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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때론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지난 10일 겨울바다를 구경하려 통영을 찾았다. 멀리 한산도 앞바다에서 갓 채취한 갈색 미역에서는 짭짤한 바다 맛이 느껴진다. 끊이지 않고 출렁이는 푸른 파도는 뜨거운 심장처럼 항구의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어부에게 잡혀온 바다메기는 시장으로 팔려간다. 고향 바다를 떠나 장바구니에 실려 팔려가는 불쌍한 녀석은 커다란 아가리를 크게 벌린다. 아마도 숨이 가쁜 모양이다. 항구를 오가는 어선들 사이로 갈매기는 먹잇감을 낚아채는지 연신 물수제비를 뜬다.

자망 배들이 항구에 빽빽이 정박해있다.
▲ 경남 통영 앞바다 자망 배들이 항구에 빽빽이 정박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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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물로 무슨 고기를 잡습니까?"
"대구."

"오늘은 고기 잡으려 안 가십니까?"
"잡으러 갔다 왔어요."

"많이 잡으셨어요."
"많이는 몬 잡고 요새 새벽에 가서 고기 떨어가지고 어장 나놓고 또 낮에 와서 시장에 팔고 또 누자고 새벽에 나갈기라요."

"잠은 언제 주무세요."
"잠은 뭐. 그래도 요새 밤이 긴께는 대여섯 시간 잔다 아니요."

털보선장으로 통하는 한임률 선장님
▲ 광제호 선장 털보선장으로 통하는 한임률 선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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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빽빽이 정박해 있다. 그 곳에서 작은 자망 배에서 열심히 일하는 한임률(58)씨를 만났다. 그는 짧은 겨울햇살을 받으며 부지런히 그물을 엮고 있다. 밤새를 물고기를 잡아 시장에 상인들에게 건네준 어부는 휴식도 없이 또 일을 시작한다.

궂은 날이 아니면 늘 새벽4시 고기잡이 자망 배에 오른다. 그리고 한나절 밤을 바다에 생활하고 바다에서 아침을 맞는다. 밤새 바다와 씨름을 하면서 잡은 고기를 어시장에 내놓기 위해 항구로 들어온다고 한다.

몽롱한 정신을 채찍질하면서 내일 새벽 일찍 출항하기 위하여 그물을 엮는데 손길이 바쁘다. 그물망을 오가는 손길이 능숙하게 느껴진다. 매일 하는 그물망 손질이라 이제는 눈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는 고기를 잡을 수 있는 크기만큼 직접 그물망을 엮고 있다.

짧은 겨울 햇살을 맞으며 어부는 그물 엮기에 바쁘다.
▲ 그물 짧은 겨울 햇살을 맞으며 어부는 그물 엮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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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잡아 수입은 괜찮습니까?"
"뭐 수입보다도 지름 값이 옛날에 좀 이 앞전보다도 요즘 쪼깨 났꾸마는 지름 값이 좀 내려가는 바람에……. 큰 수입은 없고."
"한마디로 말해서 마 넘 접배 손 가는 것 보다는 묵고 사는데 는 지장은 없어."
"그런데 이 어업도 요즈음 어구 밑에 참 많이 들어가 구마, 지름 값도 지름 값이고 고마 절반정도 갱비 들어간다고 봐야지."

계절 따라 꾸준히 잡혀 올라오는 물고기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 한다. 그런데 유가상승은 어부들에게도 큰 타격을 주었다. 소비자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부들이 잡아온 물고기는 값이 변화가 없다고 한다. 그나마 조금씩 내린 기름 값은 어부에게 위안을 준다.  

지금 겨울바다는 대구, 아귀, 메기가 제철

대구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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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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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님 고기는 대구만 잡나요?”
"아니지요”
"겨울철에는 대구잡고, 여름철에는 돔 잡고 철철이 뭐 나는 고기를 철철이 때 되면 어구 바까가 잡는거지”
"요즈음은 대구, 아구, 메기 우선이지……."

통영앞바다에서는 대구, 아귀, 메기가 제철이란다. 통통하게 살찐 대구는 어부들에 어획의 기쁨을 준다. 겨울부터 잡히기 시작한 메기는 정월달까지 잡힌다고 한다. 갓 잡아온 메기와 함께 무 썰어 넣어 끊인 탕은 망년회 등 연말모임으로 술로 고생하는 애주가들 숙취해소에 좋다고 한다.     

