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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삐라는 보내는 사람들은 분단의 아픔에 빨대를 꽂아 살아먹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분단빨대'라 부르고 싶다. 그들의 실상을 폭로하는 삐라를 만들어 진보단체에서도 삐라를 북으로 날려 보내겠다."

 

'대북 삐라' 살포가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통일·시민사회단체도 삐라를 만들어 북으로 보낼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끈다. 김영만(64)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대표는 4일 오전 창원상공회의소 앞에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경남시국회의 615인 선언 기자회견'을 연 뒤, <오마이뉴스> 기자를 단독으로 만나 이같이 밝혔다.

 

진보단체에서도 삐라를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처음이다. 경남지역 인사들은 현재 대북삐라를 보내는 단체의 실상을 담아 북쪽으로 삐라를 보내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영만 대표는 대북삐라를 보내는 사람들은 북에 가서 활동하라고 촉구했다. 김 대표는 월남전 참전 용사로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국가유공자이면서 고엽제로 인한 전상유공자다. 이에 김 대표는 국가로부터 치료비를 받고 있다.

 

다음은 김 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대북삐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들은 북한 민주화운동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북에 가서 해야지 왜 남쪽에서 하나. 그들이야 말로 북에 가서 삐라를 뿌려야 한다. 그들은 민주화 투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수수구도 아니다. 대표적인 보수인사인 조용기 목사도 대북삐라를 보내서는 안된다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그 친구들은 좌도 우도 아니다."

 

- 대북삐라를 보내는 사람들이 좌도 우도 아니라면?

"이념도 없고 통일도 없다. 그들은 '분단빨대'다. 분단의 아픔에 빨대를 꽂아 살아먹는 사람들이다. 민족분단의 아픈 허리에 빨대를 꽂아 민족의 피를 빨아먹는 사람들이다."

 

- 임진각에서는 진보단체와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는데?

"그동안 진보세력이 가만히 보고 있다가 말리면서 싸웠다. 대북삐라를 막기는 막아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막을지 고민이었다. 그들은 진보단체 회원들을 향해 가스총을 들었던데, 만약에 진보단체에서 그랬다면 살인행위라고 하지 않았겠나."

 

- 대북삐라를 막을 방법은?

"진보단체들도 삐라를 보내야 한다. 그들이 현재 어디에서 돈이 나와 삐라를 보내는지 대충 알고 있다. 그들의 실상을 폭로한 내용을 삐라에 담아 북으로 날려 보낼 것이다.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대형 고무풍선에 그들의 실상을 폭로한 내용을 매달아 북으로 날려 보낼 것이다."

 

- 진보단체에서 보내는 삐라의 내용은?

"북에서 지금 그들이 보낸 삐라를 본 사람들은 남쪽 사람 전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여길 것 아니냐. 그래서 남쪽 사람 대다수는 평화통일을 바라고, 그들이 보낸 삐라는 우리 민족이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담을 것이다. 그들의 실상을 폭로하는 내용도 함께 담을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언제 보낼 것인지?

"조만간에 보낼 것이다. 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임진각 부근에 가서 보낼 것이다. 보내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삐라를 고무풍선에 매달아 적당한 장소에 가서 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한데, 연구를 거의 마쳤다. 구체적인 시기는 지금 공개할 수 없다. 법적 문제가 생기더라도, 특히 내용과 관련해 명예훼손문제가 되더라도 7000만 민족 전체의 미래를 위해서는 할 것이다."

 

 

지역 인사 615명 '남북관계 정상화 촉구 시국회의 선언문' 발표

 

지역 인사 615명은 4일 오전 창원상공회의소 앞에서 "6·15, 10·4선언 이행과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시국회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영만 상임대표와 진선식 전교조 경남지부장, 김정광 겨레하나되기 교류사업위원장, 박창균 늘푸른삼천 이사장, 이경희 경남진보연합 대표, 조광호 열린사회희망연대 공동대표, 손석형 경남도의원, 황철하 6·15공동선언실천 경남본부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사회를 본 백남해 신부는 "지금 국민들의 가장 큰 현안은 경제문제로,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개성공단을 발판으로 해야 한다고 보고 기자회견 장소를 상공회의소 앞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지금과 같이 개성공단 문제가 극단적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대북삐라 사건이다"며 "북은 이에 대해 군사회담을 제안하여 이 자리에서 삐라 살포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경고했지만 남측은 단속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북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것이 현재의 상황을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사실상 대북삐라 살포를 주도하고 있는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표 박상학씨 등에 대해 우리는 그동안 발언을 자제해 왔다"면서 "자칫 이념논쟁이나 남남갈등에 휘말릴 우려 때문이었는데, 얼마 전 마치 누구에게 인심이라도 쓰듯이 당분간 삐라 살포를 중단한다는 발표까지 해놓고 불과 며칠이 지나지도 않아 또 삐라 살포를 재개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만일 남한에서 독재정권시절 어느 민주인사가 탈남하여 북에서 지금 저들과 꼭 같은 짓을 했다면, 독재정권은 이를 빌미 삼아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훨씬 더 길게 연장시켰을 것이며, 길가다 우연히 주워 읽고 미처 신고하지 못한 삐라 한 장 때문에 간첩으로 몰려 고통받는 사람들이 허다했을 것"이라며 "우리의 지난한 민주화 운동의 역사 속에서 남한의 박상학이 없었다는 사실은 정말 다행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행동을 계속한다면 민족분단의 고통을 즐기며 이를 생업으로 삼은 죄와 남남갈등을 부추겨 남한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죄를 용서받기 힘들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역시 저들의 삐라놀음을 계속 즐기고만 있다면 그 후과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 간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상호비방 적대행위 중단"과 "대북삐라 살포중단", "남북경제 협력 정상화",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적은 종이를 매단 고무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이번 선언에 참여한 인사들은 1만원씩 내 신문광고와 정책토론회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또 경남시국회의는 선언에 참여할 사람들을 더 모아 조만간에 '1004인 선언'을 할 예정이다.

 

 

태그:#대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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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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