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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미래학회는 26일 오후 서울 연세대 새천년관에서 '한국의 이념논쟁- 한국의 보수를 말한다' 연속토론 첫번째 토론을 열었다.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미래학회는 26일 오후 서울 연세대 새천년관에서 '한국의 이념논쟁- 한국의 보수를 말한다' 연속토론 첫번째 토론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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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뉴라이트 인사 가운데 한 명인 김일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7일 "뉴라이트는 죽었다"며 "뉴라이트 종언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5년 보수정권 창출을 위해 조직된 보수지식인 네트워크에서 핵심세력으로 활동했던 김 교수의 이 발언은 뉴라이트 내부를 겨냥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김일영 교수는 이날 오후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미래학회가 공동 주최한 '한국의 이념논쟁-한국의 보수를 말한다'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 이후 뉴라이트 일부가 정치에 참여하면서 애초의 순수성을 잃었다"며 "뉴라이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행동주의 분파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이명박 정부와 함께하면서 정책운동의 여지를 축소시켰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또 "뉴라이트 운동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이제 뉴라이트는 끝났다고 선언하고 싶다"며 "운동이 지나치게 정치화, 권력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뉴라이트는 자유주의를 한국 보수이념의 독자적 범주로 살려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보수가 장기적으로 지속될만한 토대를 만들 정도의 역량을 갖추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한국 보수는 제3의 길로 네오콘을 넘어 프로콘(프로그램을 가진 전문 보수)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교수는 "뉴라이트를 한국 보수 제3의 길로 부르기에는 콘텐츠가 너무 취약했다"며 "지속가능한 보수가 되려면 진보를 공략할만한 프로그램을 갖춰야 하는데 뉴라이트에게는 그런 게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뉴라이트가 문제 삼았던 쟁점들은 이념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며, 한국 보수의 이념을 체계화하는 역할은 했지만 진보를 흡인할만한 내용을 갖추지는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은 준비 안 된 '무개념' 보수의 집권"

촛불시위와 관련해서도 김 교수는 "촛불시위 사태는 한국사회가 '약한 국가-강한 시민사회'의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징표였다"며 "국가가 질서와 권위를 회복한다고 사회를 제약하던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이 말은 촛불로 드러난 시민사회의 힘을 인정해야 정부에도 힘이 생긴다는 말로 풀이됐다.

특히 김 교수는 "한국의 보수는 이제 미국과 맞설 수 있는 비전을 가진 보수가 돼야 한다"며 "국제질서와 남북관계, 통일문제에서도 독자적인 전망을 가져야 하며 더 이상 미국을 쫓아다니는 보수가 돼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김 교수는 이날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집권을 "준비 안 된 '무개념' 보수의 집권"으로 평가하면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뒤로 진보의 위기가 시작된 것처럼 한국의 보수에게도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많은 사람들은 권력의 시계추가 10년 만에 좌에서 우로 움직였다고 기뻐했지만 반대로도 갈 수 있는 게 시계추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거듭된 인사실패 ▲물가 및 환율관리 실패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 ▲금융위기 등 지속적인 실책이 지지율 하락을 불렀다"며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아주고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보수의 수권능력을 심각하게 회의하면서 지지를 철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의 보수는 이명박을 후보로 내세워 권력을 되찾는 데만 급급했지 집권 후를 대비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는 게을렀다"며 "그 결과 오늘날 보수의 위기를 불렀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보수가 지금 당장 자기점검과 재정비를 하지 않는다면 "자기성찰을 게을리하면서 19세기적 민족주의와 20세기적 분배, 1980년 광주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해 '시대의 지진아'가 됐던 한국의 진보와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많은 국민들은 낡은 가치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가 주는 감동에 목말라 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국민적 갈증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170석 이상을 지닌 한나라당도 당내갈등과 리더십 부족으로 덩치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수지지로 돌아섰던 사람들이 1년도 안 돼 후회하게 된 이유가 뭔지 성찰해봐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함께 한국 보수 전체의 능력부족도 작용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미래학회가 공동 주최한 한국의 보수를 말한다 토론회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미래학회가 공동 주최한 한국의 보수를 말한다 토론회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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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중 교수 "이명박 대통령 추태에 가까운 실정"

이날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중앙대 차세대에너지안전연구단이 함께 조사한 '한국사회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의 보수집단'을 분석한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장 교수는 "한국의 보수집단은 사회적 약자"라며 "사회적 약자인 보수집단의 지지를 받아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재벌총수 일제 사면 ▲종부세 폐지 ▲감세 등 기득권층에게 유리한 정책을 편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한나라당 지지기반인 보수집단이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데 비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지난 7월 발표된 국회의원 재산 등록결과를 보면 평균재단 31억7천만원으로 17대에 비해 무려 2.9배나 늘어났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도 "이명박 대통령은 추태에 가까운 실정을 범하고 있다"며 "리더십의 위기"라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촛불시위 대응에서도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는 첨언이 불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며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한국 보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천민적 요소"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보여주는 경제사회정책은 '마적단적 행태'에 다름 아니다"며 "99개를 가진 사람이 100개를 채우기 위해 1개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는다는 말처럼 한국 사회경제정책을 보면 그 말이 빈말이 아니구나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교수는 '김일영 교수의 뉴라이트 종언 발언'과 관련해 "과거 한 학술토론에서 신지호 의원에게 정치권력과 거리를 두고 뉴라이트 운동을 하라고 조언한 바 있지만 결국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뉴라이트의 문제점은 시작도 선정적인 방식으로 하고, 마무리도 선정적으로 하려는 것"이라며 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자유주의가 차지하는 중요한 몫이 있기 때문에 뉴라이트가 좀 더 진중하게 작업하면 좋겠다"며 "선정적인 방식으로 종언을 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질타했다.

"한국 보수, 이념으로 윽박 말고 과학적 증거로 국민 설득해야"

이밖에도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의 보수집단이 경제적 효율성을 앞세운 신자유주의적 시장원리를 고수하는 한, 보수이념은 국민 다수의 생각과 동떨어진 소수 기득권층의 국지적 관념이라는 공박에서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한국의 보수집단은 자체적 혁신을 통해 역동적 사회현실에 부합되는 '연성 보수'로 변신해야 역사적 소명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념으로 윽박지르는 보수가 아닌 과학적 증거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실력있는 보수가 돼야 한다"며 "시장경제의 역동성을 바탕으로 혁신을 이끌어내려면 게으른 보수에서 부지런한 보수가 돼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한반도선진화재단은 이번 토론을 시작으로 내년 3월과 6월 두 차례로 나눠 '진보를 말한다' '보수와 진보간 국정과제 전반에 대한 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한반도선진화재단 측은 한국의 이념논쟁 토론회를 통해 더 이상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국가발전의 동력을 만드는 건강한 보수와 진보로 거듭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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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보수, #한국의 이념논쟁, #한반도선진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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