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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석씨는 지난 국군의 날에 기습으로 ‘알몸 평화시위’를 펼쳤어요.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오마이뉴스>에서 벌어지기도 했어요. 어떤 이들은 언론에 너무 자주 노출한다며 운동의 진정성을 물으며 자제하기를 바랐고 다른 이들은 강의석씨 행동을 지지했지요.

 

사람들이 지켜보는 대낮에 알몸으로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주제를 표현한 강의석씨는 보통 사람이라면 생각도 하기 힘든 행동을 했지요. 워낙 그에 대한 비판과 소문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던 상황에서 ‘알몸 평화시위’는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었지요. 다만, 그가 얘기하고자 하는 평화와 군대폐지보다는 강의석씨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져 토론이 벌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지요. 

 

강의석씨가 주장하는 군대폐지와 평화운동은 한국 사회에서 공론화되어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지요. 한반도는 남북한이 갈라져서 정부가 들어선 지 60년이 되었고 한국전쟁이 끝난 지도 55년이 흘렀는데 아직까지 총부리를 서로 겨누고 있지요.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이 총을 들고 전쟁준비를 하러 가는데 한국 사회는 당연한 일인 것처럼 침묵하고 있지요.

 

경제가 부흥해서 잘 먹고 잘 사는 일도 중요하지만 전쟁공포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살도록 애쓰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강의석씨는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지요. 마치 노예제와 사형제도가 이루어졌던 과거에 인권을 훼손한다고 주장한 사람에게 ‘현실감각이 없는 이상주의자’라든가 ‘튀고 싶은 사람’이라고 억압하고 손가락질 했듯이 강의석씨가 벌이는 운동의 의미를 사회에서 제대로 평가를 하지 않는 면이 있어요.

 

‘진정성 없는 노출증 환자’, ‘독불장군’이라는 사람들 비판에 강의석씨가 어떠한 생각을 갖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지 궁금하더군요. 자신이 직접 <오마이뉴스>에 ‘저와 직접 만나 얘기합시다’라고 했듯이 사람들과 만나서 소통하려고 애를 썼는지 알고 싶어 19일 저녁 강의석씨 작업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알몸 평화시위는 처벌성립이 안 돼"

 

- 10월 1일 알몸 평화시위를 벌였다. 그 후 어떻게 되었나.

"공무집행방해죄와 공연음란죄로 잡혔다가 다음날 훈방으로 나왔어요. 현재 불구속 수사중이에요. 민변에서 변호해주기로 했고요. 그런데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에 위협이 되는 폭력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비폭력이었지요. 공연음란죄를 적용하려면 음란한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저는 정치 메시지만을 전달했을 뿐이에요."

 

- <오마이뉴스>에 썼듯이 사람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지.

"평화운동가들 만났어요. 서로 자주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누려 해요. 그리고 찾아오는 분들 가운데 강의석 개인에게 궁금해 하는 사람도 많은데 상관없어요. 한사람 한사람 만나서 대화를 하다 보면 평화와 군대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달라질 테니까요. 여러 모임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있지요. 현재 전의경 문제는 전의경 폐지연대로 발전하여 운동해나가고 있지만 아직 군대문제는 연대까지는 구성되지 않았어요." 

 

- 전화번호 공개했는데 불편하지 않은지.

"하루에 만 명 이상이 미니홈피를 다녀가고 수백 군데에서 연락이 오지요. 전화를 받다보면 부재중통화가 2개가 와 있고 문자저장함도 금방 꽉 차지요. 저를 비난하거나 불만 때문에 악성문자도 많아 불편하지요. 그래도 제 연락처를 공개해서 사람을 모을 수 있었어요."

 

"현재는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단계"

 

- 학내 종교 문제와 군대 문제,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 같은데.

"종교자유화와 군대폐지는 둘다 변화가 어려운 영역이지요. 그래도 분명한 차이는 있어요. 종교자유화에서는 특정 종교를 강요하고 싶은 사람과 세력이 확실하게 보이지요. 그들이 힘을 갖고 관철시키려 하지요. 하지만 전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대하고 평화를 원하고 있어요.

