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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사진으로 보기와 눈으로 보기 2 : 사진으로 볼 때보다 두 눈으로 몸소 보면 더 낫겠지요. 사진이 실린 책으로 볼 때보다 두 다리로 걸어다니면서 세상을 온몸으로 겪어 보면 더욱 좋을 테고요. 두 눈으로만이 아니라 두 귀로도 듣고, 코로도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면, 그리고 두 손으로 만지고 몸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받아들이면서 곰삭일 수 있다면 가장 즐겁지 않으랴 싶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곳이나 사람이나 목숨, 자기가 담고 싶은 곳이나 사람이나 목숨은, 힘들고 품이 들고 돈까지 들어도, 되도록 몸으로 부대끼고 부딪히고 껴안고 살펴야지 싶습니다.

 

 

[127] 사진 찍는 사람이 늘다 1 : 날이 갈수록 사진 찍는 사람이 늡니다. 사진 찍는 사람이 느는 만큼 사진 문화도 나아지거나 거듭나지는 못하고 있지만 말이에요. 기계는 하루가 다르게 발돋움하지만 기계 쓰는 마음이라든지 생각이라든지 몸가짐을 일러 주거나 가르치는 사람 드물고, 이런 지식을 배우는 자리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한편, 우리 스스로 이 모두를 안 찾기 때문이라고 느껴요.

 

 그래도 뭐, 사진 찍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난날 필름사진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어서, 참말로 사진을 좋아하고 사랑하느라 이런저런 돈이 들어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 아니고는, 또 돈이 많이 드는 만큼 사진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 아니고는 쉽사리 다가설 수 없던 갈래였어요. 그렇지만 오늘날은 기계만 한 번 장만해 놓으면 더 돈이 안 들어가는 디지털사진기가 값싸게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손전화에도 사진기가 딸려 나오니까, 사진 찍는 일은 아주 손쉬운 일, 누구나 즐기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이리하여 사진찍기로 밥벌이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굶거나 벌이가 줄겠지요. 그러니까 전문가가 줄고 전문가 아닌 사람, 여느 사람이 늘어납니다. 아직은 징검다리니까 이래저래 어수선하지만, 사진이든 그림이든 다른 어떤 문화나 예술이든, 전문가들만이 즐기거나 누리거나 가꿀 때보다는, 보통사람들도 두루두루 즐기고 맛보고 펼치고 나누는 가운데 훨씬 튼튼하고 아름다이 자리잡으면서 꽃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책이 전문가와 권력자 손에서만 돌다가 여느 사람들도 값싸게 사서 읽을 수 있는 오늘날이 되니 책 문화가 활짝 꽃피고, 자전거도 값싸게 누구나 사서 탈 수 있게 되니 널리 퍼지듯이, 사진기도 누구나 값싸게 장만해서 찍을 수 있다면 새로우며 멋진 사진 삶과 사진 문화가 생겨나고 일어나고 꽃피리라 봅니다.

 

 

[128] 사진 찍는 사람이 늘다 2 : 사진을 찍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사진을 보는 사람은 늘어나지 않는 듯합니다. 자동차를 타는 사람은 늘지만, 자동차가 어떻게 길에서 다니는가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자전거 타는 사람도 늘지만 다른 자전거가 어찌 다니는가를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이 늘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저마다 자기 나름대로 자기한테 가장 알맞고 좋은 길을 가야 좋습니다. 다른 사람 눈에 매일 까닭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어울리며 부대끼는 세상에서는 ‘남 눈에 매이는’ 일이 아닌 ‘남을 헤아리는 눈’을 기를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남 눈치가 아니라 남한테 마음 쓰기입니다.

 

 자동차를 타는 사람은 늘지만, 교통사고 끊이지 않습니다. 자동차는 문화라기보다 폭력이라고, 끔찍한 물질문명이라고 느껴지는 일이 자꾸만 생깁니다. 자전거를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타는 사람도 많지만, 돈자랑 하듯이 타는 사람도 자꾸 생깁니다. 사진 찍는 사람은 어떠한가요.

