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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샌드위치 상태다.

 

대선과 총선 참패에 이어 정세균 체제 출범 이후에도 계속 10%대 지지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의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이 각기 목소리를 강화하고 있다.

 

3일 오전 정 대표 초청으로 열린 당 원로들의 상임고문 회의에서도 문희상 국회부의장, 임채정 전 국회의장, 신기남 전 의원 등은 "야당으로서 확실하게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박상천 의원은 "정부에 협조하려면 확실하게 협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의원은 이미 "민주당의 지지율이 낮은 것은, 무조건 반대하고 참신한 스타 정치인이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이라며 "지금 같은 경제위기에 불합리한 반대만 하게 될 경우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에서 '선명야당'을 강조하는 세력은 2일 '민주연대'라는 틀로 조직화를 마친 상태이다. 김근태 전 의원의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과 천정배 의원의 민생정치모임이 주축이 되고 여기에 정동영계가 결합한 형태다.

 

열린우리당 출신 현직의원 17명, 전직의원 35명이 참여한 민주연대의 발족식은 참석자들의 면면과 그 분위기에서 '주인들의 귀환'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조직체계도 당 조직을 축소한 형태다. 

 

"개혁성 대폭 강화해 선명야당 깃발 높이 들고"... 이명박 정부 '독재' 규정

 

이들은 출범선언문에서 민주당의 진로를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존재성마저 흔들리고 있는데 누가 우리를 책임정당, 정책정당이라고 인정하겠는가. 국민들의 반대와 비판을 전혀 개의치 않고 독재와 독선을 일삼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협조할 게 무엇이 있단 말인가. 지금은 개혁성을 대폭 강화해 선명야당의 깃발을 높이 들고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투쟁해야 한다."

 

정세균 대표가 강조해온 '책임지는 야당론'과 대안야당론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다.

 

사실상 민주연대의 좌장인 김근태 전 의원은 "지금은 투쟁하고 실천할 때"라며 "다시 촛불을 들고 민주광장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광장으로 집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걸 공동대표는 민주당에 대해 "(정부에) 밑을 대주고 있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이명박 한나라당의 독주에 견제는커녕 오히려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연대의 지도자들인 김근태, 정동영, 신기남 전 의원과 천정배 의원은 새로운 세력인 저희에게 대표를 허용해줬다"면서 "민주당도 그렇게 해야 하고 정세균 대표도 예외가 아니"라고 말했다.

 

민주연대에서조차 "너무 심했다"며 이 공동대표의 '개인적인 돌출발언'이라고 진화했지만, 정 대표에 대한 민주연대 쪽의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투쟁성 강화해야 지지도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안타깝다"

 

당내 보수세력도 목소리를 강화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인 강봉균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출연해 "당 내부에서 야당은 대정부 투쟁성을 강화해야만 지지가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낮은 지지도에 대해 "국민이 야당에 기대하는 것은 투쟁성이 아니라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의 희생과 고통을 줄이는 것을 앞장서 푸는 것"이라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민주당에) 새로운 지지층이 안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예산안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종합부동산세가 정당성이 있다 해도 지난 선거 때 국민들이 그것 때문에 표를 안 준 것이기 때문에 보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 1월 김근태 전 의원을 '좌파'라고 공격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장선 의원도 이날 오후 '위기의 민주당, 무엇이 대안인가'라는 글을 내고 "(지난 대선 등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최대 원인은 민주당에 '먹고사는 문제에'에 대한 답이 없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안야당' 성격을 부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60세 이상 의원들이 모인 '민주시니어' 모임의 일부 의원들도 지난 1일 정세균 대표에게 남북문제 등과 관련해 당의 우향우 행보를 강조했다.

 

홍재형 의원(충북 청주 상당)은 "우리 지역에서는 우리 당에 대해 '결사 반대만 하지 말고 (반대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며 "남북문제도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만 잘못한 것으로 하지 말고, 북한도 잘못했다는 양비론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종 의원도 "야당에 반드시 진보만 있다고 보지 않으며, 보수야당도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당 예결위원장인 최인기 의원은 특히 대북정책과 관련해 "민주당이 민주노동당과 공조하는 데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정세균 대표와 맞섰던 추미애 의원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4일 여는 '한국의 내일을 말하다'라는 책의 출판기념회는 추 의원의 본격적인 행보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추 의원은 이 책에 신자유주의와 한미FTA에 대한 비판과 한반도 정세에 대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재보선 대비, 최고위원 참여하는 TF팀 구성

 

이러한 노선 갈등은 단순한 정책 차이가 아니라 '정세균 민주당'의 부진이 그 배경이라는 점에서 정 대표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경기 부평, 수원 장안 등 수도권 지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내년 4월 재보선결과가 정세균 체제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의 측근들도 "결과가 안 좋더라도 열린우리당 시절 잦은 지도부 교체에 대한 반면교사가 있고, 별다른 대안도 없기 때문에 교체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제대로 된 지도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한다.

 

불길한 징조는 많다. 당 지지도는 20%대에 불과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보다 낮고, 기초의원 선거이기는 하지만 텃밭인 전남 여수에서 민주노동당에 패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4월 재보선을 위해 이번 주내로 최고위원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그동안 전반적으로 '대안 야당'을 주장해온 정 대표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사월회 초청강연에서 그는 "강한 야당이냐 대안 야당이냐 논란이 있는데, 저는 사실 대안 야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면서 "그런데 현 정권의 국정운영 태도로 봐선 아무리 우리가 선의로 협력하고 싶어도 도저히 협력할 수 없도록 드라이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방문에 이어 시민사회단체들과 결합도를 높이고 있다. 1987년 5월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이후 최대 규모 모임으로 평가받는 '극심한 경제위기·혹독한 민생고 극복을 위한 제정당·원로·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의 4일 국회모임에도 참석하기로 했다. 대북문제를 고리로 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과 연대도 강화하고 있다. 3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당 대표 초청 만찬을 거부해 청와대 회동 자체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정 대표가 그동안 형성된 관리자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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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정세균, #민주당, #민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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