 

고3때 병역거부자들을 만나서 대화를 한 뒤 처음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그 뒤로 대학가서 법공부에 회의를 느끼고 군대 가야 할 시기가 되어 제 입장을 세워야했지요. 저는 군대에 대해, 군인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회의감이 들었고 군대폐지운동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현재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단계에요. 이제껏 평화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회공론화와 사회합의 과정이 묻혀있었지요. 제 문제제기로 더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평화를 원하면 되는 일이거든요. "

 

- 운동방식을 비판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럴 수 있어요. 운동의 틀과 생각이 다르니까요. 저는 목적을 세우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진정성은 왜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고 황당하기까지 해요. 저는 저 자신을 믿고 제가 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그래도 사람들의 주장과 비판 다 의미 있게 받아들이려 해요.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고 얘기를 많이 듣고 고민하고 있어요. 인터넷에 ‘강의석의 진실’이라는 루머가 돈대요. 여러 이상한 얘기들이 있는데 왜곡된 이미지는 줄여나가야겠지만 모든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겠죠. 루머를 믿고 싶은 사람은 어쩔 수 없지요.

 

병역기피자라고 욕을 하는데 안타까워요. 군대폐지하면 젊은 사람들에게 좋고 세상이 더 나아지겠죠. 지금은 분열의 모습이잖아요. 촛불 집회 때도 참여한 시민들과 운동단체사이에 얼마나 갈등이 있었어요. 서로 힘을 합치고 뜻을 모아야 하는데...

 

"영화 제작해 전쟁의 실체 보여주고파"

 

저는 집회와 이벤트를 벌이고 글을 발표하여 사람들의 반응과 변화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어요. 목적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중요하니까요. <전의경에게 보내는 편지>, <태환아, 너도 군대 가>라는 글에 대해 여러 대답이 나왔지요. 누군가에게는 뜬구름 잡는 이상주의자라고 비쳐질 수도 있겠지요.

 

군대폐지는 논리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서와 이미지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영화 <군대?>를 제작하여 사람들에게 전쟁의 실체를 직접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평화와 군대에 대해 더 고민하였으면 좋겠어요. 군대는 당연한 답이 있는 문제에요."

 

- 자기중심으로 행동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어릴 때는 남 얘기 잘 들어줬어요. 요즘은 상황과 논의를 가려가며 들으려고 노력을 해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 얘기를 안 듣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겠지요. 사람들은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이 많지요. 다 들어주면 좋겠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때가 많더라고요.

 

일과 개인은 확실하게 구분하거든요. 놀 때는 어울려서 떠들면 되지만 일 할 때는 다르지요. 그렇기에 필요한 얘기만 듣고 다음으로 넘어가거나 중언부언되는 것은 자르고 넘어가려고 해요. 모두 배려하려고 애쓰면서 운동속도도 유지하려 하거든요. 그렇다고 모두를 이해시키려고 노력까지는 안 해요.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작업을 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제 스타일이 뚜렷하고 솔직하지요.

 

저는 잘못한 게 있으면 바로 인정해요. 앞말과 뒷말이 같고 싶어요. 그런 사람을 좋아하고요. 그러나 한국 사회는 체면이나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앞말과 뒷말을 다르게 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의문을 품고 미심쩍게 보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그런 거 없어요. 저는 사욕을 따지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런 면에서 류상태 선생님(전 대광고 교목실장)은 저를 이해해준 분이죠. 아무도 제가 하는 단식을 이해 못했지만 류상태 선생님만 저를 이해해주셨죠.

 

평화운동을 하다보면 힘이 들 때가 많아요. 왜 이것을 하고 있나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현실 벽에 부딪히면 언제까지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책임감과 의무감이 있어요. 제가 하겠다고 했는데 소홀히 할 수 없지요."

 

"이상주의자? 단지 평화로운 세상에 살고 싶을 뿐"

 

- 본인은 이상주의자인가

"사는 건 선택의 연속이죠. 어떤 선택을 할까 늘 고민하고 있어요. 영화도 제가 좋아서 시작했지만 준비기간도 길고 모든 작업이 행복하지는 않더라고요. 이게 행복인가 고민이 되지요. 저는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저는 평화운동가라기보다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을 뿐이에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술 마시고 즐겁게 살고 싶어요.

 

사람들이 인권이나 평화에 대해서 관심이 적은 게 사실이지요. 연예인과 스캔들에는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모르겠어요. 그 관심의 1/10만 돌려도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나아질 텐데요. 현재 사회가 어떠한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관심이 적지요. 먹고 사는 문제가 힘드니까요.

 

생각이 있어도 행동에 옮기지 않는 사람들 많지요. 그러나 그러한 상태를 인정해버리면 사회는 바뀌지 않지요. 제안은 하되 강요는 안 해요. 거절하면 존중하지요. 우리 힘으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보자고 운동을 하는 것이에요.

 

제 가치관이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한 하고 싶은 일을 하자예요. 저는 유쾌하게 나가고 싶어요.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하는데 통하지 않아 힘들 때도 있지요. 사람들 이해관계도 어렵고요."

