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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소설(小雪)이라서인지 날씨가 꽤나 쌀쌀한 날, 강동구 암사동 선사주거지에는 50여명의 중학생들이 나와서 흩어진 낙엽을 쓸고 전시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요즘은 학교에서 봉사점수가 학점에 반영되기 때문에 매주 일요일이나 놀토(노는 토요일)에는 자원봉사를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오늘도 그런 날이어서 강동구 강일중학교와 신암중학교 학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선사주거지에 나와서 넓은 야외 전시장에 울창한 나무들이 뿌려놓은 낙엽을 열심히 쓸어 담고 있었다.

 

한편 일부 학생들은 갈퀴로 긁은 낙엽을 친구들에게 마구뿌리며 장난을 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정경이 더 자연스러운 얄개들의 모습이어서 한 폭의 그림이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겨울에도 강동구 상징나무인 저 잣나무처럼 상록수로 쑥쑥 자라야 할 청소년들이 오로지 공부에 시달리느라 대자연을 접할 기회가 없었을 텐데, 이런 날만이라도 자연 속에서 자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누릴 수 있음을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

 

야외에서는 낙엽을 쓸어 큰 자루에 담고, 실내전시장에서는 대걸레로 전시장 바닥을 닦으며, 일부 여학생들은 유리창을 꼼꼼히 닦고 있었다.

 

한 2시간쯤 지나자 "일을 다 끝마쳤는데 또 무얼 할까요?" 하며 4시간을 채워야 한다기에 담당 직원과 상의를 하여 수고들 많이 했으니 전시실에서 선사문화에 대한 해설을 들려주자고 했다.

 

- 우리나라 역사는 몇 년이 되었고 인류의 역사는 얼마나 되었나요?

"우리나라 역사는 오천년이고요, 인류의 역사는...??"

 

-잘 생각이 안 나죠? 어려운 공부들 하느라고 쉬운 역사는 등한히 애서 그렇겠죠? 흔히들 우리 역사를 반만년이라고 하죠. 정확하게는 단기4341년입니다. 우리가 쓰는 달력의 서력기원보다 2333년이 앞섰지요. 인류의 역사는 450만년이라고 하는데 일부 학자들은 200만년, 혹은 250만년이라고도 해요. 그런데 선사주거지는 지금으로부터 6천 년 전 우리 조상들이 살던 곳이므로 신석기시대 중반쯤 되지요.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은 구석기, 그 이후부터 1천 년 전까지를 신석기로 잡으니까요. 그리고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은 시대를 선사시대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시대에는 살림살이도 없었을 텐데 무얼 어떻게 해먹고 살았나요?"

 

한 여학생이 질문을 했다.

 

-그래요 살림이라곤 돌을 갈아 만든 갈판, 갈돌, 돌도끼, 돌칼, 돌창뿐이고 처음으로 빗살무늬 토기를 만들어 썼어요. 이곳에서 출토된 토기는 요즘 우리들이 필요하게 쓰는 전자제품 못지않게 획기적인 과학문명의 첫 산물입니다.

"저렇게 다 부서진 토기뿐인데 그래도 그들은 행복했을까요?"

 

-물론이죠, 그 시절엔 지금처럼 자살하는 사람은 없었을 거라고 고고학자들이 말했어요. 골치 아픈 수능 시험도 없고, 취업 시험도 없고, 오로지 강에서 물고기를 잡고 산에서 열매나 따며 기장, 수수 농사를 농약 없이 지었을 테니까 무공해 식품으로 평화롭게 살았을 겁니다.

"어휴, 그럼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게 좋겠네요. 좀 불편하긴 하겠지만... (웃음)"

 

-지금도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 기슭에는 잉카 원시인들이 움집에서 살고 작살치기로 물고기를 잡으며 거의 나체로 살고 있어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렇게 사는 것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지요.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오늘 여러분이 긁어모은 낙엽들이 모두 좋은 땔감이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문명시대에 태어났으니 어쩔 수가 없잖아요?"

 

-그렇죠, 다만 정신자세만이라도 바르게 갖고 살면, 지구를 살리는데 한결 도움이 될 겁니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바닷물이 넘쳐, 벌써 태평양에 있는 섬들은 가라앉는 현상이 나타난대요. 일본도 점점 위험하고 그렇게 되면 우리도 불안하겠지요."

 

학생들은 1, 2전시관 해설을 진지하게 다 듣고 나서 "오늘 봉사는 꿩 먹고 알 먹고 했네"라며 남은 휴식시간을 즐겼다.

 


태그:#자원봉사 중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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