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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현대사 집필자 협의회 참가 교수들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일방적 교과서 수정권고를 거부한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4일 세실레스토랑에서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한철호 동국대 교수, 주진오 상명대 교수, 홍순권 동아대 교수.
 한국근현대사 집필자 협의회 참가 교수들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일방적 교과서 수정권고를 거부한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4일 세실레스토랑에서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한철호 동국대 교수, 주진오 상명대 교수, 홍순권 동아대 교수.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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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출판사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집필자들의 동의 없이 교과서 내용을 대폭 수정하겠다는 의견을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전달한 데 대해 교과서 집필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법적 대응' 의견까지 밝혔다.

금성출판사 대표집필자인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 등 집필자 6명은 30일 보도자료를 내 "집필자 이름이 명시된 책의 내용을 발행자가 임의로 바꾸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저작권에 위배되고 집필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며 출판사의 수정 의견 철회를 요구했다.

또 금성교과서 집필자 6명은 "교과서의 부당한 수정과 채택 개입으로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교과부에 있고 이러한 행위가 중단되지 않을 시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며 ▲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과서 수정 요구를 철회하고 수정 작업을 집필자의 자율적 판단에 맡길 것 ▲ 근현대사 교과서 교체 압력 중단 ▲ 교과서 채택의 자율성과 교육의 중립성을 보장 등을 교과부에 요구했다.

교과부는 지난달 30일, 교과서 출판사 및 저자들에게 '근현대사 교과서' 1차 수정 권고안을 보낸 데 이어 최근 2차 수정지시문을 출판사들에 전달했다. 출판사들은 교과서 수정 의사를 지난 28일 교과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성교과서 대표 집필자인 김한종 교수(한국 교원대 역사교육과)를 30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김한종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내가 안 쓴게 내가 쓴 걸로 되는데, 말이 되나?"

<한국 근현대사>의 대표 집필자 김한종 교수.
 <한국 근현대사>의 대표 집필자 김한종 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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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가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겠다고 교과부에 의견을 제출했나?
"공식 문서로 냈는지는 확인 못했다. 교과부에 하겠다고 했으니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우리(저자) 의사와 상관없이 수정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책이란 게 저자와 발행자가 있는데 발행자인 출판사는 편집·교정·영업을 담당한다. 책의 내용은 엄연히 저자가 쓰는 건데 저자 의견과 상관없이 발행자가 수정 의견 올리는 건 이상하다. 교과부는 발행자가 수정 의견을 올리면 그걸 검토하겠다고 한다. 그건 '고치겠다'로 보인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건지 묻고 싶다. 단적으로 내가 저자인데 내가 안 쓴 걸 썼다고 해서야 되겠나? 누가 나중에 책을 보면 집필자가 이렇게 썼을 거라 보지 않겠나?"

- 이런 의견에 대해 출판사는 뭐라고 하나?
"내일쯤 우리 얘기에 대해 출판사가 어떻게 나올지 확인할 예정이다. 지난 금요일(28일) 오후, 출판사로부터 통보 받았다. 출판사가 교과부의 수정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하더라. 내가 그걸 막을 수는 없지만 동의할 수 없다. 6명이 집필자인데, 어찌 출판사가 수정하나? '그렇게 하지 마라'고 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현실적으로 출판사를 막을 방법은 없다."

- 교과서를 수정할 때 출판사가 저자와 협의하도록 돼 있지 않나? 집필자들에게 수정 의견을 구하지는 않았나?
"일반 저작권이 그리 돼 있는 거고, 우리 의견을 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도 이해를 못하겠다. 이게 가능한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아침 언론보도를 보니 익명의 교과부 관계자가 '출판사가 정식으로 그 내용을 올리면 검토해보겠다, 저작권 문제는 집필자와 출판사간의 문제'라고 했더라.

그 말을 해석하면 이렇다. 그동안 교과부가 직권 수정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는데, '직권 수정'을 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교과부가 직권 수정할 경우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것 같으니, 출판사가 고치고 저작권 문제를 책임지도록 하려는 것 간다. 금성출판사 사장도 그 문제를 잘 아는 것 같다. 한 언론 보도에서 (금성출판사가) 법적 책임도 지겠다고 했더라. 결국 일은 교과부가 진행하고 출판사에 '수정안'을 올리게 해서 출판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걸로 보인다.

어쨌든 출판사가 임의로 고치는데 대해 출판사에 책임이 있다. 저자 의견과 상관 없이 고치는 건 출판사에 문제가 있지만 더 근본적 문제는 교과부에 있다."

출판사에 책임 떠넘기는 교과부가 근본 문제

김한종 교수와 서중석 교수는 6일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가운데 김한종 교수.
 김한종 교수와 서중석 교수는 6일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가운데 김한종 교수.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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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의 부당한 수정과 채택 개입으로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교과부에 있고 이러한 행위가 중단되지 않을 시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적 대응까지 갈 생각인가?
"그럴 생각이다. 이건 초유의 일이다. 전례도 없고,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우리도 이런 것들이 어찌 처리될 수 있는 건지 충분히 알아보고 구체적인 것을 결정할 것이다."

- 지금까지 출판사가 임의로 수정하는 일이 없었나?
"논란은 있었다. 여러 번 보도된 것처럼 4년 전에도 지금 주일대사인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해서 논란이 있었지만, 교과부는 계속 문제없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절차를 통했고, 문제없다고 말했다. 올해는 그 이야기를 바꿔서, 문제가 있다고 말을 바꾼 거다. 이전하고 지금하고 가장 큰 차이다."


- 출판사는 왜 수정하겠다고 나섰나?

"핵심은 출판사가 자발적으로 한 것 같지 않다는 거다. 금성출판사뿐만 아니라 5개 출판사가 동시에 그런 행위를 했다. 출판사가 교과부 지시를 거부하기는 힘들었을 거다. 출판사와 집필자간의 문제로 끌고 가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는 건 교과부다.

그런데 교과부가 이런 식으로 갈 필요가 있나? 교과서가 그렇게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에 와서 판단이 달라졌다면, 교과부의 과거 검정 절차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검정을 취소하겠다는 얘기를 솔직히 해야한다. 작년까지 계속 문제없다고 발표해놓고 굉장한 편법을 동원해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부처가 말만 하면 '교육적'이니 '민주주의'니 '자율'이니 얘기하면서 편법을 동원해 교과서를 고치려하는 게 답답하다. 교과서 하나로 정부 기구가 이런 방식까지 동원해야 하는지,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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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근현대교과서,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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