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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렵다. 기업 파산, 가정 파산을 이야기한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사회 보장이라는 게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사회복지 수준이 하위권이다. 그 빈틈을 파고든 것이 개인보험이다. 누구는 부족한 사회안전망을 보완하는 버팀목이라고 하고, 누구는 '불안'을 파는 장사라고 비판한다. 과연 무엇이 옳을까. 여기 각기 다른 주장을 소개한다. [편집자말]
요즘 경기불황은 재난에 비유된다.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사진은 영화 <볼케이노>
 요즘 경기불황은 재난에 비유된다.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사진은 영화 <볼케이노>
ⓒ 볼케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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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많이 어렵다. 단순한 유동성 위기, 금융위기가 아니라는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증명되는 것 같다. 1930년대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즉 공황으로 이어지는 내리막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택 대출에 대한 채권이 증권화된 파생상품, 즉 가공자본이 만들어낸 자산 거품의 팽창과 폭발은 은행 파산과 부동산 가치 급락, 주식가치 급락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진다. 전 세계 생산의 86%를 차지하는 미국, 서유럽, 동아시아가 연쇄적으로 실물경제 침체를 겪기 때문에 가히 전 세계 경제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이다. IMF 구제금융 위기 때와 비슷할 뿐 아니라 1990년 일본이 장기침체로 접어들 때와 흡사하다. 게다가 정부 대응이 일본정부가 실패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한다.

우리나라 은행은 매우 불안하다. 미국 투자은행이나 상업은행처럼 부도가 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9월 발표한 데이터로 추정한 예대율(대출잔액으로 예금잔액 나눈 비율)이 141%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 당시 우리나라 은행 예대율이 100%에서 110%이었으니 지금이 그때보다 훨씬 좋지 않다. 이들 대출에는 아파트 건설에 투자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많이 끼어 있다. 분양이 되지 않으면서 몇 달째 상환이 연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는 좋지 않은데 IMF 구제금융 위기 직전처럼 올해 3사분기 경상수지는 흑자이고, 달러는 1500원대에 이른다. 버블세븐 지역 중 강남 서초 송파의 부동산은 20~40%씩 빠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하는 일은 근본 해결보다는 금산분리 완화, 건설업에 공적자금 투입, 부동산 규제 완화, 연기금으로 하여금 주식 투자하게 하기다. 약 20년 전 일본이 펼쳤던 이와 같은 정책은 일본을 장기 침체로 몰아넣었다.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2~3년 안에 회복될 것인지, 아니면 대공황처럼 10년 이상 긴 암흑의 터널을 지날 것이지 판단이 서지 않는 때에 보험을 들어야 하는지, 가지고 있는 보험도 정리해서 비용을 줄이거나 현금화해야 하는지 무척 갈등이 될 것 같다. 

평소 재난에 대비할 만큼 충분히 저축할 여력 없어

우리가 합리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보험은 어떠한 의미가 있고, 대한민국에서 국민으로 살아가는 데 어떤 위험이 있고 보험은 그런 위험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보험은 언제 어떻게 어디서 닥칠지 모르는 재산상 위험, 위기에 대한 대비다. 우리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많은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신체에 대한 위험에는 재해, 질병, 장애, 사망이 있다. 교통사고나 상해, 천재지변 같은 재해로 사고가 나서 다치거나, 중대한 질병이 걸리면 의료비가 많이 든다. 또 질병이나 재해로 장애인이 되면 장기간 의료비가 들어간다. 의료비를 감당할 돈이 있으면 문제없지만 많은 사람들은 갑자기 터진 큰 규모의 의료비를 준비하기 위해 넉넉하게 저축을 해 놓을 수 있는 경제 여력이 없다.

또 가장이 사망하거나 질병이나 사고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가족 생계가 힘들어진다. 이럴 경우 정신적, 경제적 측면에서 큰 고통을 겪는다. 극한의 경우는 가족 해체도 불러온다. 보금자리를 잃고 노숙하거나 따로 사는 경우도 본다. 보험은 질병, 사고, 사망으로 경제적인 큰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의료비와 생활비를 보장해 주는 기능을 한다.

