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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화재현장을 탈출해 나오는 사람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6명의 여성이 숨진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
 지난 20일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화재현장을 탈출해 나오는 사람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6명의 여성이 숨진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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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무직자가 '세상이 살기 싫다'는 이유로 거주하던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도망나오는 사람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사상자가 발생한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사고현장 고시원에서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현장을 조사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30대 무직자가 '세상이 살기 싫다'는 이유로 거주하던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도망나오는 사람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사상자가 발생한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사고현장 고시원에서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현장을 조사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진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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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8시 15분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에서 30대 청년이 불을 지르고 무차별 흉기를 휘둘러 오후 1시 현재 6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인으로 보이는 정아무개(30)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이날 오전 8시 15분 자신이 거주하던 D고시원 3층 방에서 침대와 책상에 지포라이터용 기름 2통을 뿌린 뒤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정씨는 곧바로 자신의 방에서 빠져나와 연기를 피해 나오는 사람들을 향해 24㎝ 길이의 회칼을 휘둘렀다.

범행 당시 정씨는 회칼 외에도 과일칼 두 자루를 주머니와 발목에 숨기고 있었고, 가스총 1정도 소지하고 있었다.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 사건현장에서 의경들이 출입통제를 시키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 사건현장에서 의경들이 출입통제를 시키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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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씨가 휘두른 칼에 맞은 5명은 병원에서 숨졌다. 나머지 사망자 1명은 정씨를 피해 3층에서 뛰어내렸다가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사망자 6명은 모두 여성이며, 대부분 재중동포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나머지 사망자와 부상자에 대해 신원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부상자 7명은 순천향병원·강남성모병원·영동세브란스병원 등에 입원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정씨는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 살기 싫었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정씨는 향군법 등 위반으로 수배를 받고 있었다. 또 벌금 150만원과 고시원비, 휴대폰 요금 등이 미납된 채로 남아있었다. 

지난 2002년 8월 상경한 정씨는 올해 4월까지 서울 강남과 경기도 일대 식당에서 서빙을 하거나 주차요원으로 일했다. 4월 이후에는 일정한 직업 없이 고시원에서만 지냈다.

경찰은 또 "정씨가 중학교 재학 중 자살을 시도한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경찰 진술에서도 "자살 시도 이후 한달에 한번씩 심한 두통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씨는 따로 정신과 치료를 받지는 않았다.

정씨는 이날 범행 직후 고시원 4층 창고방에 숨어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정씨가 이 방에서 자살을 시도했는지는 더 조사해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복도에서 흉기 들고 왔다갔다... 지옥 같았다"

30대 무직자가 '세상이 살기 싫다'는 이유로 거주하던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도망나오는 사람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사상자가 발생한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사고현장 주변에 고시원에 거주하던 조선족 여성들이 모여앉아 있다.
▲ 갈 곳 잃은 조선족 여성들 30대 무직자가 '세상이 살기 싫다'는 이유로 거주하던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도망나오는 사람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사상자가 발생한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사고현장 주변에 고시원에 거주하던 조선족 여성들이 모여앉아 있다.
ⓒ 연합뉴스 진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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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의 범행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은 "지옥같았다"며 몸서리를 쳤다.

D고시원 3층에서 한달 동안 살았던 재중동포 석아무개씨는 "중국에서 치안이 나쁘다 나쁘다 해도 이런 일은 보지 못했다"며 "너무 끔찍하다"고 울먹였다.

석씨는 "아침(오전 8시 20분께 추정)에 밖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 처음에는 '누가 술먹고 말썽피우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방 안으로 연기가 들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잠옷 차림이었던 석씨는 다른 사람의 옷을 걸친 뒤 복도로 나가려했으나 밖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고 한다.

"밖에서 누군가가 왔다갔다해요. 흉기를 들고…. 나가면 죽겠구나 싶어서 방 안에 꼭 숨어 있었어요. 4층 언니(재중동포)를 잘 알아서 전화했더니 언니는 벌써 내려가 있더라구요. 그런데 밖에 사람(정씨)이 있으니 나갈 수도 없고…."

석씨는 복도에서 인기척이 끊기자 밖으로 나와 3층 입구로 갔다. 하지만 먼저 입구로 나간 다른 여성이 "(누군가) 칼을 들고 쫓아온다"고 되돌아오자 입구쪽 관리 데스크(총무실)로 들어가 다시 숨었다. 이미 거기에는 또 다른 여성 3명이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은 채 숨어 있었다.

석씨와 일행은 4층에서 기거하던 또 다른 남성이 내려오자 비로소 이불을 뒤집어쓰고 복도를 따라 내려와 불길과 흉기를 피할 수 있었다.

석씨에 따르면, 화재 당시 일부 창문이 열리지 않아 불길을 피할 수 없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일부 방에는 완강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다른 쪽 방 창문은 모두 굳게 닫혀 있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정씨에 대한 추가조사를 벌여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 사건현장에서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던 재중동포 여성이 이불과 짐을 챙겨들고 나오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 사건현장에서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던 재중동포 여성이 이불과 짐을 챙겨들고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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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시원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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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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