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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의 다양한 활동은 크게 직접사업과 간접사업으로 구분한다. 직접사업에는 스포츠 방송중계의 광고를 독점하는 계약 형태로 방송사가 주로 차지한다. 중계권료를 행사주관자에게 지불하는 방송후원과, 행사비용을 부담하는 대가로 행사타이틀 사용권, 휘장사용권 등을 얻는 이벤트후원 등이 있다. 이밖에 경기장 안의 펜스·플로어·스코어보드나 인쇄물 등에 특정기업의 광고를 게재하는 매체 상품화 등도 포함된다.

 

간접사업은 광고나 제품판매를 위해 운동선수·팀·단체 등의 이미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자사제품광고에 특정 선수·팀·단체를 등장시키는 광고이서(Advertising Endorsement), 선수·팀·단체이름·사진·사인 로고·심볼 등을 제품에 부착하여 판매하는 제품이서(Product Endorsement) 등이 있다. 대부분 기업들 몫이다.

 

이러한 스포츠 마케팅과 기업-공중의 관계성은 지난 수년간 PR분야의 연구자들에 의해 관심을 받아왔다. '스포츠는 돈이며 산업이다', '스포츠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며 스포츠마케팅에 올인 하고 있는 것은 비단 기업과 언론사뿐만이 아니다. 정치권과 각 지자체들도 관심이 매우 높다.

 

김연아 신드롬에 눈먼 이미지 정치, 스포츠 마케팅

 

특히 요즘과 같이 경제상황이 어려울수록 스포츠-정치-지자체와의 관계성이 더욱 빛을 발휘할 것으로 착각한 것일까. 가뜩이나 스포츠 마케팅은 이미지 정치의 기폭제로 손색이 없다는 듯 경쟁에 혈안이 돼왔다. 스포츠의 이미지와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에 이용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연아(19·고려대) 선수의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대한민국은 '김연아 신드롬'에 휩싸여 있다. 언론은 온통 그의 우승 소식 이후 각 지역의 아이스링크가 스케이팅을 배우는 강습생들로 붐비고 있다는 소식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그와 관련된 기업 또는 학교 이미지 광고들로 언론은 또한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잘나가는 대기업들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0점대 꿈의 신기록을 세우고 우승한 김연아 선수의 이미지와 기업과의 관계를 연계시켜 PR하느라 분주하다.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 후 '피겨 퀸'의 당당함을 얻은 선수이기에 특급대우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김연아 따라잡기 열풍을 부추기는 언론의 과열보도와 선수의 이미지를 정치적으로 풍자화한 패러디 정치, 대학, 지자체의 혈안이 된 과열 스포츠 마케팅은 공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코미디에 다름 아니다.

 

# 코미디 하나 : 한나라당, 고려대 "우리도 연아처럼... 김 선수 09학번"

 

김연아 선수 우승 이후 한나라당은 공식 당 홈페이지에 희한한 패러디를 올렸다. '박희태의 말말말' 코너에 '우리도 연아처럼'이라는 문구를 넣은 패러디 광고가 시선을 끈다. 이 패러디 광고는 김연아 선수 옆에 박희태 대표가 조그맣게 나타나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삽입했다. '우리도 연아처럼'이란 제목의 글 하단부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라는 문구도 적시해 놓았다. 

 

"김연아 선수가 세계를 제패해서 온 국민을 한없이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우리도 연아처럼 세계 제패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일자리 추경을 통과시키고, 경제살리기 보선에서 승리하여 국민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그런 정당이 되겠습니다."

 

당 홈페이지는 이 외에도 최근 한국 야구의 잇따른 승전보가 울려 퍼지자  '당정청 드림팀이 되자'는 패러디를 선보이는 등 대통령과 당의 주요 인물들을 스포츠 이미지화함으로써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정치커뮤니케이션에 이용하고 있다.

 

비슷한 시점에서 고려대가 '피겨 퀸' 김연아 선수를 이용한 광고로 구설수에 올랐다. 고려대는 30일 한 일간지에 실린 광고에서 김 선수가 지난 29일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에 '민족의 인재를 키워온 고려대학교, 세계의 리더를 낳았습니다'라는 문구로 학교 이미지와 김 선수와 관계를 부각시켰다.

 

고려대는 또 김 선수가 이 학교 체육교육과 09학번이라면서, "세계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우승, 사상 최초 200점 돌파 세계신기록(207.71) 수립"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김 선수는 올해 초 군포 수리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에 입학했지만 세계선수권대회 준비로 캐나다 벤쿠버에서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입학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언론에 전해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비난이 거세다.