 

"감옥 가는 일은 욕심 있는 선택"

 

- 군대 안 가는 일이 남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고 본인은 감옥에 가게 될 텐데.

"남에게 폐를 끼치는지 여부는 주관 기준이지요. 사안마다 다르고요. 저는 제 나름의 기준이 있어요. 군대 안 가는 게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라고, 심지어 매국노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저는 애국이라고 생각하고 제 활동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요. 그 사람들이 볼 때는 제가 확신범이겠지요.

 

저는 비폭력, 불복종을 말하고 싶은 것이에요. 사람들은 비폭력과 수동성을 구분 안 하는데 비폭력과 수동성은 다르지요. 군대 없애면 나라 망한다고 하는데 인식이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른 것이에요.

 

미국에는 총기가 많잖아요. 어느 가정집에 강도가 들었는데 총으로 막았다고 소문이 나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총기를 샀어요. 그랬더니 총기실수로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해요. 저는 군대문제도 넓게 해석하면 이 총기문제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나라를 보호하고 시민을 지켜준다는 군대가 실제로는 평화를 위협하는 도구이고 오히려 군대 때문에 사람들이 더 많이 죽었지요.

 

감옥에 가는 문제는 선택의 문제에요. 제도권 안에 머물면서 사회운동을 계속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받았지만 군대는 절대 안 갈 것이에요. 하기 싫은 건 하지 않을 것이에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뿐이지요. 언제 잡아갈지는 아직 몰라요.

 

누가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욕심 있는 선택이에요. 저는 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제 욕심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니까요."

 

"혼자 하면 뜬구름, 모두 하면 이루어져"

 

- 앞으로의 계획은?

"여러 방식을 시험하고 있고 고민하고 있어요, 운동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기에 사람과 뗄 수 없지요. 연대와 사람들 뜻을 모으는 일은 언제든 가능해요. 현재는 소모임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공부하는 팀, 결과물 남길 작업을 하는 팀 등

 

공부하고 있고 앞으로 나가는 과정이에요. 책 2권이 나올 예정이에요. 하나는 12월에, 하나는 2월 쯤 나올 텐데, 사람들에게 환기되었으면 좋겠네요. 12월에는 일본에서 초청이 와서 평화운동가 모임에 참여하고요.

 

올해 5.18부터 작업한 영화 <군대?>는 현재 30%정도 작업되었으며 내년 2월에 마무리할 예정이에요. 군대거부자도 20명 모은 상태예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그렇게 평화가 좋으면 개성공단에서 누드시위해라, 그래서 제가 그러겠다고 개성공단 갈 돈을 달라고 했어요. 결국에는 함께 벽을 허물고 사람들이 서로 위하며 살아야겠지요.

 

이제 선택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저 혼자 외치면 뜬구름 잡는 이상주의자가 되지만 모두가 실천하면 이루어지지요. 모두가 평화를 향한 마음으로 서로를 믿고 행동해야 해요."

 

인터뷰를 마치고 식사를 아직 못했다고 하자 강의석씨는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하였지요. 직접 만든 된장찌개를 데우며 바지락이 들어가지 않아 깊은 맛이 안 난다고 아쉬워하며 식사를 차려주었어요. 깻잎에 부추김치, 매실장아찌를 밑반찬 삼아 무척 맛있게 먹었지요.

 

‘차비가 없어 못 움직일 때도 있었는데 속상하다’는 강의석씨는 경제형편이 넉넉하지 않더군요. ‘조금만 더 움직이면 가능성이 보이는데 활동하지 않아서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내비치더군요.

 

사람마다 삶의 모습과 이유가 다르지요. 강의석씨같은 사람도 있고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는 것이지요. 경제문제나 사회출세 문제로 따져보면 명문대학생으로서 기득권을 누릴 수 있는 강의석씨인데 왜 사서 고생을 할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요.

 

사람마다 그가 주목받는 것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의 생활이 문제가 있어서, 군대는 당연한 것이기에 같은 여러 이유를 들며 강의석씨를 비판하지요. 그러한 비판에 뭉개져서 한반도 평화와 군대문제에 대해서 공론화할 기회를 묻히고 있지요. 또한 언론이 그를 가십으로만 소비하는 것도 무척 안타깝네요.

 

역사를 봤을 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의 가치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환영받지 못하지요. 하지만 그들의 피와 땀으로 인류는 여기까지 발전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봅니다.  작고하신 정운영씨의 ‘때론 질 줄 알면서도 싸워야 할 때가 있는 법이 있다’라는 말이 떠오르며 평화운동을 하는 그가 절박한 나머지 꺾이지 않길 바랍니다.


태그:#강의석, #병역거부, #군대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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