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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예분 거짓말 방송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KBS2 <샴페인>.
 최근 김예분 거짓말 방송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KBS2 <샴페인>.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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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출신 연예인 김예분의 거짓말 방송 논란이 한창이다.

지난 11월 29일, 매주 토요일 저녁 KBS 2TV에서 방송되는 심야 토크쇼 <샴페인>에 출연한 김예분은 골프장에서 전직 대통령과 만나서 생긴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에피소드가 김예분 본인이 겪은 게 아니라는 데 있었다. 해당 이야기는 한 라디오 프로에서 청취자의 경험담으로 소개된 바 있었는데, 김예분은 방송에서 그걸 마치 본인이 겪은 것처럼 얘기한 것이다.

시청자의 제보로 거짓말이 곧 들통나자 김예분은 물론 <샴페인> 제작진도 공개적으로 사과글을 올려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시청자들의 분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연예인의 거짓말 방송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사건은 이전에도 몇 차례나 더 있었다.

남성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인 이특은 지난해 한 방송에서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와 관련된 일화를 얘기하면서 "김연아 선수가 미니홈피 일촌 신청을 했는데 거절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 일로 그의 팬들이 김연아 미니홈피에 몰려가 욕설·비방 댓글을 남기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는데,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이특이 곧 자신의 거짓말이었음을 해명했다. 단지 웃기자고 한 이특의 거짓말에 아무 잘못도 없는 김연아가 그의 팬들로부터 비난받은 셈이다.

연예인들의 거짓말 방송, 처음이 아니다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방송출연을 거의 하지 않던 'DJ.DOC' 이하늘과 '리쌍' 길은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방송출연을 거의 하지 않던 'DJ.DOC' 이하늘과 '리쌍' 길은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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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이영자의 경우 지난해 연예인들이 자기 소장품의 값어치를 감정 의뢰하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이아몬드 반지 감정을 요청했다. 이영자는 당시 방송에서 그 반지에 대해 '절친한 친구 이소라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감정 후 문제가 발생했다. 다이아몬드 반지가 가짜로 밝혀진 것.

방송을 본 시청자들과 누리꾼들은 '친구한테 어쩌면 그럴 수 있느냐?'며 이소라를 맹비난했지만, 알고 보니 그 이야기는 이영자가 꾸며낸 것이었다. 결국 이소라는 애꿎은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특과 이영자는 모두 '방송의 재미를 위해 그랬다'며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김예분 역시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타인의 경험을 자신의 것처럼 이야기했다며 사과했다. 이처럼 연예인들의 '거짓말 방송'은 모두 한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바로 재미를 위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연예인들은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방송에 임해야 했던 걸까?

요즘 연예계의 화두는 '예능'이라고 한다. '예능에 죽고 예능에 산다'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연예인들의 인기에 예능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배우들이 새 작품을 찍고 가수들이 새 앨범을 출시했을 때나 순례하듯 방송 3사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 도장을 찍는 일은 이제 옛말이 되어 버렸다. 배우도 가수도, 본업인 연기와 노래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히려 예능으로 이름을 알리고 그 시너지 효과를 본업에서 누리는 연예인들도 상당하다.

'전성기' 구가에 필수가 된 예능

KBS2 <해피선데이> '1박2일'의 이승기, 은지원, 김C, MC몽의 본업은 모두 가수다. 이들은 모두 '1박2일'이 뜬 이후 예능 고유의 캐릭터를 자신의 이미지로 활용하면서 범국민적인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최근 가파른 시청률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는 SBS <일요일은 좋다>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 중인 이천희, 박예진 역시 예능 출연 이후 연기만 하던 시절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예능 덕에 기존의 이미지를 개선했고, 덕분에 광고도 찍을 수 있었다.

MBC <놀러와>의 이하늘과 길도 마찬가지. 최근 몇 년간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던 이하늘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 이후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힙합 그룹 '리쌍'의 멤버인 길 역시 예능에 자리를 잡은 후부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동안 방송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던 연예인들이 예능으로 복귀하여 다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이하늘이 그렇고, 4차원 캐릭터로 요즘 한창 인기 좋은 한성주, 그룹 R.ef의 멤버였던 성대현, 룰라의 고영욱 등도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걸출한 입담을 과시하며 속속 방송가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듯 요즘 연예인들이 소위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데 예능은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고, 그런 까닭에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희망하는 연예인들은 상당하다.

게다가 요즘 예능의 트렌드는 이전과는 사뭇 양상이 다르다. 최근 예능의 주류를 살펴보면 형식은 다(多)MC 체제, 내용은 배려 없는 이기주의와 경쟁이 대세다. 1990년대 예능처럼 한두 사람의 메인 MC와 소수 패널, 거기에 게스트를 불러 게스트 위주의 방송을 펼치던 시대가 가고, 게스트를 압도하는 숫자의 MC들과 입담 좋은 패널들을 앞세워 그들 위주의 방송을 추구하게 됐다. 더구나 게스트 역시 한두 명이 아닌, 많게는 너덧 명을 한꺼번에 출연시켜 게스트들 사이에서도 입담 경쟁을 하게 만드는 신 풍속도가 자리 잡았다.

이젠 예능도 경쟁이다, 거짓말도 불사하라?

SBS <일요일은 좋다>의 한 코너인 '패밀리가 떴다'. 연기자인 이천희와 박예진은 이 프로그램 출연 이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SBS <일요일은 좋다>의 한 코너인 '패밀리가 떴다'. 연기자인 이천희와 박예진은 이 프로그램 출연 이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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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김예분의 거짓말로 논란이 된 <샴페인>을 살펴보자. 이날 방송에는 메인 MC 신동엽과 신봉선, 고정 패널 조혜련과 조형기, 거기에 7명의 게스트까지 합치면 무려 11명이 출연했다.

방송 시간은 약 65분. 모든 인원에게 동일한 분량이 나눠진다고 가정할 경우 한 사람당 할당된 시간은 고작 6분 정도였다. 그런데 또 어디 방송이 그런가? 여러 시간 녹화하여 방송에 쓸 만한 것만 추려 내보내니, 방송은 재미있는 출연자 위주로 채워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나마도 편집을 당해 입 한 번 못 뗀 걸로 나오기 일쑤 아닌가? 더구나 이날 게스트는 입담 좋기로 유명한 이경실, 김민희, 강성범 등이었으니 이들 위주로 방송이 흘러갈 건 불을 보듯 뻔했다.

실제로 이날 방송에서 흐름을 주도한 건 이경실, 김민희, 강성범, 백지영이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방송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반대로 고정 패널인 조형기의 경우 카메라에 거의 잡히지 않았다. 김예분 역시 단독으로 카메라에 잡힌 건 서너 차례 밖에 되지 않았다. 드라마 촬영 중 감독에게 혼난 이야기, 미용실에서 있었던 일, 탤런트 이훈과 관련된 에피소드, 그리고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일화, 이 네 가지가 김예분이 말한 전부였다. 연예계 은퇴 후 10년 만에 복귀한 김예분은 거짓말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시청자를 우롱하는 거짓말 방송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김예분과 제작진 모두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에 적합한 제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치열한 경쟁 일변도의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까지 해야만 하는 세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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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예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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