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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언론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설>이 정권 성격에 따라 갈팡질팡하고 있다.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두고 2003년에는 'NO'했던 <매일신문>이 2008년에는 ’YES'로 돌아섰다. 달라진 것은 청와대 주인이 바뀐 것 뿐인데, 언론의 주장은 180도 달라졌다.

 

<매일신문> 2003년 6월... '말이 씨될라'

 

2003년 6월에도 청와대에선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정운영방향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고자 했다. 당시 <매일신문>은 사설 <라디오 주례연설 ‘또 말이 씨될라’>(03년 6월 30일)을 통해 세 가지 우려되는 점을 제시했다, 핵심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대화 스타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는 세가지 점에서 지극히 걱정스럽다. 노 대통령이 또 무슨 수사법(修辭法)으로 국민을, 야당을, 경제계와 노동계를 자극하고 헷갈리게 하려는 것일까. 개판·깽판·못해먹겠다·성질 더럽더라도 등등 도무지 정제되지 않고 튀어나오는 이 표현들이 장차 어디까지로 발전할까? 이것부터 걱정이다. (중략)

 

또 하나 정례방송에서 단순한 정책설명을 넘어서, 자신을 비판한 쪽의 발언들을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 그 또한 문제다.(중략)

 

신문과 방송에 대한 대통령의 '편향성'도 문제다. 두 매체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방송의 속보성엔 신문이 이길 수가 없다.“

 

사설 끝부분에 “이해성 홍보수석은 루즈벨트만 인용할 게 아니라 ‘토머스 제퍼슨’의 말도 챙기기 바란다. ‘...차라리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바로 그 말”로 마무리 짓고 있다.

 

2008년 10월... ‘라디오 연설을 정례화하려면’

 

 

5년 4개월이 흐른 뒤 이번엔 다른 대통령이 ‘라디오 주례연설’을 했고, 이에 대한 <매일신문>의 시각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라디오 연설 정례화를 위한 따뜻한(?) 조언까지 잊지 않고 있다.

 

13일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후 다음날 <매일신문>은 사설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정례화하려면>(08년 10월 14일)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선보인 새로운 방식이다. (중략)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에게 경제상황을 설명하고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적절한 직무수행으로 봐줄 만하다”며 “굳이 시비 걸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라디오 연설을 정례화하기 위한 조언을 덧붙였다. “청와대는 라디오연설을 정례화 할 것이라 한다. 앞으로도 계속 대통령의 육성을 통해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시도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라며 “그 자체야 나무랄 것 없다. 단지 국민의 마음이 느끼고 움직이는 쌍방향 연설이어야 한다. 가슴에 녹아드는 언어와 숨결이라야 국민의 귀를 붙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라디오 연설'...'정책 홍보를 위한 청와대의 무언의 압박'

 

<매일신문>이 놓치고 있는 사실이 있다. 동일한 라디오연설이지만 2003년과 2008년 상황은 많이 다르다. 2003년에는 KBS측에서 청와대에 제안한 것으로 여론의 비판 지점이 KBS측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2008년은 청와대가 언론에 제안했다. 하지만 이 언론이 예전의 언론이 아니다. 프레스 프랜들리를 추장하는 이명박 정부 정책에 따라 ‘특보사장단’, ‘낙하산 보은인사’들이 주요 언론사와 유관기관을 (방송통신위원회, KBS, YTN, 언론재단, 아리랑 TV 등)차례로 접수했고, 이들은 정책 비판 언론인에 대해 ‘보복성 인사’와 ‘사법처리’ 등 무자비한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각 언론사 대표적 시사프로그램이 가을 개편을 통해 폐지위기에 몰리고 있고, 최근 YTN 관계자 ‘대량 징계’사태는 ‘80년대 전두환 정권 이후 정치적 강제 해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 ‘대통령 라디오 연설’이 있는 것이다. 단편적으로 ‘라디오 연설’만 본다면 ‘가슴에 녹아드는 언어와 숨결’ 주장이 설득력 있겠지만, ‘특보사장단 포진, 비판언론(인) 재갈물리는 현 정부 언론정책’하에 진행되는 ‘라디오 연설’은 ‘정책 홍보를 위한 청와대의 무언의 압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라디오 연설’에만 집착한 <매일신문>의 사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에서 10월 14일 발표한 자료입니다. 


태그:#매일신문, #라디오연설, #이명박, #노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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