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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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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기업들이 대졸자 위주로 모집을 하기 때문에 저처럼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은 취업하기가 더 힘들어졌죠. 하지만 부사관은 고졸 이상만 되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25살인 김성재씨는 올 3월부터 모집 중인 8기 육군 부사관 모집에 원서를 냈다. 장기 경기 침체로 인해 직장 잡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씨는 현재 현역 병장으로, 전역을 2개월여 앞두고 있다. 김씨의 경우 대학을 중도 하차했기 때문에 기업 취업이 더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이 부사관 지원으로 이어지는 큰 계기가 됐다.

김씨는 "저와 함께 근무하던 동기와 후임이 부사관에 벌써 합격했다"며 "요즘엔 전역 후에도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군 복무 중 부사관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경제상황은 단순히 '침체'라고 표현하기엔 그 강도가 너무 세다. 특히 고등학교나 대학을 막 졸업한 20대에게 '불황'이라는 단어가 주는 영향은 가히 태풍급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그만큼 취업을 앞둔 청년들의 근심이 하늘을 찌른다.

경제 한파로 예비역 지원자 수 74% 증가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병역비리'가 심심치 않게 불거질 만큼,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 군 입대는 기피 대상이었다. 하지만 '경제 불황'은 이런 시선도 바꿔버렸다. 직업군인인 '부사관'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전역 후 장교나 부사관으로 재입대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육군이 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500명의 부사관을 선발하는 데 1만5686명이 지원해 2.1: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 전해인 2007년에도 2.3:1이란 비슷한 경쟁률을 보였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예비역 지원자 수는 눈에 띄게 늘어났다. 2007년 515명이었던 예비역 지원자 수는 지난해 897명으로 늘어 74%나 증가한 것. 이는 최근 경제난과 함께 부사관의 인기가 상승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런 현상은 장교나 부사관들의 경우 군생활을 통해 군의 복지와 급여 수준이 여느 공무원 못지않다는 것을 이미 경험해 봤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 육군 부사관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8월 전역한 현상국(27)씨도 장기복무 전환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제대를 해야만 했다. 현씨는 "진급이 됐다면 계속할 생각은 있었다"며 "우리 부대의 경우 장기복무 지원자가 5명이었는데, 딱 한 명만 됐다"고 말했다. 현씨 말에 따르면 당시 부사관으로 근무하다가 제대한 뒤 다시 부사관에 지원한 이도 2명 정도 있었다고. 그는 "대부분 경제적인 문제 때문인 듯했다"며 "'사회 나가서 일 좀 하다 보니, 군대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장기복무 실패 딛고 부사관 재입대 선택한 이유

건군 60주년 국군의 날인 2008년 10월 1일 열린 기념 시가행진 모습
 건군 60주년 국군의 날인 2008년 10월 1일 열린 기념 시가행진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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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다가 부사관에 지원한 김진규(27·가명)씨도 3월 30일 전역했다. 김진규씨가 복무한 부대에서 김씨와 함께 장기복무를 신청한 사람은 모두 8명. 하지만 장기복무로 전환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단지 이들 중 3명만 복무기간이 연장됐을 뿐이다.

김씨는 "전역했다가 다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며 "고참 한 명이 장기복무를 하게 돼서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부사관이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위 전역하고 다시 군에 지원한 것이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2002년 육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한명성(28)씨도 6년간 부사관으로 복무한 후 장기복무 전환에 실패하고 전역했다. 한씨는 "기술병의 경우 부사관 근무와 함께 다양한 자격증 취득도 가능하기 때문에 특히 부사관이란 직업은 매력적"이라며 "당시 2차까지 장기복무를 신청했지만 그게 잘 안 됐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씨는 장기복무 실패를 딛고 다시 육군 부사관 재입대를 선택했다. 중사로 근무했던 그가 부사관으로 재입대할 경우 하사로 군 생활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럼에도 한씨는 망설임 없이 재입대를 택했고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일을 선택해 볼까 생각해 봤는데 요즘 경제도 어렵고 다른 일을 구하기도 쉽지 않을 듯했습니다. 경제적 이유가 가장 컸죠."

한씨는 부인과 자녀 둘을 부양하고 있는 가장이기 때문에 망설일 여유도 없이 다시 부사관을 선택했다. 재입대를 해도 중소기업 수준의 연봉과 복지, 그동안의 호봉수도 모두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씨는 부사관 지원자들이 말하는 안정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그는 "아직은 안정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한 후 "지금은 4년의 근무를 하는 것이고 이후 장기근무로 전환되면 그땐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남은 가장 큰 과제는 '장기근무 전환'이라고 이야기했다.

"장기복무 전환되면 공무원 못지않게 안정적"

박슬기(22)씨는 처음부터 부사관을 염두에 두고 부사관학과에 진학했다. 부사관은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이면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박씨는 대학시절부터 4차례나 시험에 응시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박씨의 경우 어릴 적부터 군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으로 부사관을 꿈꿨지만 최근엔 군대가 직장으로서 매력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고 한다.

이런 경향에 대해 육군 공보실 관계자는 "최근 부사관 지원자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장기복무로 전환만 된다면 공무원 못지않게 안정적이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힘들고 어려운 직업으로 인식됐던 부사관. 부사관의 인기가 갑자기 치솟은 이유는 군대의 매력적인 모습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최근 불어 닥친 경제 한파에 청년들이 모두 안정성을 찾아 군의 품속으로 들어간 것이 아닐까 한다.


태그:#부사관, #취업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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