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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7일부터 21일 까지 부산 대연우암 공동체에서 ‘2009겨울빈민현장활동’(아래부터 빈활)을 했었다. 4박 5일 동안부산지역 대학생들과 대구대, 경주 동국대 대학생 20명이 모여 빈곤, 재개발등의 문제를 고민하고 행동하였다.

 

빈활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이런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지역에 있는 언론사별 사회부 기자에게 보도요청서를 보내어 우리의 활동을 취재해달라고 요구했다.

 

보도요청서를 보내고도 산 중턱에 있는 마을 까지 올라와 취재를 할 기자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빈활을 취재하고 싶다는 연락을 세 곳에서나 받았다.

 

18일 마을 주민분들과 학생들이 어울려 노래를 부르는 시간에 국제신문, 부산일보 기자님이 오셨다. 주민들과 학생들이 즐겁게 어울리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가기도 하고, 우리가 빈활을 하는 목적에 대해서도 열심히 인터뷰를 하셨다.

 

나 이런 이야기 한 적 없는데...

 

19일 아침 일찍 마을 주거대책위원회 기획부장을 맡고 계시는 손이헌 부장님이 국제신문을 스크랩 해오셨다. 빈활 대원들은 너도 나도 신문에 난 자신의 얼굴과 기사의 내용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이크를 들고 주민들과 함께 신나게 노래자랑 대회를 벌이고 있는 젊은이들의 얼굴이 낯설다. 이들은 소외된 사람들의 삶 속으로 뛰어들어 그 고단한 생활을 체험하고 부족한 부분을 조금이나마 메워주기 위해 빈민체험 봉사활동(빈활)을 하러 나온 '대학생사람연대'회원이다. 1980, 1990년대 대학가에서 유행했던 농촌봉사활동 일명 '농활'의 2000년대 버전인 셈이다. 부산대와 동아대뿐만 아니라 대구대와 동국대 학생들도 동참, 17명의 대학생이 한겨울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이번 봉사활동에 참여한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김성우(21) 씨는 "동네 어른들이 음식을 챙겨주셔서 오히려 집에 있을 때보다 밥맛이 좋다"고 말했다.’

- 국제신문 1. 18 ‘철거촌 빈활 세상을 다시 배워요’ 김현주 기자

 

기사의 내용을 보자 다들 한 마디씩 했다.

 

“난 절대로 ‘동네 어른들이 음식을 챙겨주셔서 오히려 집에 있을 때 보다 밥맛이 좋다’ 라고 한적 없어요. 우리가 꼭 이 분들을 일방적으로 도와주러 온 것 같이 썼네요.”

“기자에게 누누이 빈민현장활동, 연대활동이라고 했는데 체험봉사활동이라고 적었네.”

“우리가 여기 주민분들이 불쌍해서 여기 왔나? 참나 사회부 기자가 사회 문제에 대해 이렇게 모르는 게 정상이가?”

“빈활이 농활의 2000년대 버전이라는게 말이됩니까? 빈활은 오래 전부터 했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농활도 봉사활동으로만 치부해버리네요.”

 

우리의 취지와 너무 다른 내용의 기사가 나자 하루를 평가하는 시간에 언론 취재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언론 취재를 통해 우리가 하는 활동에 대해 알리는 것도 좋지만 국제신문 기사와 같이 원치 않는 기사가 나갈시 안 나가는 것보다 못한 것 아닙니까?”

“심지어 기사의 논지에 맞추기 위해 빈활 대원들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할머님에게 이렇게 해보라는 둥 저렇게 해보라는 둥 정말 불쾌했습니다.”

“언론 보도는 우리가 입이 아프도록 이야기 해봐야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서술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기사에 대해 반박 기사가 필요 하지 않을까요?”

 

빈민체험봉사활동이 아니라 빈면현장활동이다!

 

 

21일 아침에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20일 새벽에 발생했던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과 관련 되서 부산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빈민현장활동 대원들끼리 따로 남아서 선전전을 진행했었다.

 

선전전 도중 몇몇 대원들이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대원들의 눈물은 돌아가신 철거민들이 불쌍해서 흘린 눈물이 아니다. 그들의 죽음으로 몰고 가게 한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분노였다.

 

2009 겨울빈민현장활동 참가자들은 불쌍한 빈민의 삶을 체험하고 그들을 도우려고 온 것이 아니다. 20대 청년들의 삶과 마을 공동체 주민들의 삶을 나누기 위해 이곳에 왔다. 즉 나 하나만의 성공을 위해 달려 왔던 자신을 반성하고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배우기 위해 참가한 것이다.

 

그리고 나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사회적 차별에 대해 함께 맞서기 위해 활동에 참가한 것이다. 사람이라는 당연히 누려야 할 주거권, 생존권 등의 권리를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를 내는 활동이 빈민현장활동인 것이다.

 

2009겨울빈민현장활동은 체험과 봉사가 아니라 나눔과 연대 활동이다!

 

덧붙이는 글 | 2009 빈민현장활동은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일시적인 연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빈민 공동체와 함께할 방법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 있으시면 아래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bsmbsh1@naver.com


태그:#빈활, #빈민, #철거민,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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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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