 

"광고는 광고일 뿐이다. 낳았다는 표현은 의미를 봐야 한다. 광고의 표현대로 고려대가 김연아 선수를 낳아 키운 것은 아니지만 김연아 선수를 목표 삼아 고려대 학생들을 키우고 세계적 리더로 만들겠다, 그런 의미를 담은 것이다"라고 학교측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해명했지만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한나라당과 고려대의 스포츠 패러디 정치와 이미지 광고에 대해 네티즌들은 좋은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김연아 가지고 왜 자기들이 우려먹고 난리인지"라고 한탄했고, 일부 네티즌은 "정말 낯 뜨거워서 못 봐주겠다. 아주 신났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인터넷 신문과 포털 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절망의 한국 정치가 야구팀과 김 선수의 절반만 따라가도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따끔한 충고도 눈에 띈다.

 

# 코미디 둘: 장미란 이어 김연아에 수모 당한 전주시... 왜?

 

지난 29일(한국시간) 김연아 선수의 프리스케이팅 연기가 끝난 직후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 룸에 방문한 송하진 전주시장을 비롯한 전주시 공무원들에 대한 태도가 입줄에 올랐다.

 

이들 방문단은 이날 다른 선수들의 인터뷰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떠들다 동행한 지역 언론사 기자를 통해 김연아 선수에게 전주에서 개최되는 4대륙대회 출전을 종용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가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쿠키뉴스>는 29일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나라 망신시킨 전주시'의 기사에서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연기가 끝난 직후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 룸에 양복 차림의 한국인 10명 정도가 몰려왔다"며 "이들은 취재진만 들어올 수 있는 프레스 컨퍼런스 룸의 맨 앞자리를 모조리 차지했으며, 김연아를 비롯해 2, 3위를 차지한 조애니 로셰트와 안도 미키의 인터뷰 시간에 내내 떠들어댔다"고 비난했다.

 

"이 때문에 미국 시카고 트리뷴과 LA 타임스 기자 등 해외 취재진 가운데는 ISU 관계자에게 "기자가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냐" "조용히 좀 시켜달라"며 항의하기도 했다"는 기사는 "해외 기자들의 눈총을 받은 이들은 송하진 전주시장을 필두로 한 전주시 공무원들과 전주시의회 의원들이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공식 인터뷰 직전에 이곳에 몰려오더니 한국 취재진에게 '내년 2월에 전주에서 4대륙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김연아가 국가를 위해서 이 대회에 나올 수 있도록 한국 언론이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며 "이에 대해 김연아는 '4대륙대회가 올림픽이 있는 2월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토론토에서 훈련하기 때문에) 아마도 일정상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며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머쓱해진 전주 지자체 관계자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떴지만 프레스 컨퍼런스 룸에 남은 한국 기자들은 해외 언론의 비웃는 눈초리에 시달려야 했다"는 기사는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웃음거리가 됐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전주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세계피겨스타의 왕중왕을 가리는 '2010 세계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의 전주 개최가 결정됐다"며 "피겨 국민요정인 김연아 선수 등 세계적인 빙상 스타가 총출동하는 세계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전주 개최가 거의 확정된 상태"라는 내용을 언론에 흘리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눈물겨운 스포츠 마케팅이 통하지 않은 이유는?

 

일부 지역 언론들은 이 같은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는 등 몇몇 기자들은 이번 전주시 및 전주시의회 미국 방문단 길에 참여해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전주시청 홈페이지는 비난의 글들이 줄을 이었다.

 

하루 10건이 채 올라오지 않던 시민참여 자유게시판에는 29일부터 이틀 동안 수백 건의 비난 글이 넘쳤다. 대부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자리에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러 갔냐" 등의 반응이다.

 

전주시는 지난해 8월 베이징 올림픽에서 장미란 역도 선수가 세계 신기록을 기록하며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에도 전주시 효자동 장 선수의 친 할머니집에 송하진 시장이 취재진들과 자리를 함께 하는 등 장 선수에게 명예시민증을 줄 예정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2008 베이징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은 지난해 9월 1일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해 국위를 선양한 전북지역 출신 선수 및 임원에 대한 대대적인 환영행사가 열린 전주 코아리베라호텔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 꼭 참석할 것으로 전주시는 예상했으나 장미란은 이날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운동을 재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실망이 컸다. 장미란 선수의 출신지역에 대한 논쟁은 이 때문에 더욱 가열됐다. 당시 장미란 선수의 출신 지역을 놓고 강원도 원주시와 경기도 고양시, 전북도 전주시 간 3파전 양상이 뜨거웠다. <관련기사: '장미란' 놓고 지역신문들 낯 뜨거운 '우리 출신' 경쟁 - 오마이뉴스>

 

이처럼 스포츠와 정치-학교-지자체를 연계시키려는 노력은 눈물겹다. 하지만 이 같은 프레임이 공중에게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정 이슈에 대한 정치적 또는 과대한 프레이밍 방식이 더 이상 공중의 태도 및 의견 형성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태그:#김연아, #스포츠마케팅, #이미지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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