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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自繩自縛)은 "자기의 줄로 자기 몸을 옭아 묶는다는 뜻"이다. 풀이하면 자기가 한 말과 행동에 자기 자신이 옭아 매진다는 말이다. 풀이가 어렵다면 아주 쉬운 예를 하나들겠다.

 

민주당이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한 후 본회장이 출입문 곳곳을 나사못 따위로 잠금장치를 해둔 것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발견되었다.

 

한나라당이 먼저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시도할 경우 웬만한 힘으로는 출입문을 열 수 없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8일 외통위에서 한미 FTA를 상정할 때 민주당 의원들 출입을 봉쇄하면서 날치기 상정하였다.

 

해머와 소화분말까지 동원되는 극한 투쟁이 전개되었다. 민주당은 상임위회의장을 선점 당했고, 수적 열세 때문에 저항했지만 상정을 막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한미FTA 상정 때처럼 본회의장을 먼저 점거하고, 출입문을 봉쇄해버리면 민주당은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언론 7대 악법 따위를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본회의장 출입문은 여러 잠금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본회의장 관리는 국회사무처 소관이니 사무처에서 설치 했을 것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4~5일 전부터 직권상정에 대비해 잠금장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 ‘그래도 설마’ 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사실이더라”며 “출입문마다 주 잠금장치 말고도 빗장이 서너 개씩 새로 달려 있고, 경첩도 단단한 것으로 갈았더라”고 전했고 <한겨레>가 27일 보도했다.

 

설마가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출입문 하나마다 3-4개씩 잠금장치를 하면 문을 완전히 부수기 전에는 열기 불가능하다. 한미 FTA 상정처럼 민주당은 힘만 빼고 상정은 막지 못하는 것처럼 언론 7대 악법은 막을 수 없다.

 

<한겨레>보도에 따르면 국회 사무처는  누구 지시나, 사전교감설은 부인했지만 본회의장을 선점 했다고 '지문' 채취까지 하는 사무처를 보면 잠금장치는 한나라당에게는 부담이자, 자승자박인셈이다.

 

한나라당은 더 이상 자승자박을 해서는 안 된다. 본회의장 출입문 잠금장치는 한나라당이 스스로 만든 자승자박은 아닐지라도, 언론 7대 악법 따위를 힘으로 밀어붙이면 진짜 자승자박이 된다.

 

한나라당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면서 힘으로 밀어붙이다가 역풍을 한 두번 맞은 것이 아니다. 지난 1996년 성탄절 다음 날 새벽, 호텔에 의원들을 투숙시키고, 버스로 실어 날라 노동법을 날치기했다.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97년 한나라당은 정권을 잃었다. 물론 노동법이 정권을 잃은 가장 큰 이유는 아니지만.

 

지난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은 대한민국 민주의정사에 의회쿠데타로 기록될 것이다. 노동법 날치기와 대통령 탄핵은 한나라당에게만 자승자박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힘으로 밀어붙여 얻은 자승자박은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있었서는 안 된다. 잠금장치가 필요 없는 국회본회의장이 되는 책임은 한나라당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떳떳하면 잠금장치가 필요 없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체제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정권이다.

 


태그:#본회의장, #출입문 빗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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