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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녀' 김지윤 "김연아 후배가 부끄럽지 않을 고려대가 되길" '출교, 퇴학에 이은 '무기정학 징계 철회'를 위한 기자회견' 후 김지윤씨로부터 학교의 상벌위원회가 취한 조치와 현재 상황을 자세히 들어보았다.
ⓒ 문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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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가 지난 2006년 4월 이른바 '교수 감금 사태'로 출교 조치했다가 2년 동안 천막농성을 벌인 뒤 법원 판결로 복학해서 일부는 졸업까지 한 학생 7명(졸업생 3명)에게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어 무기정학을 결정했다.
 고려대가 지난 2006년 4월 이른바 '교수 감금 사태'로 출교 조치했다가 2년 동안 천막농성을 벌인 뒤 법원 판결로 복학해서 일부는 졸업까지 한 학생 7명(졸업생 3명)에게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어 무기정학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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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까지 상벌위에 출석하랍니다

김지윤씨
 김지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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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이른바 '고대녀'로 알려진 고려대 학생 김지윤입니다. 이제는 고학번인지라 새내기들 속에서 학교 생활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바쁘고 또 재밌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새로 창간한 <레프트21>에서 수습기자로 활동하며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학업에 사회진출 준비에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3월27일에 열릴 상벌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통보에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저는 2006년 고려대에서 '출교'를 당했다가 지난 해 3월 복학해 졸업을 1년 앞두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출교를 당했던 6명 중 3명은 이미 졸업한 상태입니다. 이 친구들은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컴퓨터 교육을 이수하며 새로운 삶을 꾸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졸업생까지 출석을 요구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더욱 당황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상벌위원회가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상벌위원회는 2006년 4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출교와 퇴학 조치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2년을 무기정학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현재 각 단과대학장과 총장의 승인만을 남겨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졸업생까지 포함됐습니다. 이미 3년이나 지난 일로 출교가 안 되면 퇴학, 그것도 안 되면 무기정학으로 바꿔서라도 끝까지 징계하겠다는 태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건 학생들에게 끝까지 낙인을 찍는 일입니다.

저는 지난 2년 동안 천막 농성을 하며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패륜아, 출교생이라는 낙인에 악플들... 친구 만나는 것조차 꺼려질 정도였습니다. 꾹꾹 눌러 참다가도 한 순간 터지는 억울함과 서러움에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법원도 "출교처분을 받은 이래 근 2년 동안 학업을 중단하였고, 그 동안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고려대학교 본관 앞에 천막시설을 설치하여 그곳에서 생활해 왔는 바, 그것만으로도 벌써 상당한 처벌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순간에 내린 잘못된 결정과 학교가 조작해 발표한 <감금일지> 때문에 제가 받은 상처와 고통 그리고 2년이란 시간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이번 무기정학 결정은 이 고통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교에 미운털 박히면 졸업해도 빨간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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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해도 얼마든지 징계를 줄 수 있다는 재단과 일부 보수적 교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마도 많은 (대부분이 제 후배들일) 학생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우리도 학교한테 미운털 한 번 박히면 졸업해도 빨간 줄 그이는 거 아닐까?"하고 말입니다.

마치 3년 전 처음 출교가 내려졌을 때 많은 학생들이 "우리도 시위 나가면 출교되는 거 아냐?"하며 위축됐던 것처럼 말이죠. 이번 징계는 앞으로 재단의 잘못된 행보에 비판을 가하고 진보적 활동에 참여하는 많은 학생들에게 위협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징계 결정을 보며 이명박 정부가 최근 벌이고 있는 언론 탄압, 촛불 죽이기가 떠올랐습니다. <PD수첩> 이춘근 PD님과 YTN 노조 노종면 위원장님을 체포하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과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인 공권력을 휘두르는 모습과 이번 징계는 너무나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비판세력을 위협하기 위해서라면 법도 원칙도 무시합니다. 지금 무기정학 결정도 법원의 판결과 학칙을 무시하는 일입니다.

이제는 징계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고대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말하고 잘못된 일에는 저항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비롯한 전 출교생들은 고대가 그런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믿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지금껏 노력해왔습니다.

비록 그 일로 본보기처럼 출교와 퇴학이라는 고통을 경험해야 했지만 앞으로도 그 믿음과 바람을 접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인 징계를 철회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과 싸워나가려 합니다. 많은 분들이 힘과 용기를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태그:#고려대, #출교, #무기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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