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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수많은 낙방을 경험 하고 받은 상패들.
 수많은 낙방을 경험 하고 받은 상패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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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고 겨울이 다가오는가 싶으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고질병이 있습니다. 가당치도 않게 각 일간지는 물론 지방지와 몇몇 기업에서 주최하는 '신춘문예공모'에 자꾸만 눈과 마음이 가는 것이지요.

사실 많은 문학소녀들이 그랬던 것처럼 저도 어린시절에는 마흔에 등단한 박완서 선생님을 거울 삼아 '나도 마흔에 등단을?'이라는 꿈을 꾸기도 했었답니다. 하지만 몇 해 지나지 않아 저의 재능과 노력이 그 꿈을 이루기에는 어림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오르지 못할 나무인 신춘문예는 그저 꿈으로만 남겨두기로 했었지요.

못 이룬 신춘문예의 꿈, 공모전에서 이루다

한때 신춘문예의 꿈을 키우며 습작 나부랭이를 끄적이던 문학소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신춘문예와는 언감생심 비교도 되지 않지만 부족하나마 글 솜씨를 발휘해 수필이나 경험담 혹은 기획안들을 보낼 만한 이런 저런 공모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지요.  

그동안 응모했던 여러 가지 공모전에서의 크고 작은 수상 경력은 어쩌면 지금까지 제가 글쓰기를 놓지 않고 있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답니다.   

"이게 뭐야? 누가 이렇게 상을 많이 받은 거야?"
"어머. 다 자기 거야? 난 아들이나 남편이 받은 건 줄 알았는데. 대단하다."
"상패가 이 정도면 상금도 적지 않았겠는데? 그거 다 뭐에 썼어? 좋았겠다."
"우와, 이건 금메달아냐? 한냥이면 얼마야. 없어지면 내가 가져간 줄 알라고. 하하하."

저희 집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늘 상패가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되곤 합니다. 어느 집이나 장식장이나 책상 위 또는 피아노 위에 한두 개쯤 있기 마련인 흔한 상패지만, 그 상패에 아내나 엄마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남서향인 우리 집은 지는 해가 거실 깊은 곳까지 들어오곤 합니다. 그럴 때면 거실 한쪽에 놓여있는 크리스털 상패들이 지는 햇살을 반사해 집안에 온통 무지개를 그려놓습니다. 학교 다닐 때 배운 프리즘 효과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방안 가득 영롱하게 빛나는 무지개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저 상패들이 가지고 있는 공모의 추억에 젖게 된답니다.   

상금보다 더 많은 당선 축하 '턱', 그래도 좋아!

상을 받으면 부모님께 효도도 할 수 있답니다
 상을 받으면 부모님께 효도도 할 수 있답니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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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저의 첫 공모는 남편 회사에서 직원가족을 대상으로 공모를 했던 '가족사랑 수기'입니다. 비록 회사 내 공모였지만 그동안 마음 속에만 담고 있던 문학소녀의 꿈을 한껏 발휘한 덕에 대상 다음인 금상을 수상하게 되었답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저는 저대로 상금보다 더 많은 한턱을 내야 했지만 하나도 아깝지가 않았습니다. 그 덕에 당시 대리였던 남편으로서는 언감생심 얼굴 한 번 보기도 쉽지 않다는 사장님과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하면서 격려까지 받았으니 말이죠.  

스님이 고기 맛을 보면 법당에 빈대가 남아나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사내공모에서 금상을 받은 후에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수없이 많은 공모에 응모를 하게 됩니다. 입상, 장려상, 금상, 은상, 대상 등등 응모 횟수가 늘수록 많은 당선 소식이 들려왔고 문화상품권, 세탁기, 청소기, 전자레인지 등 상품은 물론 몇 십만원씩의 상금까지 손에 쥐게 되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었답니다.

물론 그중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받은 상도 적지 않습니다.

'신춘문예가 아니면 어때? 이렇게 글 써서 상금도 받고 상품도 받고 때때로 내 이름을 달고 방송에 소개되기도 하면 좋은 거지. 누가 알아? 이러다 나이 환갑에 정말 멋진 작품을 하나 쓰고 등단을 하게 될지? 그럼 아무도 모르는 거거든….'

한때 신춘문예를 꿈꾸던 문학소녀는 마흔을 넘어가며 이루지 못할 꿈과 타협을 하고 그 중간 지점쯤에서 새로운 꿈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공모전에 글을 올리던 내공을 바탕으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된 것이지요. 이제 제 꿈은 환갑 때까지, 아니 그 이후까지 열정적으로 기사를 써내는 할머니 시민기자가 되는 것이랍니다.

공모의 달인, 이렇게 하면 '저만큼' 합니다

저를 알고 있는 주변사람들은 늘 저에게 물어옵니다.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공모전에서 '척척' 당선 될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당선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낙선의 고배를 마시며 아파했던 것을 알리 없는 그들은 늘 내가 너무 쉽게 당선의 행운을 안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쉬운 일은 세상에 단 하나도 없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그 방법을 계속해서 물어온다면 그동안 낙선의 고배를 마셔가며 쌓아온 저의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한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수십 번의 낙방을 경험하면서 생긴 저만의 노하우. 궁금하지 않으세요? 

'무턱대고 아무거나 응모하지 말고 내가 잘 알고 내 경험과 인생을 담아 잘 쓸 수 있는 분야만 선별적으로 써 보자'는 것이 제가 깨우친 응모의 첫 번째 법칙입니다. 기사도 마찬가지지만 경험담이나 수기 역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한 화법으로 담아내는 것만큼 감동을 주는 글은 없습니다.  

'중복되는 내용을 줄이고 엑기스만 담아서 일년에 한두 번 정도 인지도 있는 공모에 내보는 것' 이것이 두 번째 법칙입니다. 자신이 읽어도 식상한 감정 놀이는 감상자 역시 식상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참고 있다 한 번에 분출해 내는 힘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공모는 첫 회에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으니 신설된 공모를 공략하자'가 마지막 법칙이랍니다. 요건 일종의 요령인데요. 공모 첫 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습니다. 그런 때를 노려 주최 측이 요구하는 방향에 잘 맞는 내용을 응모하게 되면 당선될 확률이 비교적 높다는 것이지요.      

당선의 기쁨,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당신도 혹시 한때 문학소녀였습니까? 문학을 꿈꾸던 소년이었습니까? 남다른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다는 평을 들어본 일이 있습니까? 세상을 보는 세심한 눈과 그것을 잘 표현할 조금의 글 솜씨를 가지고 있습니까?

그럼 일단 시작해 보세요. 당신의 글을, 당신의 아이디어를, 당신의 제안을 높은 가치로 인정해 줄 그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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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공모전, #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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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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