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시민환경연구소 소장)가 4대강 하천정비 사업에 대한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와 전문을 싣습니다.... 편집자말

한반도대운하 조감도
 한반도대운하 조감도
ⓒ 자료사진

관련사진보기


지난 2년 동안 우리 사회는 운하를 둘러싼 갈등으로 하천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가 극명하다는 점을 인식하였다.

하천에 인위적인 물길을 만들어 물류용으로 관광용으로 이용하면 지역개발이 되고 하천환경이 개선된다는 한반도 운하는 그 위세당당함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도 애써 숨기고 있다. 운하를 하천정비라는 이름으로 바꾸면서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던 정부는 이제 14조원의 국가예산으로 4대강 하천정비를 하겠다면서 하천정비는 결코 운하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아직 스케치 수준인 4대강 정비사업을 살펴보면, 그것이 14조원이 소요되는 국책사업으로는 알맹이가 없이 부실하고 다른 한편으로 운하의 밑그림이라는 판단이 충분히 가능하다.  하천바닥을 준설하는 하도정비, 제방보강, 배수갑문 증설, 보 건설 등은 운하를 위한 사업으로 언제든지 기능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하천정비를 또 다른 운하의 이름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석하도록 신뢰를 잃었던 정부에 더 많은 책임이 있다.

4대강 정비사업은 대운하의 또다른 이름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22일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모임이 주최한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4대강 하천정비사업의 실체'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22일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모임이 주최한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4대강 하천정비사업의 실체'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정부는 4대강 하천정비는 운하가 아니라고 하지만, 새만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상황의 변함에 따라 운하는 하천정비를 등에 업고 언제든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다.

80년대에 시행된 한강종합개발계획은 하천을 직강화하고 하천변에 택지를 개발하고 도로를 건설하고 둔치에 공원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하천을 개발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사업이고 또한 하천종합개발의 모범사례로 하천개발사업이 전국적으로 퍼지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잘못된 하천개발사업이 하천환경을 파괴하였고 건전한 물순환시스템을 왜곡시킴으로써 도심구간과 같이 일부 지역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하천의 황폐한 모습을 만들었다. 지난 시절의 하천개발은 도시에 인접한 하천구간에서 이루어졌지만, 정부가 제안한 4대강 하천정비는 하천의 전 구간에 걸쳐 새로운 개발계획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다. 

어떤 형태든지 개발은 자신의 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지자체장과 정치인 그리고 이에 부응하는 지방토호세력들은 하천정비를 빌미로 하천변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우리사회는 하천을 개발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한, 하천변 개발의 광풍과 그로 인한 하천의 위기는 언제든지 직면할 것이다.

운하의 다른 이름일 수 있는 하천정비에 대한 계획이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수립되고 있다.  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 봄 밀실운하연구의 주체였고, 그 당시 연구원들 대부분이 금번 연구에 다시 참가하고 있다.  또한 건설기술연구원은 하천정비는 운하라는 양심선언을 한 김이태 박사를 처벌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7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3개월 정직처분이라는 중징계를 하였다.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진 이면에는 국토부의 의지가 있다고 판단되는데, 국토부의 입장은 운하건설이고 하천정비는 '억지춘양'일 뿐이기 때문이다. 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는 국토부의 주장대로 비록 그것이 외형상 운하가 아닐지라도 하천변 개발에 대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것이고, 향후 운하건설의 밑그림이 될 것은 자명하다. 

국토부, '밀실의혹' 4대강사업 연구결과 투명하게 제시해야

이러한 의혹을 불식시키고 신뢰성을 회복하려면 국토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과정에 이해당사자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여 보다 투명한 연구결과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러하지 못하다면 그러한 연구는 밀실연구이고 찬성을 위한 연구라는 멍에를 벗을 수 없고, 형식적인 공청회를 거쳐 정부의 계획으로 확정할 경우 사회적 논란을 부추길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는 중요한 귀로에 서있다. 아름다운 하천의 모습을 생태계가 살아있고 백사장이 펼쳐지는 자연스런 하천이 아닌 하천변에 새로운 도시가 들어서고 관광레저 시설이 자리잡은 모습에서 찾고 있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헬기로 한번 둘러보고 '낙동강은 죽었다'라고 서슴없이 언급한 경남도지사의 평가 이면에는 황폐하다는 기준이 하천변 개발 여부에 있는 듯하다. 

이렇듯 하천을 개발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회적 흐름이 비록 소수일지라도 정부계획이 뒷받침되고 예산이 지원된다면, 우리 후손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하천의 파괴와 예산의 낭비가 발생할 것이다. 새만금과 같은 예를 보더라도 계획이 수립되고 사업이 진행될 때, 그 사업에 대한 논쟁은 엄청난 사회적 에너지만 낭비한 채 그대로 진행되었음을 경험했다. 

사업의 계획단계에서 그 사업의 타당성을 따지는 일은 사회적 주목을 받기는 상당히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계획이 잘 수립될 수 있도록 계획단계에서 적극 참여하는 것이 사회갈등을 줄이고 협의를 통해 최선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차선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지금 국토부는 건설기술연구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하천정비관련 연구에 국토부의 지침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연구보안각서를 작성한 연구원들만이 연구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획일화되고 왜곡되고 편향된 연구결과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제방 위주 하천정책, 뉴올리언스의 재앙 잊었나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가 대운하'라고 양심선언한 김이태 연구원이 23일 소집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인사위원회에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가 대운하'라고 양심선언한 김이태 연구원이 23일 소집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인사위원회에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25억원의 연구비와 현대과학기술이 만들어낼 계획은 인간에게 위험을 줄이고 편의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여러 가지 위험한 하천구조물을 담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뉴올리언스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제방 위주의 하천정책은 우리사회를 더 위험한 사회로 이끌고 있다. 

전문영역이라는 이름으로 연구결과가 성역시되고 그에 대한 검증시스템을 차단하고 전문가들조차도 세부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자문회의와 공청회를 거쳐 만들어지는 과학시설물은 그 타당성에도 의문이 들지만 내재된 위험성의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불행히도 우리사회는 더 위험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과거의 관성에 따라 과학기술이 전지전능하다는 착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될 14조원 국책사업의 골격을 만들 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것이다. 그것이 기우이기를 바라지면, 그것은 순진한 생각일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시민사회단체가 하천정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단체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팀을 꾸려 가칭 '아름다운 강 만들기 계획'이라는 연구를 수행하여 건전한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사회를 덜 위험하게 만들 것이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가 있다. 뜻있는 이들의 헌신적인 참여를 기대해 본다.

[최근 주요기사]
☞ 총파업 돌입한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공멸하거나 재벌방송만 남거나"
☞ 이정희 의원 "역사 진보 속도, 당신들 때문에 빨라진다"
☞ 성탄절, 그 형은 왜 굴뚝에 올라갔을까
☞ 누가 먼저 국회의장석 점거 들어갈까
☞ [엄지뉴스] 우리 집엔 산타 아이가 다녀갔네요
☞ [E노트] 10년차 기자가 말하는 MBC 총파업


태그:#한반도?대운하, #4대강정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