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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그가 부르는 노래 술에 취해 말하는 노래 간절히 원해…." (이소라 7집 8번 트랙)

 

절절하다. 슬픈 멜로디에 어울리는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가수 이소라(40)에게 '호소력 짙다'는 표현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것은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토해내듯 노래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소라가 지난 1월, 4년 만에 돌아왔다. 달라진 분위기, 달라진 멜로디와 달라진 가사를 가지고 말이다. 더 놀라운 건, 1월 한 달 1만장 이상을 판매해 음반판매 사이트인 한터차트의 음반 판매 순위 3위를 기록했다는 것.

 

작년 한 해 단 한 명의 여가수도 한터차트 음반 판매 순위 톱10 안에 들지 못한 것을 감안할 때, 또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등 아이돌 그룹이 무대를 장악한 가운데 데뷔 10여 년차 가수 이소라의 이 같은 선전은 팬으로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95년 즈음이다. 이소라의 <난 행복해>가 들리면 전화를 해야 한다며 미친 듯이 공중전화를 찾아대는 친구가 있었다. 그때 무슨 사연인지 묻지는 않았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지금도 전화를 찾아 나섰던 그 친구가 생각난다. 세월은 흘러서 기억뿐인 관계지만, 다시 듣는 노래는 잊힌 그 순간의 감정 안에 머물게 한다.


느리고 어눌한 말투로 6년간 시청자 사로잡아

 

사람들은 아직 말한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났지만 <이소라의 프로포즈>에서 자신의 노래 <제발>을 부르다 눈물을 참지 못해 몇 번의 NG를 낸 그녀의 모습을. 이별의 슬픔은 이소라를 울게 했고, 가수 '이소라'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그렇게 남아 있다. 

 

<이소라의 프로포즈>(1996~2002)를 처음 진행할 당시, 그녀의 말투는 느리고 어눌했다. 하지만 우리는 6년 동안이나 그녀의 서먹하고 조용한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엘레강스한 벨벳 소재의 원피스 또한 이소라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1991년 <낯선 사람들>의 보컬로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우리들에게 익숙한 노래 <연극이 끝난 뒤>를 불렀다. 조금은 독특한 보이스의 그녀를 눈여겨본 가수 김현철은 이현승 감독의 <그대 안의 블루>(1992)의 동명 타이틀곡을 이소라와 함께 부르게 된다. 그녀는 이 곡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얼마 전 <패밀리가 떴다>에서 이효리와 대성이 함께 부르기도 했을 만큼, <그대 안의 블루>는 세대를 거르지 않는 듀엣 곡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 이미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는 연인들이 즐겨 부르는 애창곡이다. 이후 1995년 1집 <난 행복해>를 발매하며 독특한 음색의 가창력 있는 가수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지난 달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말했지만, 이소라가 5집까지는 '이별의 아픔을 노래했다'고 할 만큼 그녀의 노래는 실연의 '상처'와 연결되어 있다. 감수성이 풍부한 그녀는 자신의 앨범에 있는 곡의 노랫말을 직접 쓸 만큼 뛰어난 감각을 가졌다. 그것은 마치 추운 겨울 이별을 하게 된 여자의 슬픈 일기와도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가볍지 않았다. 1995년 <난 행복해>란 노래를, 그리 행복하지 않은 목소리로 부르며 우리 앞에 나타나, 이후  <기억해 줘>와 <제발> 그리고 <바람이 분다>까지 그녀의 음반엔 각각의 분명한 테마가 있고 노래를 하는 목소리엔 부서질 듯한 아픈 상처가 묻어났다.

 

제목이 없는 앨범, 이소라 7집

 

지난 12월, 4년 만에 7집 정규 앨범을 발표한 이소라는 변했다. 달라졌다. 분위기, 멜로디, 가사 모두 달라졌다. 게다가 특이하다. 7집 앨범엔 타이틀 제목도 트랙 제목도 없다. 뭐지, 이 분위기는. 

 

대신 자신이 그려 넣은 그림 제목의 옆에 '제목은 마음대로~'라는 글씨를 써 놓았다. 흥미롭다. 노래의 제목은 곡을 듣고 느끼는 사람들, 각자의 몫으로 남겨둔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노래를 통해서 다했다"면서 말이다.

 

가요계 역사상 제목 없는 앨범이 발매된 적이 있었을까. 그녀의 새 음반이 라디오를 통해 방송을 타기 시작할 때마다 DJ들은 모두 당황스런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제목 없는 노래를 소개한다는 게 난감했던 것. 할 수 없이 DJ들은 "이소라 7집, 8번 트랙 노랩니다"라고 소개한다. 

 

사람들은 숨죽인다. 제목이 없는 그녀의 특별한 곡을 듣기 위해 말이다. 7분이 넘는 1번 트랙의 곡이나 두 작곡가의 곡을 하나의 트랙에 담은 곡이나 모든 작곡가와 엔지니어가 한 소절씩 노래를 부른 12번 트랙의 곡들은 제목이 없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시도다.

 

디지털 음원이 아닌 정규 음반으로 승부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지금과 같은 음반 불황의 시기에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앨범은 달랐다. 이한철, 마이앤트메리의 정순용과 스위트피의 김민규, 러브홀릭의 강현민, 정지찬 등 그리 대중적이지 않지만 자신만의 감각 있는 아티스트가 함께 참여한 이번 앨범이 달리 보이는 이유는, 자신이 선택한 각기 다른 색깔의 아티스트들의 곡에 자신의 언어를 담았다는 것이다.

 

실연의 상처보다, '위로'를 노래하다 

 

각각의 느낌을 담은 열세 곡은 언제나 그렇듯 하나의 스토리를 이루는 듯한 통일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번 앨범은 이소라 자신이 프로듀싱하고 디자인했다. 앨범을 본 팬들은 마치 누군가의 다이어리를 들추듯 설렌다. 

 

이번 음반으로 이소라는 음악적인 변화와 실험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용기는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된 트렌드 속에서 정규 음반으로 과감한 변화를 선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제목이 없는 7집 속 13곡을 듣노라면, 어두운 발라드는 이제 그만이라고 노래하는 듯 따뜻하다. 노랫말도 멜로디도 사운드도 지독한 사랑과 이별 그리고 아픔에서 자유로워진 듯하다. 과거 이소라식 발라드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그녀가 낯설지도 모르겠다.

 

상처보다는 위로를 담은 이번 앨범을 통해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듯 사람들에게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태그:#이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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