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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대전형무소 옛터에서 열린  '자유수호애국지사 합동위령제. 1950년 9월 인민군에 의해 집단학살을 당했다.
 30일 오전 대전형무소 옛터에서 열린 '자유수호애국지사 합동위령제. 1950년 9월 인민군에 의해 집단학살을 당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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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형무소는 남과 북은 물론 시민 모두에게 아픔과 통한의 공간이다.

1950년 대전형무소에선 불과 세 달 사이 수천여 명의 양민이 학살됐다. 같은 해 7월에는 한국군인과 경찰에 의해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정치범 및 보도연맹 관련자 수천여명이 인근 산기슭인 산내 골령골로 끌려가 암매장됐다.

두 달 뒤인 같은 해 9월에는 보복살인이 일어났다.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남한 경찰과 공무원, 지방유지, 청년단체단원 등 1500여명이 인민군에 의해 집단학살됐다. 전쟁이 일어난 지 몇 달 사이 대전형무소에서 1만여명의 양민들이 목숨을 잃은 것.

대전시장은 왜 골령골 위령제 추도사를 거부했나

자유수호애국지사위령제에서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있는 한 유가족
 자유수호애국지사위령제에서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있는 한 유가족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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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사는 대전형무소가 이념과 남과 북을 뛰어 넘는 상생의 공간으로 거듭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전형무소(대전 중구 중촌동) 옛 터의 일부는 그대로 보존돼 참혹한 전쟁의 실상을 전하는 평화의 교육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지도자들의 움직임은 상흔을 딛고 상생의 조건을 다지는 움직임과는 한참 거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 7월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는 군경에 의한 희생자들의 유가족 및 시민 500여 명이 모여 눈물의 위령제를 지냈다. 이날 유가족들이 더욱 슬퍼한 것은 지역사회의 반응 때문이었다.

대전시장과 암매장지가 있는 대전 동구의 구청장은 유가족들의 '추도사' 요청을 또 다시 거부했다. 아직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사인이 발표되지 않아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게 내세우는 이유지만 내막은 정부가 저지른 집단학살사건에 대해 말하기 부담스럽다는 게 실제 연유다. 

때문에 억울한 죽임을 당한 원혼도, 그 유가족도 여전히 위로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해 일부 희생자 유골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의해 발굴됐지만 대부분의 유해는 아직 땅 속에 갇혀 햇볕을 못보고 있다.
   
인민군 희생자 위령제에 즐비한 화환들

30일 오전 대전형무소 옛터에서 인민군에 의해 희생된 영혼들을 달래는 위령제가 열렸다. 수십 년이 흘렸지만 유가족들은 주체할 수 없는 눈물로 아픔을 토로했다. 산내 골령골과 대전형무소는 장소와 가해자만 다를 뿐 구천을 떠도는 영혼의 억울함과 유가족의 눈물의 농도까지 그렇게 닮았다.

하지만 이날 위령제는 산내 골령골과는 사뭇 달랐다. 대전시장의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는 추도사가 있었고 대전시교육감의 유가족을 위로하는 따뜻한 목소리도 있었다.

행사장 앞쪽에는 국가정보원대전지부장과 대전지방경찰청장, 대전충남재향군인회장 등의 이름이 적힌 수십여개의 조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관할 중구청 관계자와 중부경찰서장의 헌화도 있었다. 육군본부 군악대는 진혼곡을 연주했고 해군본부 위장대는 조총을 발사해 영혼을 위로했다. 당연하다.

하지만 군경에 의해 산내 골령골에서 까닭없이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이날 행사를 바라보는 눈은 달랐다. 지역사회 지도자급 인사들의 편향적 행보에 또 다시 마음의 상처가 도진 때문이다.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가족 김종현 회장은 1950년 7월 산내 골령골에서 군경에 의힌 집단학살 과정에서 아버지를 잃었다.

그는 "똑같은 억울한 주검을 앞에 놓고 자치단체장을 비롯 지역사회 인사들이 다른 대접을 하고 있는 데 대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도 가해자나 그 누구로부터도 단 한 번도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이나 해 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관계자는 "같은 주검에 대해 가해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대우를 하면서 평화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대전형무소가 상생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지도층 인사들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정보장교가 대전 산내학살 현장을 촬영해 미국정부에 보고한 사진. 대전산내 골령골에는 대전형무소에 수감돼있던 정치범 및 보도연맹원등이 군경에 의해 집단학살됐다.
 미 정보장교가 대전 산내학살 현장을 촬영해 미국정부에 보고한 사진. 대전산내 골령골에는 대전형무소에 수감돼있던 정치범 및 보도연맹원등이 군경에 의해 집단학살됐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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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전형무소, #집단학살, #차별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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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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