"언제부터 이 고기를 잡으셨습니까?"
"나는 이거로 솔직히 거짓말 손톱만큼 안보태고 배선주로 스물일곱 살 때부터 오늘날까지 했다 아닙니까. 배가 일곱 대 갈아다 아닙니까…."

"바다는 친구 같겠습니다."
"바다는 한마디로 말하면 마 거울같이 달리거지……."
"보통 이런 배 선주도 보통 우리보기에 참 나는 빨리 선주를 했지……." 
"스물일곱에 했다며 한참 놀러 될 나이지 이런 배 선주를 할라하면 그때 갬(경험)이 없어 못 하는 기라 근데 나는 오늘 날꺼정 적량동에서 이업을 배와 가지고 오늘날까지 선주를 했구마는, 개똥도 버리논 돈은 없고 단지 묵고 사는 이 뺀이고 늙는 것은 포나고 늙는 거."

"살아가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참 산다는 것이 참말로 참 그렇고 그렇소. 말하려고 하면 말이 끝이 없는 기고."
"뭐 복이 이 뺑이가 노력은 했건마는 큰 뾰족한 수가 없어."
"고마. 밥 먹고 살고 남한테 빌리러가지는 안 해."
"인자 이것도 나복이다 하고 살아야지 요새 돈 많이 가지고 있으면 뭐할 끼요 그마. 마, 벌이 같고 즐겁게 씨고 즐겁게 살면 되는 기지."

▲ 어부 이야기 통영 광제호 털보선장의 이야기를 동영상에 담았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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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꿈을 가지고 3.8톤 조그마한 자망 배에 오른 스물일곱의 젊은 청년은 벌써 환갑이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바다는 그에게 많은 것을 주기도 하였지만 많은 세월을 빼앗아 갔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부는 얻지 못했지만 옹골지게 살아온 털보선장 한임률씨는 밥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정도의 행복을 얻었다고 한다.   

"몇 살까지나 선장 하실 겁니까?"
"어 그래나도 인자 올해 오십 여덟 인께는 앞으로 적어도 한 십년 더 해묵어야…."
"마음은 한 십년 더 안 해묵어야 되거나…."
"참 자망도 참 오래 했구먼."
"진짜 이것도 심리찡이 나요 심리찡이나."

그는 어부생활 정말 실증이 난다고 한다. 그러나 젊음 날에 바다에 취미가 박아버려서 지금은 쉬다가도 날만 좋으면 고기가 잡고 싶어 바다로 나갈 수밖에 없단다. 바다는 그에게 넘치는 풍요로움을 주지 않아 지만 늘 작은 행복을 가져다 준 것이다.  

"먼 바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먼 바다로 통영에서 보게 되면 욕지도, 국섬, 좌사리……. 바다로 안 가는데 가없습니다. 날이 좋으면."

"고기가 어디에 많이 있는지 근방 아시겠네요. 어떻게 그걸 아십니까?"
"고기가 많이 있다고 하는 거는 철 따라서 자기가 갬(경험)을 가지고 오된 철에는 오되 가면 무신고기 많이 있다 오된 철에는 오되 가면 무신고기 많이 있다 자기 갬(경험)을 가지고 이 고기를 잡아야 그 사람이 선수지 물론 요즘 뭐 다 전자제품이 좋아한다고 하지만 전자제품이고 하는 것은 갬(경험)한테는 아직까지는 못 당혀."

30년은 넘게 누비던 바다는 거울처럼 훤히 알 수가 있다고 한다. 남해의 작은 섬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한다. 시골농부가 철따라 곡식을 가꾸어 가듯이 어부도 철따라 다양한 고기를 잡는다고 한다. 농사일을 농부에게 물어보듯이 많은 고기를 잡는 것은 어부의 오랜 경험의 감각이란다. 물고기 위치를 알려주는 전자제품이 좋다고 하지만은 아직도 어부의 경험이 더 우월하다고 한다.     

남편의 부지런도 병인 냥 넋두리 겸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 어부의 아내인 임채숙 남편의 부지런도 병인 냥 넋두리 겸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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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은 무슨 흠이 있습니까?”
"듬직하고 우리아저씨는 부지런하고 그것이 흠이 라요."
"너무나 부지런해서 내가 고달프죠."
"행복한 걱정이네요."
"아니 같이 놀아야 나도 한목 실건데 우리 아저씨는 일만 아니까…."
"집에 가서도 그물일 나와서도 그물일…."

어부의 아내인 임채숙(45)씨는 남편의 부지런도 병인 냥 넋두리 겸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u포터에 송고했습니다.



태그:#어부,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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