지금처럼 경제가 힘든 시기, 아니면 앞으로 닥쳐올 더욱 힘든 시기에 요즘 발생률이 높은 암(45세 남성 암으로 사망할 확률 28.0%, 통계청, 2005)이나 뇌질환, 심장질환이나 큰 사고로 치료를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힘들게 저축한 돈을 쓰거나 대출하거나 가족들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직접 겪을 사람도 있겠고, 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결국 의료비를 만들지 못한 사람들은 치료를 포기하는 극한 상황까지 간다.

가장이 사망했거나 장애인(서울시 장애인 중 88%가 후천성, 2007)이 되어 경제활동을 못할 경우도 가정해 보자. 남은 부부 중 한 명의 소득이 괜찮다면 한쪽 소득이 줄어들어도 생활비나 저축을 조절해 생계를 꾸릴 수 있다. 그러나 외벌이 부부였다면 직장을 구해야 한다. 벌써 경제가 더 힘들어질 것에 대비해 명퇴를 권유하기 시작한 요즈음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구할 수 있는 직장은 대부분 비정규직인데 비정규직 평균 소득은 1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앞으론 그런 자리도 구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우리에겐 좀 더 안정된 직장을 구할 때까지 쓸 생활비, 소득창출을 위한 사업자금 같은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경제적 가장이 사망했을 때나 장애인이 되어 경제활동이 힘들 경우를 대비해 생활비를 보장해주고,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것이 종신보험, 민영의료실비보험, 암보험, 건강보험 같은 보장성 보험이다.

노인 인구 절반이 월 50만원 이하 수입... 그럼 어쩌지

노인 인구 절반이 50만원 이하 수입이라는데...앞으론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하는데...우리는 과연 우아한 노년을 보낼 수 있을까. 영화 <라벤더의 연인들> 중에서
 노인 인구 절반이 50만원 이하 수입이라는데...앞으론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하는데...우리는 과연 우아한 노년을 보낼 수 있을까. 영화 <라벤더의 연인들> 중에서
ⓒ (주)데이지엔터테인먼트, 영화사 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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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평균수명이 늘면서 오래 사는 위험도 커지고 있다. 최근 30년 동안 우리나라 통계를 보면 매 10년마다 평균수명이 5살씩 늘어난다. 이 결과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빨랐던 일본을 따라잡으며 현재 속도 면에서 1위로 등극했다. 통계청 통계를 보면 2006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9.5%다. UN에서는 2026년이 되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8%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전체인구에서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되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그래서 노후 생활을 위한 사회보장제도인 국민연금이 불안하다. 2056년에 고갈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국민연금 받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국민연금에 새로이 가입하는 사람은 저출산으로 줄어드니 현재의 비합리적인 보험료 책정과 운용방식으로는 고갈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같은 공적연금의 경우 적자가 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적자분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이들 연금 가입자나 수령자가 아닌 국민들은 형평성 측면에서 불만이 크다. 공적연금을 적게 수령하는 쪽으로 개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당연히 공적연금 가입자들도 수령액이 점점 줄어들어 은퇴자금에서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은 가계 주요 소득원이 남성인 경우가 아직 더 많다. 그들이 직장에서 은퇴하는 시점은 대개 50~60세 사이다. 은퇴하기까지 30년 정도 번 소득을 대부분 주택마련과 자녀교육에 지출하여 은퇴 준비는 거의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보건복지위원회 안명옥 의원이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제출한 '2007 국민연금신뢰도 조사결과 보고서'를 보면 10명 중 한 명이 제대로 은퇴준비를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51.8%는 충분하지 못하거나 매우 충분하지 못하다고 대답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은퇴 이후에 대한 불안함과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노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매우 고통스럽다. 빚을 감당하기 힘들어 법원에 개인파산신청을 하는 60세 이상 노인 숫자가 계속 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서 발표한 '개인파산 개인회생제도운영실태 분석'이란 자료를 보면 전체 파산자 중 2004년엔 6.3%였으나, 2005년에 9.7%로 크게 늘었고 2006년엔 1~8월까지 11.8%였다. 파산원인 중 주목해야 할 점이 병원비 지출로 인한 파산이 매년 2배 이상 는다는 점이다. 한국인 1인당 평생 동안 지출되는 평균 의료비가 7800여만원인데, 그중 4300만원 정도가 60세 이후에 들어가는 것이므로 어쩔 수 없는 결과다. 

