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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화여대 교정 이화-포스코관에서 등록금 문제 해결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
 25일 이화여대 교정 이화-포스코관에서 등록금 문제 해결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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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학년도를 앞둔 대학가의 등록금 인상 반대 움직임이 '때 이른' 가을 학기부터 점화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화여대생들이 국민들의 '교육권'과 '행복추구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 제기를 천명한 것을 비롯하여,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들도 등록금 인하 1000km 대장정을 실시하며 전국적인 의제 설정에 나서고 있다.

'등록금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도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등록금 상한제 및 후불제 ▲학자금 무이자 대출 전면 확대 ▲등록금 책정심의기구 법제화 등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때 이른 등록금 투쟁, 이유는?

보통 매년 1~3월(대학별 등록금 인상률이 발표·조정되는 시기) 중부터 시작되는 대학가의 등록금 인상 반대 움직임이 한 해 먼저 일고 있는 것은 다양한 이유로 해석된다. 우선, IMF 구제금융 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날로 피폐해져 가고 있음에도, 각 대학은 내년에도 어김없이 높은 폭의 등록금 인상을 강행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등록금 규제를 위한 입법 추진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과 더불어 등록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파한 바 있다.

더 본질적인 원인은 그간 벌여온 '등록금 투쟁' 방식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담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강정주 이대 총학생회장은 "헌법소원 제기는 얼마 깎고 마는 기존 등록금 투쟁의 한계를 넘어 '교육권 실현'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코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남 한대련 정책위원(부산대4)은 "학교 당국과 인상률을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정부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화인 헌법소원추진위원회'는 25일 오전 11시부터 이화여대 교정 이화-포스코관에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민중적 대안을 논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여론몰이에 돌입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대 학생들을 비롯하여 한대련, 대학생 다함께, 전국학생행진 등 3개 학생단체, 20여 명의 대학생들이 참여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대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의 부당함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는 이제 광범위하게 형성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며 "각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 조정 시기에 앞서 '선제 공격'을 하는 형태로 치열하고 처절하게 등록금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헌법소원] "모든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헌소 운동의 주체 됐으면"

'이화인 헌법소원추진위원회'는 이날 토론에서 헌법소원 제기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대학 사회의 동참을 호소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들은 "등록금은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고, 개인 혹은 학교 본부의 판단에 따라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교육권과 행복추구권 침해에 대한 헌소를 제기하는 것은 높은 등록금에서 비롯된 근본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하고, 사회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정주 총학생회장은 "돈이 있고 없음에 따라 교육의 기회가 재단되는 지금, 등록금은 어느새 자살·대출·신용불량·아르바이트·휴학 등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며 "이는 헌법 31조에 명시된 교육권뿐만 아니라 국민으로서 행복하게 살 권리마저 박탈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대 등록금이 전국 10위가 된다고 해서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단지 교내의 '밥그릇 싸움'처럼 끌고 갈 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교육 문제로 접근하고자 한다"며 "이대 내에서 혼자 할 일이 아닌 만큼, 모든 사회 단위가 함께 모여 이번 헌소운동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양경언 이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도 "단순히 헌소에서 승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며 "함께 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 속에서 기존의 수혜자 부담 이데올로기를 깨고, 등록금 문제 해결 방안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작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대정부 투쟁으로] "'깎기 투쟁' 한계 인지하고, 근본적 해결 모색해야"

25일 이화여대 교정 이화-포스코관에서 등록금 문제 해결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
 25일 이화여대 교정 이화-포스코관에서 등록금 문제 해결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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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동참한 한대련 소속 대학생들은 "이제는 학교 본부를 상대로 한 싸움을 1차 전선으로 해서는 답이 없다"며 "학교를 상대로 몇% 깎을 것인가가 그동안 등록금 투쟁의 종착점이었다면 앞으로는 근본 원인인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교육 재정 확충 의지가 없는 모습을 규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정남 정책위원은 "지금껏 각 학교별 투쟁의 열기를 대정부 압박으로 모아가는 방향이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단계의 투쟁을 해야 하고, 이것이 정부를 상대로 한 등록금 인하 운동"이라며 "몇 조 단위의 감세가 실행되는 상황에서, 단지 돈이 없어서 실행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교육철학과 의지의 문제라는 것으로 확실히 끌고 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씨는 "등록금이 '비싸다' 혹은 '깎자'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진행할수록 동력이 떨어지고, '내 등록금을 깎자'는 인식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대출·장학금 등 다른 구제 방법을 찾게 됐던 것"이라며 "기존 투쟁의 한계를 분명히 인지하고, 정부를 상대로 한 싸움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는 12월부터 앞선 싸움에 돌입해야 할 것"이라며 "IMF 때 등록금이 동결된 사례가 있는데,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등록금 폭탄'을 만들 것이냐고 물으며 정부를 압박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 대학가 3월 동맹 휴업, ▲4 월 대학생 1000인 단식 농성단, ▲ 5월 1일 국민대회 등을 제안하며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며 함께할 수 있는 '치열한' 투쟁을 벌여나가자"고 말했다.

김병국 한대련 교육정책실장은 "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 과정에서 많은 대학들이 동맹휴업을 했던 것은 요 근래 없었던 굉장히 상징적인 일"이라며 "대학마다 현안이 다르고 모두 휴업을 할 수는 없겠지만, 잠재적인 움직임을 끌어내 정부를 상대로 동맹휴업을 한다면 큰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모저모] "무상교육 논의도 해야" - "아직은 위험"

지난 9월 <대통령과의 대화-질문있습니다>에 출연해 촌철살인의 질문을 쏟아 눈길을 끌었던 성지현(이대 정외4)씨는 한대련 학생들의 제안에 대해 "대정부 투쟁과 학내 투쟁이 대립적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학내에서 학생들이 움직여야 운동이 시작되는 것인데, 이들과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민경 한대련 집행위원장은 "학내 투쟁을 병행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난 시기 보여준 '동결'이라는 구호의 한계를 넘어 정부를 상대로 한 인하투쟁으로 중심축을 옮기자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강정주 이대 총학생회장은 "등록금을 규제하는 법적 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가 아닐 뿐더러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라며 "교육의 상품화와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대학의 모순을 알림과 더불어 무상교육에 대한 논의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제를 던졌다.

이에 김병국 한대련 교육정책실장은 "사회적 합의를 담보하지 않은 채 무상교육에 대한 논의로 이어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당장 급한 것은 등록금 인상에 대한 규제 정책이고,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는 기존의 틀을 깨는 운동"이라고 주장했다.


태그:#대학생, #등록금, #이화여대, #헌법소원, #한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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