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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에 들어가는 돈은 거의 묻지마 방식으로 사용된다. 20억~30억은 큰돈이 아니다, 심지어 50억까지 사용한 조합도 있다. 투쟁용 조끼, 셔츠 등 쟁의 용품을 둘러싼 비리 등이 흘러나온다. 관리자와 함께 룸살롱에 가서 술을 먹게 되면 2차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 비용이 적지 않은 금액이다. 계산은 관리자가 회사의 경비로 처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있다. 관리자가 카드를 긁고 나가면 뒤에서 어정거리다가 주인한테 영수증을 한 장 달라고 한다. 교제비 명목으로 조합비에서 또 타낼 속셈이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이 펴낸 '민주노총 충격보고서'의 내용이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12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에서 출판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책을 발표했다. 대표 저자는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인 고(故) 권용목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 전직 간부로서 직접 내부 비리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권용목 대표는 이 보고서를 탈고한 뒤 지난달 13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 때문에 이날 보고회 자리에서는 권 대표의 생전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80년대 대표적 노동운동가였던 권 대표는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다가 지난 2006년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을 창립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단 한 마디도 인정할 수 없다"면서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우 대변인은 "우리는 단 10원의 조합비도 함부로 쓸 수 없는 대중조직이고 분기별로 철저하게 감사를 하고 있다, 행여 비리사건이 일어나면 검찰에 조사를 의뢰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비리사건들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이미 처벌을 받았고, 내부 징계도 하면서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보고서 출간 배경에 대해서 "노동자들에게 경제위기 고통을 전담시키려고 민주노총 헐뜯는 데 앞장선 것"이라면서 "대기업에서 돈 뜯어먹고 사는 기생집단이 민주노총을 욕할 자격이 있냐,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은 해체되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노총 "단 한마디도 인정 못해"

 

이 책에 따르면, 민주노총 소속 노조 간부들은 안전화·작업복 등 사업장 내 물품을 입찰하거나 검수할 때 업체에 상납받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 현대차 대의원들은 협력업체 사무실을 방문해 뒷돈을 받고 있으며, 대우가 마음에 안 들면 회사에 들어가 납품 물건이 불량이라고 우긴다.

 

또한 거제에 있는 D사는 피복비가 연간 60억원에 이르는데 노조가 지명하는 업체에 물량을 몰아주면서 제값보다 몇만원씩 높게 사준다. 보건의료노조 소속 한 노조 역시 피복 구입비가 15억원에 이르는데 리베이트로 주는 돈이 5억에 달한다고 한다.

 

97년 민주노총 재정위 공금횡령 사건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했다. 권 대표는 횡령에 가담한 김모씨는 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냈고, 민모씨는 민주노동당 지역구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최모씨는 민주노총 사무노련 위원장에도 당선됐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복잡한 사생활 등으로 인해 주요 노조간부들은 상당수 이혼을 했거나 재혼 중이다, 노조가 가정까지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조의 파업투쟁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권 대표는 2005년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 고공농성 투쟁에 대해 "경찰특공대가 투입되고 크레인 3개와 물대포가 동원됐다, 9개 중대 1000여 명의 공권력이 낭비된 것"이라면서 "깡패보다 무서운 투쟁방식"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얼치기 이념운동가들은 파업 성패에는 관심이 없고, 파업 사업장 근처를 배회하며 노조원들을 낚아서 마르크스주의를 가르치고 주체사상을 가르친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 대의원들의 사례를 들어 "제공받은 차로 회사에 나가고 업무시간에도 마음대로 시내를 질주한다"고 노조전임자들을 비난했다.

 

민주노총 내 정파 문제도 다뤘다. 권 대표는 "주체사상과 사회주의로 무장한 학생 운동가들이 공업단지와 기간산업에 조직적으로 침투했다, 혁명을 꿈꾸는 조직들이 정파라는 이름으로 민주노총을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서는 "립서비스만 한다"고 비판했다. 2008년 현대차노조가 비정규직의 가입을 놓고 찬반 투표를 벌였으나 부결됐으며, 민주노총도 이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를 놓고서는 "노조 반대로 정상적 인원 이동이 안 됐기 때문에 일손이 모자랐던 것"이라고 사측을 감싸고 "그런데도 노조가 '불법파견' 꼬투리를 잡아서 법정까지 끌고 갔다"고 비난했다.

 

권 대표는 정부와 기업 측에도 "일관성 없는 솜방망이 처벌이 파업을 부채질한다"면서 강경한 대응을 요구했다. 노동운동가들은 불법파업으로 감옥에 가는 것을 훈장으로 여기고, 노조도 파업기간 중 경제적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납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 10년의 정권은 노조간부 출신이거나 노조와 가까운 세력이 청와대 정부 부처, 당까지 포진했다"면서, 순천 H사 비정규직 투쟁을 예로 들어 "권력 핵심부의 강요에 의해 경영진이 노사분쟁에서 백기를 든 경우도 많다"고 비판했다.


태그:#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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