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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설치특별법'의 2월 국회 처리가 무산된 원인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이 서로 물고 뜯는 책임공방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23일 '세종시특별법'에 대해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심의는 오는 4월 임시국회로 미뤄졌다.

 

이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세종시의 법적 지위를 정부 직할 광역시인 '특별시'로 하자고 주장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충남도 산하 '특례시'로 하자고 맞서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자 세종시 건설에 반대하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세종시를 축소 또는 변질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의심해 온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일제히 한나라당의 본심이 드러났다면서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자유선진당 "세종시에 재 뿌린 당" VS. 한나라당 "치졸한 행태 중단하라"

 

먼저 자유선진당 류근찬 정책위의장은 24일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을 '세종시특별법의 국회통과에 재 뿌린 당'이라고 부르며 "충청인을 얼마나 무시하기에 이처럼 후안무치하고, 오만방자한 정책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그는 특히 "세종시를 특례시로 하자는 것은 결국 그동안 떠돌던 행복도시 축소론을 공식화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이 같은 결정은 이명박 정부 1년 동안 충청인을 상대로 우롱한 것일 뿐만 아니라, 행복도시에 사망선고를 내린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날 아침에는 이회창 총재가 당5역 회의에서 "세종시법에 대해 이 정권은 지난 대선 당시부터 암묵적으로 또는 명시적으로 공약해 왔다"며  "당시에는 표를 얻기 위해 필요해서 그랬는지 모르나 일단 약속한 이상 정권의 도덕을 위해서도 이야기한 것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이번에 세종시법에 관한 정부나 여당, 심지어 민주당 일부의 기만적 조치에 대해 분노를 금치 못한다"면서 "만일 이것을 재고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이나 여당은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을 뿐 아니라 크나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대평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식이 태어났는데 이름을 올릴 호적이 없는 상황"이라며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고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태흠 충남도당위원장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선진당에 맹공을 쏟아 부었다.

 

김 위원장은 "세종시법 문제나 지역현안을 가지고 자유선진당이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 같다"면서 "자유선진당은 그러한 치졸한 행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자유선진당은 그동안 세종시법 제정이 한나라당의 반대로 불투명해지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해 왔다"며 "그러나 이제 한나라당이 본격적으로 세종시법 제정에 나서자 이제는 실체도 없는 '축소론'과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남의 탓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대표 이름을 들먹이며 "이 총재는 충청권을 대변한다는 정당의 수장이면서도 그동안 지역현안에 대해서 입 한번 뻥긋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한 뒤 "심대평 대표도 무고한 연기지역 주민들을 추운 거리로 내몰지 말고 정당 대표로서, 또한 세종시법을 심의하는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그는 또 "만일 그들이 주장하는 축소론과 음모론의 실체가 사실이 아니라면, 자신들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남 탓만 해 온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직에서 모두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VS. 한나라당... 한나라당 소속 이완구 지사 두고 공격과 방어

 

이번에는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공격하고 나섰다. 민주당 충남도당은 25일 한나라당 소속 이완구 충남도지사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이는 그동안 이완구 지사가 세종시의 법적지위를 충남도 산하 자치시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

 

민주당은 "지난 23일 이완구 도지사의 망발에 분노와 경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아무리 정치인들이 말 바꾸기를 잘하고 위선적인 행동을 밥 먹듯이 한다고 하지만, 이 지사의 인격은 지역민들을 그렇게 우롱하고도 일말의 반성도 없는 참 형편없는 인격"이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이어 "이 지사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세종시를 도 산하 특례시로 하자고 제시한 것에 대해 '이는 그동안 충남도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것이라 만족한다'고 말했다"면서 "과연 국토균형발전의 차원에서 건설되는 세종시를 충남의 한 지역시로 만드는 게 충청도민이 줄기차게 요구한 일이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은 또 "이 지사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세종시를 축소시켜 형편없이 건설해도 만족하다고 말할까봐 심히 염려스럽다"면서 "권력도 좋고 명예도 좋지만, 지금 충남이 수도권규제완화라는 잘못된 정책으로 얼마나 큰 피해와 상처를 받고 있는지를 안다면, 단 한번이라도 당을 떠나 진정 고향을 사랑하는 진정한 마음을 가져보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충남도당 김수진 대변인이 나서 민주당을 공격하고 나섰다. 김 대변인은 26일 성명을 통해 "민주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음을 자각하라"고 쏘아 붙였다.

 

그는 "특별자치시가 되었든 특례시가 되었든 충남의 발전을 위해 고뇌하는 사람 중 한명을 꼽으라면 단연 충남도지사 일 것"이라며 "도지사로서 충남의 땅 한 자락을 떼어내는 아픔은 자식을 양자로 보내는 고통보다 못하지 않을 것인데, 도지사의 입으로 어떻게 '충남도의 땅 한 자락을 떼어 보내겠다'고 말 할 수 있겠느냐"고 이완구 지사 입장을 해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당론과 다르게 상임위에서 적극 반대한 최인기 의원을 방치한 것은 민주당의 정치적 술수이며 몰염치"라고 비난하고 "남 탓 하지 말고 본연의 임무에나 충실하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세종시법의 2월 임시 국회 통과 무산의 후폭풍이 지역정가를 뒤흔들면서 3당의 타당 헐뜯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태그:#세종시설치법, #자유선진당, #민주당충남도당, #김태흠, #이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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