2006년 통계청 통계로 보면 65세 이상 노인 중 노인 단독으로 생활하는 가구가 126만여호다. 노인가구의 절반은 월 50만원 이하로 산다. 도시 노인들은 이 돈을 벌기 위해 주로 폐지 수집을 한다. 하루 종일 모으면 3천~5천원이다. 1개당 40원짜리 빈병을 수집하고, 1장당 10~50원 하는 봉투를 붙이기도 한다. 이렇게 힘들게 생활하면서도 자식들의 생활고 때문에 손자 손녀를 부양하는 조손가구가 5만8천여호나 된다.

부양해줄 자식이 없을 경우 정부로부터 생활보장법상 최저생계비를 받을 수 있지만 노인가구 중 10%만 그런 혜택을 받는다. 나머지 90%는 법적인 부양 자식이 있어 최저생계보장에서 제외됐는데, 자식들은 생활고로 연락 두절 상태인 경우가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1106억원을 투입해서 6만개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경쟁률이 17대1이다. 이들 일자리는 환경미화, 지하철택배, 도시락배달, 폐지휴지줍기 같은 단순노역들 뿐이다. 노인들에게 잠재된 더 큰 위험은 부모를 부양하는 자식들 중 46.3%가 부양책임이 노인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내고 있으나 고갈되어가고, 정년퇴직 시기는 갈수록 단축된다. 노인 일자리 구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평균수명은 계속 느는데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은퇴 이후 생존을 위해서 연금보험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연금은 다른 투자자산에 비해 수익성이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안정적이고 평생 쓸 은퇴자산용으로 독보적이다. 종신연금을 선택하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자금을 은행예금이나 부동산처럼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준비할 경우 자식이 필요할 때 주거나 잘못된 투자로 잃어버리는 경우를 자주 본다. 연금보험은 매년 일정액이 나오고, 살아 있는 한 고갈되지 않는 금고라 할 수 있다.  

한국 사회보장제도는 OECD 최하위권, 당장 바뀌긴 힘들 텐데...

사고, 위험,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사회보장 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최하위권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고, 위험,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사회보장 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최하위권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 곡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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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사회보장제도가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할 정도로 취약하기 때문에 국민으로 살아가려면 의료비, 가장의 사망이나 장애로 인한 경제적 손실, 늙어 은퇴해서 살아가는 데 부족한 생활비에 대한 위험 대부분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이러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미래엔 더 큰 위험에 놓인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첫째 현금흐름을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급여에서 얼마를 지출하는지, 꼭 필요하지 않은데 쓰는 돈은 없는지, 술값으로 많이 나가지는 않는지, 필요 이상으로 옷을 많이 사지 않는지, 소득에 비해 비싼 브랜드만 선호하지 않는지, 충동구매는 하지 않는지, 가지고 있는 차가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등을 꼼꼼하게 점검하면서 필요 없이 누수되는 자금을 줄여야 한다.

고객을 만나 재무설계 상담을 하다보면 그렇게 새는 돈이 보통 월 20만~100만원이다. 대부분 그런 돈들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누수되는 돈으로 보장이 부족하면 보험을 보충하고, 저축이 필요하면 저축을 하고, 은퇴자금이 부족하면 은퇴자금을 늘려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금융회사가 불안할 때는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회사의 지급준비율, 신용등급을 잘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수되는 돈도 없고 줄일 돈이 없으면 자녀들의 사교육비를 손질해야 한다. 많은 가정에서 사교육비가 전체 생활비의 40~60%다. 학원에 많이 보내서 자녀들을 지치게 만들어야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닌데, 옆집 아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려 하고, 공교육기관과 학원의 부추김에 당하다 보니 부모들은 일단 학원에 보내야 안심한다. 과다하게 지출되는 사교육비가 바로 부모들의 은퇴자금 준비를 못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부모 욕심으로 사교육을 하기보다는 자녀에게 꼭 필요한 부분만 보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할 것이다.

학원에 보내지 않고 생활비는 생존에 필요한 정도만 쓰고 보험도 유지하기 힘든 최악의 상황이면 어쩔 수 없이 보험을 정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활비가 모자라면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도 낼 수 없듯이 말이다.

보험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연히 갑자기 어디에선가 발생할지 모르는 경제적 손실에 대한 안전장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위험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려면 보험에 대한 준비를 스스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싫다면 짱돌을 들고 거리로 나가는 수밖에. 충분한 사회보장을 갖춰달라고 요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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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보험, #경제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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