 

 사진을 찍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볼 줄 알아야 하고, 또 찬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덧붙여 사진에 찍히는 사람이나 대상이나 자연 삶터를 느낄 줄 알고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을 찍는다면 찍히는 사람을, 자연을 찍는다면 내가 찍는 자연이 어떠한가를, 어떤 물건을 찍는다면 그 물건에 깃든 여러 흐름과 형편을 읽어낼 수 있어야지요.

 

 

[129] 사진 찍는 사람이 늘다 3 : 사진 찍는 사람이 늘면서, 저마다 자유로운 자기 모습과 남다름, 그러니까 개성을 뽐내고 한껏 선보이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다만, 찾기가 어렵습니다. 거의 비슷비슷입니다. 따라하기입니다. 따라쟁이 사진이랄까, 흉내쟁이 사진이랄까, 자기 눈으로 본 세상을, 자기가 부대끼고 함께하는 사람을, 자기가 발딛고 선 삶터를 담으면 좋을 텐데, 어디선가 본 느낌이 짙은 겉멋 들린 사진만 자꾸자꾸 쏟아지는구나 싶어요.

 

 책을 읽어도 베스트셀러를 생각없이 좇아서 읽는다면, 그럭저럭 어느 만큼 도움이 될는지 모르지만, 자기한테 가장 즐거운 책읽기로 뻗어나가기는 힘듭니다. 사진을 찍어도 그럴싸한 그림을 얻어내는 데에 마음을 빼앗긴다면, 오래지 않아 질리거나 지루해지기 마련입니다.

 

 남들이 많이 보든 말든 자기한테 즐겁고 좋은 책을 찾아야 합니다. 남들이 그럴싸하게 찍든 말든 자기한테 즐겁고 좋은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사진 찍는 사람은 늘지만, 찍는 사람 모습이나 남다름이나 새로운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 까닭은, 자기 자신을 그만큼 덜 사랑하고 덜 아끼고 덜 돌아보기 때문에, 자기 사진이 아닌 남 흉내내고 따라하는 사진에 이끌려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130] 사진 찍는 사람이 늘다 4 : 무엇을 왜 어떻게 찍으면 좋을지를 생각하고 찾기 앞서, 기계만 먼저 장만해 버리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모습을 사랑하며 어떤 일과 놀이를 즐기며 살아갈지에 따라서 자기가 쓸 사진기가 달라집니다. 앞뒤가 바뀌고 있습니다. 아니, 앞뒤가 어긋나고 있습니다.

 

 

[131] 사진 찍는 사람이 늘다 5 : 보여주려고 찍는 사진일까요, 자기 혼자만 간직하려고 찍는 사진일까요? 사진 찍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왜 찍는지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예나 이제나 거의 안 늘지 싶습니다.

 

 

[132] 영 마음에 안 드는 사진 : 사진을 못 찍는 사람도, 사진을 잘 찍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너무 앞서면 제대로 된 사진이 안 나옵니다. 바라는 사진이 안 나옵니다. 눈으로 볼 때는 참 좋았다고 하지만, 눈으로 본 만큼도 안 나옵니다.

 

.. 카메라에 몇 컷 담았는데 욕심이 앞서서 그랬는지 사진은 여전히 별로다.  《황안나-내 나이가 어때서?》(샨티,2005) 203쪽 ..

 

 사진찍기든 그림그리기든 글쓰기든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앞서면 아무것도 안 됩니다. 마음이 없어도 아무것도 안 될 테고요. 있는 그대로 해야 됩니다. 꾸밈없이 하면 됩니다. 더도 덜도 아닌 있는 그대로, 눈앞에 보이는 모습과 삶과 발자국을 고스란히 담으면 됩니다. 느끼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내 마음에 스며들거나 파고든 그대로 담으면 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태그:#사진, #사진찍기, #사진말, #사진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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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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