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제(4일) 저녁 7시 서울 서대문역 인근의 한백교회에서 초록당사람들(http://www.koreagreens.org/)이 주최한 '블로그학교'에서 운동적.사회적 블로깅(그)에 대해 소개.설명하고 밤늦게 집인 인천으로 돌아왔습니다. 3시간 가량 쉬지않고 시민운동과 활동가가 할 수 있는 실전블로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통에 지칠대로 지쳤지만, 뿌연 안개로 휩싸인 답답한 서울을 빠져나가기 위해 열심히 페달을 밟았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마포대교를 다시 건너 한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강서생태 습지공원에서 김포 고촌으로 나아가, 인천공항철도 계양역으로 달려 경인운하로 둔갑해 공사중인 굴포천방수로와 인천 서구 시천동을 휙 돌아봤습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컴컴한 굴포천방수로는 인적도 드물어 음산했습니다.

 

그리고 평소(서울 화곡역-부천 오정큰길-계산동)와 달리 먼길을 돌아가다, 지난 2005년부터 경기도 김포 신곡리 일대를 한 대형건설사(H건설)가 민간개발사업으로 조성한 미니신도시를 지날 때였습니다. 미니신도시를 계획한 H건설은 신곡리 10만 여평에 57개동 고층아파트단지를 조성했는데, 대부분인 34평~60평의 중대형 평형입니다. 작년 5월 입주 예정으로 공사를 해왔고, 분양가는 대형 평형의 경우 평당 1000만원을 넘는다 합니다.

 

 

또한 미니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한 당시 H건설은 단지내에 대규모 휴양림을 조성하고, 헬스장.골프연습장.수영장.사우나 등 각종 운동시설을 갖춰 입주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한 최고급 아파트를 짓겠다 했습니다. 현재는 분양과 입주가 된 상태로 고촌일대 평야지대에서 가장 높게 솟아 화려한 불빛을 내뿜고 있습니다. 과거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토건족들이 추진했던 김포신도시의 또다른 모습입니다. 당시 모 환경단체에 몸담고 있었을 때, 지역주민들과 함께 '막가파식' 김포신도시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끝내 신도시는 추진되고 말았습니다.

 

아참 지난 2월 3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민주당 뉴타운.재개발대책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재개발지역 세입자와 가옥주들에게 민주당이 혼쭐을 났었다 하더군요. "민주당이 재개발 붐 일으키지 않았냐"고 말입니다. 지금은 여당이 아닌 야당의 위치에서 정부와 서울시 등의 재개발.뉴타운 정책을 비판하지만, 용산참사까지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합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에게도 외면받고요. 더 황당한 것은 그런 민주당과 야당, 기성시민운동판(민생민주국민회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이 함께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공공의 적과 맞서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건데 이게 참 거시기 합니다.

 

암튼 뉴타운과 신도시, 재개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그들만의 세계, 미니신도시를 지나다 김포와 인천의 경계지점에서 H건설의 으리으리한 유명아파트와는 너무나 다른 초라하지만 서민들의 소중한 삶터인 영세아파트가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게 눈에 띄였습니다. 지난해 9월초 짧은 자전거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본적이 있는 아파트인데, 그 때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영세아파트 단지의 울타리와 벽면 곳곳에는 "생존권 사수" "투쟁 쟁취"란 문구로 도배가 되어 있었습니다. 김포신도시와 인근 검단신도시 개발과 맞물려 이 곳에 살던 사람들도 용산 철거민들처럼 쫓겨날 신세가 되니, 저렇게 김포시와 용역깡패, 건설사에 맞서 싸우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김포와 마주한 인천 계양구 장기동의 한 연립주택단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립주택단지내 주민들 몰래 땅을 팔아 아파트 허가를 구청이 내줬다며, 주민들은 시행사와 시공사, 구청에게 사과와 땅 반환을 요구하는 커다란 현수막을 내걸어 놓기도 했습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경기도나 인천시 곳곳에서 원주민과 서민들의 삶터를 빼앗는 재개발과 신도시, 뉴타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개발이란 이름의 파괴행위로 삶터와 생존수단을 송두리채 잃고 거리로 내쫓기는 사람들에 위한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보상 또한 터무니 없습니다. 소위 가진 자를 위한 그들만의 세계를 위한 개발과 재개발의 폭주기관차를 어떻게 멈추게 해야할지 어두컴컴한 밤길을 내달리며 고민해봤지만, 칠흑같은 세상에서 그 답을 쉽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참으로 답답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포시, #미니신도시, #재개발, #생존권, #주거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