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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5공 정권이 기세를 부리던 지난 1985년 재판부에 제출된 항소이유서가 법원가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고 그 항소이유서는 두고두고 화제가 된 바 있다. 바로 유시민 전 의원의 '항소이유서'가 그것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985년 5월 27일 서울 형사 지방 법원 항소 제5부에 제출한 항소이유서를 통해 독재정권의 논리에 맞서 치밀하고도 정교한 논리로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었다.

 

당시 유 전 의원은 서울대 프락치 사건과 관련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1985년 4월 1일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서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 받고 이에 불복해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바 있다. 200자 원고지 110매 분량의 항소이유서였다.

 

유 전 의원의 항소이유서에 버금가는 항소이유서가 며칠전 법원에 제출되었다.  윤기진 '한국청년단체협의회'의장이 지난 10일 법원에 제출한 항소이유서가 바로 그것.

 

그는 한총련 의장 시절부터 10년이 넘게 수배생활을 지속해 오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틀 뒤인 2월27일 체포되어 1심에서는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윤 의장은 지난 10월 10일 서울 고등법원 309호 중법정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자신이 작성한 항소이유서 전문을 읽으면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날 재판은 검찰과 변호인, 그리고 윤 의장이 각각의 항소사유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으로 마쳤다. 검찰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사실에 비해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의 양형이 적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국가보안법의 부당성 및 현실적 불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윤 의장의 활동에 대한 통일지향적 평가와 판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법원이 비록 실정법으로 국가보안법을 인정한다고 하여도 그 해석에 있어서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면서 근거가 없는 이적규정은 무리한 판결이며 이러한 판결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더구나 10년의 수배생활을 강요당한 상황에서 양형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장은 장문의 항소이유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재판부는 추가 증거의 채택여부를 묻고는 다음 재판기일을 10월 24일 10시 30분으로 잡고 재판을 마쳤다.

 

재판을 마친 후, 둘째딸의 생일인데 손이라도 잡아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가족들의 특별부탁으로 법정 뒤 복도에서 윤 의장은 아주 짧은 가족상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윤기진 항소이유서 "시대의 변화 필요"

 

 

윤기진 의장은 이날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서를 통해, 자신에 대한 유죄의 근거로 제시된 국가보안법은 크게 2가지 시대적인 기조에서 자신에게 잘못 적용 된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을 들어 유죄를 인정한 1심 재판부에 맞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은 "최근 10여 년간의 시대변화에 대한 반영이 전무하다"면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의장은 계속해서 "판결문은 증거자료들에 첨부된 90년대 판결문들이 보여준 논리와 근거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주장을 펼쳤다.

 

윤 의장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세가지로 나누어 주장을 펼쳤다. 그 하나가 '북에 대한 반국단체 규정의 부당성', 둘째가 '다음으로는 그 무슨 ‘지령’을 운운한 대목들에 대한 반론' 셋째가 '맹목적 친북과 찬양고무라는 판결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논지로 자신의 정당성을 말했다.

 

그는 첫번째 주장에서 "판결문의 주된 증거는 북이 지금까지도 적화통일의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적화통일이라는 것은 현실로는 절대로 존재할 수가 없는 가상의 표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남북 구도에서 그 같은 상황은 결코 일어 날 수 없다면서 이 같은 '적화통일'논리는 "대결시대의 잔재, 논리"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그는 "북이 이남 정권의 전복을 획책한다는 근거도 무리하다"고 주장했다. "2000년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북은 이남 정권에 대해서 직접적인 비난은 거의 하지 않았으며 현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도 남북합의서들에 어긋나는 반북 대결 정책과 6.15, 10.4 선언을 일방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들에 대한 것들'이라는 것.

 

윤 의장은 계속해서 재판부는 "북의 핵 개발 보유 정책에 대해서도 적화통일의 근거"라고 유죄논리를 펼치는데 "북은 이미 90년대로부터 미국의 대북정책, 핵 선제공격 전략에 맞서 전쟁억제력을 위한 자위적 군사력 강화노선을 천명해 왔으며 2006년 핵실험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핵 실험은 적화통일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북의 자위적 행동이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윤 의장은 자신에 대해 북의 지령을 받고 움직였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강하게 반발했다. "

제가 ‘지령’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처사로 그에 대한 부정은 물론이고 모욕적으로까지 느끼며 반응"한다는 거였다.

