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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비둘기가 사람이 던져준 모이를 먹고 있습니다.
▲ 불광천의 집비둘기 집비둘기가 사람이 던져준 모이를 먹고 있습니다.
ⓒ 김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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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23일 '야생동식물보호법 시행규칙'을 고쳐 집비둘기를 가축에서 '유해 야생동물'로 분류 퇴출대상으로 정함에 따라 집비둘기를 만나 '가상' 인터뷰를 했다.

집비둘기는 환경부 발표문(상자기사 참조)을 보고 이 번 결정은 인간들 행동을 합리화하는 변명이라며 발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환경부 결정- 집비둘기, 유해동물로 지정
집비둘기는 환경오염으로 천적인 맹금류 황조롱이가 도시에서 사라지자 개체수가 늘어나고 공원, 주택가, 산 따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살게 되었다.

아무 곳이나 세균이 득실거리는 깃털을 날려 시민에게 불쾌감을 주고, 배설물을 무더기로 쌓아 주요 문화재를 비롯한 여러 건물을 녹슬게 하고 망가뜨린다.

이에 집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분류하고 퇴출하기로 했다.

-퇴출결정을 내렸는데?
=우릴 보고 어디로 가란 말인가? 결국은 집비둘기 종족을 모두 죽이겠다는 소린데. 도시란 곳이 애초 누가 살던 곳이었는지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자연은 '도시'라고 이름 붙여놓고 사람들 혼자 독차지하는 곳이 아니다. 함께 사는 공간이다.

-집비둘기가 사람들에게 해로운 동물인 것은 사실 아닌가?
=그렇다면 처음에는 왜 (사람들에게 이로운)가축으로 정했나? 사람들 마음대로 정한 축산법-축산농가의 소득을 올리고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목적-에 따라 우릴 가축으로 분류했다. 가축으로 쓰임새가 많다고 치켜세울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 해로운 동물이라니? 집비둘기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하나.

-집비둘기 숫자가 너무 많이 늘었다. 정해진 공간에 함께 살자면...
=사람들이 멋대로 우리 숫자를 늘렸다. 내버려두면 먹이를 찾지 못하는 비둘기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게 마련인데 모이로 우리를 가지고 놀며 나태하게 만들었다. 우리 숫자를 조절해주던 황조롱이를 내쫓은 것도 사람들 아닌가. 사람들이 마구 흘리고 함부로 버린 쓰레기를 주워먹고 번식한 것도 우리 잘못인가. 

왜 죽일 생각부터 하나?

-함께 살고 싶어도 비용이 문제다. 문화재를 지키고 불어나는 비둘기 숫자를 줄이자면?
=분명히 하자. 그 비용은 사람이 자처한 것이다. 사람들은 비둘기 한 마리 피임하는데 4만원이나 들고, 문화재나 주요 건물마다 우리가 드나들지 못하게 망을 치는 데 돈이 엄청나다고 아우성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천적 황조롱이가 살도록 하고 비둘기가 주워 먹는 쓰레기를 관리하고, 집비둘기한테 장난삼아 먹이를 던져주는 일을 없앤다면 숫자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왜 죽여서 없앨 생각부터 하나?

-사람들 결정이 원망스럽나?
=원망스럽기보단 안타깝다. 사람들은 조금 불편하고 돈이 든다 싶으면 함부로 내쫓고 목숨까지 거두지않는가. 우리 다음은 아마 고양이 차례 아닐까? 지금으로서는 사람들이 애지중지(?)하는 개도 그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사람들이 쓰레기 치우듯 동물들 생목숨을 앗아가도 된다고 생각하나.

-사람들이 어떻게 하길 바라나?
=동식물을 '적'으로 돌리고 몰아내기는 쉬워 보이지만, 내치고 편을 가르다 보면 결국엔 사람 혼자 남는다. 사람들 사는 곳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한다. 도시라는 공간도 사람들만 사는 것 같지만, 나무며 나무를 찾는 새들이며 여러 가지 곤충과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지 않는가.

지구별에서 결코 혼자 살 수 없는 것이 사람임을 한시라도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태그:#그래!숲, #집비둘기, #유해동물, #자연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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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숲 그리고 조경일을 배웁니다. 1인가구 외로움 청소업체 '편지'를 준비 중이고요. 한 사람 삶을 기록하는 일과 청소노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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