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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간 마을 입구를 지키다 인근 사찰로 자리를 옮긴  평곡리석조여래좌상(平谷里石造如來坐像)
 44년간 마을 입구를 지키다 인근 사찰로 자리를 옮긴 평곡리석조여래좌상(平谷里石造如來坐像)
ⓒ 충청리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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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30일 오후 4시 경. 충북 음성군 평곡 4리 주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한 주민이 마을 어귀에 나갔다가 마을 이장에게 허겁지겁 달려왔다.

"돌부처가 없어요. 몇 시간 전까지 멀쩡히 있었는데 없당께!"

주민들이 순식간에 돌부처가 서 있던 마을 입구로 몰려들었다. 44년간 주민들에게 마음의 평온을 안겨주던 돌부처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 돌부처의 이름은 평곡리석조여래좌상(平谷里石造如來坐像, 이하 불상)이다. 높이가 145㎝(어깨폭 61.5㎝, 무릎폭은 80㎝)에 화강암 재질로 무게만 5∼7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머리 부분이 결실돼 시멘트로 새로 만들고 양쪽무릎 부위와 양손이 파손됐다.

불상 뒤 광배는 자연석으로 돼 있다. 고려중기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수정산 서쪽 기슭에서 발견돼 1965년 평곡리 주민들이 마을입구로 옮겨 보살펴 왔다. 또 향토문화재(비지정문화재)로 문화재청의 관리를 받아왔다.

불상 도난 신고...알고보니 인근 사찰에서 옮겨 가

당초 마을어귀를 지키던 돌 불상이 있던 자리. 지난 해 12월 30일 인근 사찰에서 옮겨가 텅 비어 잇다.
 당초 마을어귀를 지키던 돌 불상이 있던 자리. 지난 해 12월 30일 인근 사찰에서 옮겨가 텅 비어 잇다.
ⓒ 충청리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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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경찰에 전화를 통해 도난신고를 하고 군청에도 도난 사실을 알렸다. 이후 직접 돌부처를 찾아 나섰다. 이날 저녁 무렵 불상은 뜻밖의 장소에서 발견됐다.

불상이 서 있던 곳에서 500m 뒷편에 있는 ㅅ 사찰 뒤로 옮겨져 있었던 것. 이 사찰은 몇 해전 만들어진 것으로 사찰 측이 중장비를 이용해 옮겨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이 사찰의 주지 스님은 지난 해 11월 경 음상옥 마을이장에게 불상을 사찰로 옮겨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음 이장은 마을회의에서 불상 이전 여부를 논의했다. 대다수 주민들은 마을의 정신적 지주를 옮길 수 없다며 반대했다.    

주민들은 사찰의 태도에 분개했다. 주민들은 "마을 사람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불상을 옮겨 간 것은 절도와 다름 없다"며 "불상을 원래 있던 자리에 되돌려 놓고 주민들에게 공개사과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민들 "상의 없이 가져간 것..절도 행위"

당초 마을 어귀에 서 있을 당시 촬영한  평곡리석조여래좌상(平谷里石造如來坐像)
 당초 마을 어귀에 서 있을 당시 촬영한 평곡리석조여래좌상(平谷里石造如來坐像)
ⓒ 음성군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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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관계자는 "불상이 마을 어귀 길 옆에 방치돼 귀가 떨어져 나가고 코가 망가지는 등 훼손되고 있어 제대로 된 관리 필요성을 느껴 옮겨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불상은 당초 1965년 김모씨가 수정산 골짜기에서 발견한 것을 주민들이 마을입구에 옮겨 놓은 것으로 최초 발견자인 김씨 후손들과도 만나 사찰로 옮겨도 좋다는 승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음성군청의 원상회복 조치 요구로 조만간 원래 있던 곳으로 옮겨 놓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음상옥 이장은 "주민들이 매년 불상 주변에 풀을 깎아 주는 등 관리를 해 왔다"며 "신도를 모으기 위해 불상을 옮겨 간 뒤 마을 주민들의 소홀한 관리를 들먹이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음성군 관계자는 "불상은 향토문화재로 지정돼 문화재청의 허가를 얻어야 옮길 수 있다"며 "허가를 얻지 않고 불상을 옮긴 것으로 문화재보호법에 저촉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화재청의 지시에 따라 일단 원상조치하도록 공문을 보냈다"며 "사찰 측에서 늦어도 오는 23일까지 원상회복하겠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사찰 측 "훼손 막기 위해 옮긴 것...원상회복 하겠다"

관련법에는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문화재를 옮기는 등 현상을 변경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경찰은 마을주민들이 해당 사찰 주지를 문화재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해옴에 따라 허가 없이 불상을 옮긴 경위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음성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사찰 주지스님 등을 불러 사실상 조사를 마무한 상태"라며 "다만 여러 정황으로 볼때 절도로 단정하기 어려워 처벌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돌부처, #음성군 평곡리, #석조여래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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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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