 

또한 "범청학련의 운영에서 북이 주도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맞지 않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임수경 방북이나 99년 황혜로 방북 등은 "민주화, 자주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반공반북의식을 깨기 위해 전대협, 한총련이 자체로 판단해 진행했던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장은 계속해서 '주한미군 철수'등의 각종 구호와 주장은 "이남 사회의 자생적 구호이며 한 민족이 외세의 강압에 의해 분단이 된 현실의 자주통일운동에서 남과 북의 일치되는 영역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맹목적 친북과 찬양고무라는 판결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반백년 이상을 반공반북 이데올로기적 세뇌에 강요된 사회에서", "이 땅에서는 맹목적 친북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국가보안법의 보호아래 맹목적 반북세력이 헌법을 넘어 정상간 남북합의의 정신을 넘어 무소불위의 행태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총련의 활동은 맹목적인 친북활동이 아닌 "이북 바로 알기가 절실한 문제'였기 때문이라고 이를 설명했다. "찬양과 고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북의 사상과 제도, 지도자에 대한 원문 그대로의 소개와 인용들을 주로 했다"는 것이다.

 

윤 의장은 한총련은 "북의 주체사상을 찬양한 것은 없다"면서도, "핵 몽둥이를 흔들며 강도적 침략을 밥 먹듯이 벌이는 미국에 맞서 대미자주외교의 길을 걷고 있는 이란을 위시한 중동의 나라들과 쿠바,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남미 국가들을 동지적 연대의 감정을 가지고 바라보듯이 북의 대미자주외교 정책에 대해서도 같은 심경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정당성을 주장했다.

 

"북이 미국의 핵 위협에 핵으로 맞서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해 내는 것이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유일하고 현실 가능한 방도"라는 것이다.

 

윤 의장은 계속해서 "북미관계개선이 또한 남북의 통일 환경에도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북의 핵 개발, 보유정책에 대해서 왜곡되지 않는 객관적인 사실과 영향력, 전망의 해설 선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시대의 변화를 분명히 반영하기를 바랍니다"

 

윤기진 의장은 이날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서 결론 부분에서 국가보안법 해석에 있어 재판부는 시대의 변화를 분명히 반영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10.4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현 정부의 10.4 선언 이행을 촉구하면서 국가보안법과 한미 5029 군사작전계획을 반대한다고 해서 언론에 한동안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변화"라고 주장했다.

 

윤 의장은 계속해서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는 소수의 의견으로 탄압의 대상이 되고 숨죽이고 있던 진보 개혁적, 통일 지향적, 반미 자주적 세력이 이제는 하나의 축으로 이 사회에 자리매김이 된 것입니다", "그 입장에서 볼 때는 1심 판결의 형량의 과함은 물론이고 논리와 근거들도 상당히 편향적이며 구시대적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제가 겪고 있는 이 모든 아픔과 안타까움이 어느 개인이나 특정 집단에서만 비롯된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다", "결국은 국가보안법이 존재함으로써 발생한 모순"이라고 결론 지었다.

 

윤 의장은 "국가보안법은 인간의 생각과 사상을 옥죄이면서 감시하고 검열하고 난도질하며 하나의 사상편향을 강요해 정치사상과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우리는 선택하여야 합니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이냐 아니면 국가보안법이냐의 양자에서 택일을 해야 한다"며 재판부와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은 남북관계의 진전은 꿈에 불과하며 지금처럼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악용의 소지가 다분해진다"면서 국보법은 "너무나 후진적인 사상 탄압 양심 탄압의 악법", "너무나 대결적 악의적인 반민주 악법 너무나 인간성을 억누르는 야만적 악법'이라면서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장은 항소이유서 마지막에서 재판부에 희망하기도 했다. "지금의 시간들이 저는 물론이고 우리 가족들에게 그리고 재판장님에게도 우리 민족에게도 소중한 순간 순간이라는 마음으로 이 재판이 통일을 향한 작은 발걸음이라도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며 항소이유서를 마무리 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항소이유서, #국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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