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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 장은 몇년전 인터넷에서 악플문제 등과 관련하여 논란이 되었던 '개똥녀'사건으로 시작한다. 유명한 사건이지만 외국 저자가 쓴 책의 첫 장을 장식한 것은 의외다. 좀더 좋은 일로 첫장을 장식했으면 좋겠다. 이 책은 개똥녀 사건을 설명하면서 "규범경찰(Norm Police)"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규범경찰이란 "댓글러"를 정의하는 또다른 용어인데, 댓글쓰기를 통하여 사회의 "해야 하는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을 규정하고, 동시에 사회를 결속하는 기능이 있으며, 또한 일상의 행동거지를 규정하고 예의바름을 장려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댓글러들을 규범경찰로 보는 시각은 전체에 대한 일부이며, 실제로는 댓글러들에 의해서 많은 문제들이 야기되곤 한다.

명예훼손, 프라이버시권 VS. 표현의 자유

평판의 미래
 평판의 미래
ⓒ 비즈니스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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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파트1은 블로그와 댓글로 인해서 미국내에서 벌어진 개인의 권리에 대한 침해사례를 모아 놓았다. 책의 거의 절반이 흥미로운 사례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이 사례를 읽다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수많은 사례가 피해자를 양산하지만 그것 때문에 누군가가 처벌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수정헌법 조항에 기초해서 "표현의 자유"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것은 실제 재판의 결과에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인터넷에서의 수많은 명예훼손과 프라이버시 침해 사례에도 불구하고 법률적으로는 블로그의 포스팅이나 댓글들이 보호를 받는다.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 다니엘 솔로브는 반드시 그런 상황들에 찬성을 하는 입장은 아니다. 법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대 표현의 자유'의 대립구도에서 이제는 전자를 좀 더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에 보다 가깝다. 파트1에 수많은 인터넷 세상에서의 평판침해 사례를 모아 놓은 것도 파트2에서 전개할 자신의 주장들을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떻까? 인터넷을 통해서 평판을 침해당하는 사례는 매우 많다. 최근의 '최진실'사건처럼 무분별한 악플문화는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외에도 인터넷의 악플에 의해서 평판과 인권을 침해당한 소소한 사례는 더욱 많다. 그런 반면에 또 다른 곳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표현의 자유가 통제되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표현의 자유, 익명성과 책임의 관계

인터넷 세상에서의 익명성의 문제는 빛과 어둠 양 면이 있다. 익명성의 선악의 문제가 여실히 등장하는 인터넷상의 멋진 창조물 중의 하나가 '위키피디아'다. 2001년 지미 웨일스가 만든 위키피디아는 익명 혹은 가명의 독자들이 협업하여 정보를 무료 투고하고 편집하여 2006년 기준 3백5십만건의 등록글을 가진 방대한 백과사전이 되었다.

익명성이 존중되는 위키피디아에서의 글쓰기는 많은 독자들의 자발적 글쓰기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반면 세이겐탤러 사건이라는 익명성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건도 있었다. 존 세이겐탤러는 미국 케네디 대통령 때 관료로 있었는데, 그런 그가 위키피디아에는 케네디 대통령 형제의 암살과 관련이 있는 인물로 등재되었다가 정정되었던 것이다.

익명이라는 배경 아래서는 사람들이 필요이상으로 비이성적이 되거나 부주의해 질 소지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익명성은 표현의 자유에 필수 요소다. 표현의 자유를 사수하는 데에 익명성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미)대법원은 '익명의 팸플릿, 전단지 그리고 서적들은 인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역사를 통해 탄압받는 집단, 당파들은 압제적 행위와 법 제도를 가명 혹은 익명으로 비판할 수 있었다'고 적시한 바 있다.(281쪽)"

우리의 인터넷 환경에서는 제한적 실명제가 도입되었고, 최근 여권에서는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하려고 한다. 두 제도는 인터넷의 악플문화, 사이버범죄 등을 이유로 도입되었거나 도입을 하려고 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사실 이런 것들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권리와배척된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미국에서는 인터넷상의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헌법상의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명예훼손, 프라이버시권 등의 권리를 다소간 유예하는 입장이다.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도 여타 상황에서의 표현의 자유 수준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침해하는 어떤 법제도적 도입도 보류되어야 한다.


인터넷세상과 평판의 미래 - 루머, 가십, 익명성, 그리고 디지털 주홍글씨

다니엘 솔로브 지음, 이승훈 옮김, 비즈니스맵(2008)


태그:#프라리버시,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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