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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묵은 조선간장은 짜다기보다 달고 구수했다
 3년묵은 조선간장은 짜다기보다 달고 구수했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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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갈비 하나로 명성이 자자한 00갈비 사장님이 뜬금없이 묻는다.

"맛객, 집에 3년 묵은 간장에 고기를 찍어먹으면 어떨까?"
"오~ 좋아요! 머리를 탁 치는 느낌이 오는데요."

그동안 우리가 고기를 먹는 방식은 크게 보아 양념, 쌈장(소스), 소금이었다. 그런데 3년 묵은 조선간장에 찍어먹는다니. 맛을 떠나서 음식궁합적인 측면에서 고려해 봐도 환상적인 조합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고기는 발효식품과 먹어야 체하지 않는다. 그러니 3년 발효시킨 간장이라면 고기의 성질을 이기고도 남지 않을까 싶다.

3년 묵은 조선간장에 먹는 안창살의 기막힌 맛!

횡경막(안창살)을 떼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횡경막(안창살)을 떼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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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날, 00갈비 사장님과 함께 거래처 정육점에서 원 투플러스(1++) 판정을 받은 소의 안창살을 구입했다. 참고로 한우는 빨간도장, 육우는 파란도장, 비육우(젓소)는 까만도장이 찍힌다.

안창살(구이용), 살코기만으로 이루어진 횡경막으로 가늘고 긴 형태를 이룬다. 소 한마리에서 1.5kg(0.85%)밖에 나오지 않아 고가에 거래된다.
 안창살(구이용), 살코기만으로 이루어진 횡경막으로 가늘고 긴 형태를 이룬다. 소 한마리에서 1.5kg(0.85%)밖에 나오지 않아 고가에 거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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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살은 소갈비 안쪽에 붙어있는 횡경막으로 살코기로 이뤄져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본 바, 소 반마리에서 나오는 양은 고작 600g에 불과했다. 그러니 한마리라고 해도 1킬로 200~500그램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소 한마리 전체 비율로 보면 0.85%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당연히 고가이다. 이러니 식당에서 안창살을 팔수도 없거니와, 판다고 하더라도 그게 제대로 된 안창살일까 싶다.

장미꽃잎보다 선명한 안창살 때깔이 시각미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장미꽃잎보다 선명한 안창살 때깔이 시각미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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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살의 선명한 때깔은 장미꽃이 울고 갈 정도로 아름다웠다. 등심의 마블링에 견줘도 시각미가 떨어지거나 하지 않는다. 숯불에 불판이 달궈지고, 고기를 올리자 간장 한접시를 내온다. 바로 3년묵은 조선간장이었다.

젓가락으로 살짝 찍어 맛을 본다. 구수했다. 짜다기보다 달콤함이 혀끝에 감돌았다. 묵은 간장일수록 짠기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감칠맛의 여운은 기가 막힐 정도였다.

좋은 고기일수록 불 위에 오래두면 안된다. 살짝 핏기만 없어지면 먹는다. 쫄깃한 육질이 고기란 무엇인지 잘 말해주고 있다
 좋은 고기일수록 불 위에 오래두면 안된다. 살짝 핏기만 없어지면 먹는다. 쫄깃한 육질이 고기란 무엇인지 잘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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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고기일수록 불 위에 오래두면 안 된다. 핏기가 사라진 고기 한점을 간장에 찍어 맛을 봤다.

조선간장은 고기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수 있을까
 조선간장은 고기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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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이었다. 간장이 고기의 맛을 한층 풍부하게 해주었다. 합석한 지인도 맛있다! 맛있다! 를 연발한다. 나 역시 거기에 맞장구를 쳤다.

먹으면서 간장에다 양념을 더해 특제소스를 개발하면 어떻겠냐?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하지만 결론은 간장 외 무첨가로 도출되었다. 소스는 고기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고 살려주어야지, 고기가 소스에 묻혀버리면 고기를 먹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앞으로 우리 식문화는 양념문화에서 소스문화로 변화되어 갈 거란 예상이다. 그런 점에서 3년 묵은 조선간장은 고기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지도 모르겠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우리 반응이 불판처럼 뜨거워서일까? 사장님의 얼굴에선 득의만만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foodcolumn.tossi.com과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선간장, #소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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