 서있는 돌하르방들과 연자방아, 맷돌, 절구 등 제주도의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석물들이 이곳이 제주도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만나는 풍경들은 우리 육지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것들이어서 이국적인 느낌에 빠져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5만여 평의 부지에 가꿔 놓은 수목원은 소나무와 철쭉, 명자나무, 후박나무와 함께 담팔수라는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아열대 종 나무도 볼 수 있었다. 드넓은 공원은 계획 조림으로 꾸며 놓은 모습이 가히 환상적이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키 큰 워싱턴 야자와 대추야자 나무 등 아열대성 나무들이 즐비하게 서있는 풍경이 더욱 그랬다.

 

제주도 방언을 써놓은 재미있는 안내표지석들

 

"여기 좀 보세요. 이정표가 아주 웃기네요."

일행이 미소를 머금고 가리킨 곳에 작은 돌하르방이 서있었다. 그런데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 표지가 되어 있는 돌하르방에는 "아이고 다리야" 라는 글씨가 쓰여 있고 그 아래 "아이고 종애야"라는 제주도 방언을 빨간색 글씨로 써놓은 것이었다.

 

공원 안에는 도자기를 직접 만들고 체험 할 수 있는 도자기 체험관과 아트센터도 있어서 특별한 체험과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주변 배경이 색다른 분수와 작은 인공폭포도 관광객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였다.

 

"저쪽에서 풍물 소리가 들려오네요. 공연이 있나 봐요?"

수목원의 이국적인 정취에 젖어있을 때 일행이 풍물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가보자고 한다. 그쪽 방향으로 조금 걷자 풍물소리의 주인공들이 나타났다.

 

넓은 마당 한 쪽에는 징과 북, 꽹과리와 장구, 그리고 소고까지 풍물놀이를 할 수 있는 전통악기들이 기다란 줄에 매달려 비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청년들과 50대로 보이는 관광객이 어우러져 풍물 흉내를 내고 있었다. 공원 측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끼를 발산해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았다.

 

그런데 이들이 풍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보통 엉터리가 아니다. 이들은 우리 풍물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냥 악기들을 제멋대로 두들기고 있었을 뿐 어떤 가락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보며 일행들이 빙긋 웃는다.

 

그렇게 엉터리 연주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잠깐 더 두들기다가 슬며시 악기들을 놓고 물러섰다. 그때 우리 일행들이 나선 것이다. 일행들 중에 우리부부를 포함한 여섯 사람은 실력은 별로지만 그래도 몇 년씩 우리 사물놀이를 배운 사람들이어서 그야말로 그럴 듯하게 흉내는 낼 수 있었다.

 

우리가락 사물놀이로 한 판 즐겁게 놀다

 

그렇게 시작한 우리일행들의 사물놀이는 약 5분 정도 신나게 공연 할 수 있었다. 각자 배우는 가락이 달랐지만 곧 호흡을 맞추고 끼를 발산하기 시작하자 30여 명의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우리들의 공연에 어울린 관광객들은 같이 손뼉을 치고 어깨를 들썩이며 잠시 동안 신명나는 우리가락에 빠져들 수 있었다.

 

"처음엔 어색해서 잘 안 되더니만 나중엔 잘 들 하시던데요."

"멋진 공원이에요. 관광객들에게 사물놀이 공연도 할 수 있게 배려해 주고. 덕분에 어깨춤이 절로 나던 걸요 호호호"

 

공연을 구경했던 우리 일행들이 덩달아 신이 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잠깐 동안 사물놀이로 몸을 푼 일행들은 곧 미천굴로 향했다. 가까운 곳에 길이가 17킬로미터나 되는 동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굴을 둘러보고 나온 일행들은 실망이 큰 것 같았다. 동굴 내부에 특별한 볼거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총길이가 17킬로미터라고 했지만 실제로 개방된 구간은 훨씬 짧았을 뿐만 아니라 동굴 특유의 종유석이나 특이한 볼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 그만 갑시다. 미천굴은 별로지만 수목원은 정말 대단하네요."

일행들과 함께 돌아 나오는 수목원에서는 많은 관광객들이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아국적인 남국 풍경에 빠져 사진 찍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일출랜드, #사물놀이, #이승철, #남국의 정취, #미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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