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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상태 목사와 강의석군
 류상태 목사와 강의석군
ⓒ 손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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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에서 비쳐지는 교육감 선생님과 탱크 앞에서 알몸 시위하는 제자를 둔 스승을 보며 감회가 새롭다. 고교시절 돈 봉투를 노골적으로 밝혔던 선생님과 1년을 양복 두 벌로 다녔던 선생님이 생각나서다.

교목 선생님은 빚잔치에 학교를 떠났다고 하고, 검소했던 '파파 스머프' 선생님은 참교육을 주장하다 학교를 떠났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 류상태 목사님 같이 존경하고 싶은 선생님이 계셨다면 어떠했을까? 나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우리시대 진정한 의미의 교회에 나가는 신실한 교우가 되었을 것이다.  

제자에게 선거자금 빌린 선생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는 듯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웃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학원에 특혜를 준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고, 사적인 인연으로 '단지 순수한 빌린 돈'이라는 것이다. 몇십년 사제지간의 끈끈한 정이 있었고, 그리고 인척이어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아리송하고 헷갈린다. 선거 과정에 직분을 맡았거나 학원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후 교육정책이 진행될 때 생기는 '떡고물'이 왕창 쏟아질 게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유엔이 한국의 청소년들이 너무 많은 공부를 한다고 수업일수를 줄이라고 권고했다는 게 수년 전이다. 그러나 공정택 교육감은 학원 영업시간을 1시간이나 연장한 바 있다. 결국 끈끈한 사제의 정을 통해 제자가 학원을 잘 운영하도록 도와주는 꼴이었던 것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주고받기가 척척 맞는 교육현장의 '검은 거래' 단면이 드러났다. 교육감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학원사업 잘되게 해준 제자사랑은 사회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 사정기관은 철저한 조사를 해서 밝혀야 한다.

제자 지지하다가 학교 그만둔 선생님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7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손수건으로 눈을 닦고 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7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손수건으로 눈을 닦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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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일 강남도로 한복판 국군의 날 행사 때 탱크 앞 알몸시위 제자 강의석을 향해 변함없는 신뢰를 보낸 류상태 선생님.

류 선생님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군 제도 폐지에 대해 논할 때가 왔다, 사람들이 지금껏 군대를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에 반발하는 것이며 지금이라도 강군이 이 문제를 제기해준 것이 대견하다"고 했다.

이어 "단지 옷을 벗었다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보면 강군의 주장을 제대로 볼 수 없다"며 "그 속에 담긴 강군의 순수한 동기와 내용 자체를 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분명히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내가 보기엔 오히려 신선하다, 그릇이 큰 아이다"는 것이다.

강의석은 군대폐지 폐지 주장 이전 2004년 고교 3학년 때 학교에서의 예배선택권을 주장하며 45일을 단식했다. 당시 학교 목사였던 류 선생님은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제자를 지지했다. 이 제자가 사회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도 당시 교목실장이었던 류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다니던 학교에 교목 선생님은 전혀 다른 분이었다. 성경 수업에 늘 "불교를 믿는 나라는 가난하게 산다"거나 '미신을 믿으면 집안에 아픈 사람이 많아진다" 또는 "좋은 대학 가려면 교회 다녀라"는 말씀을 하여 난상토론이 일어나곤 했었다.

만약 다시 만난다면, 그 때 불손했던 점은 사과드리고 싶다. 누구에게나 존경하는 선생님이 있고, 또 존경하고 싶어 하는 선생님을 찾는다. 스승을 찾으려면 스승을 볼 줄 아는 제자의 바른 눈이 있어야 하며, 나의 스승인 초등학교 아이에게 '진솔함'이란 스승이 있고. 대가 없이 주장하는 '기특함'이라는 친구도 있다.

그러나, 학원을 운영하면서 교육감선거에 돈을 빌려준 제자는 더 이상 제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설혹 그게 포괄적인 뇌물이 아니라 정말 빌려준 돈이었다고 해도, 그리고 스승을 위한 선의였다고 해도 바르지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선거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원망하는 제자들이 없는 세상이 오길

국회의원으로부터 교육감을 사퇴하라고 질타를 받고 웃어도 좋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 때문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이런 장면을 보면 옷을 벗고 싶다는 상상을 해본다. 나의 종교를 강요했던 20여 년 전 모교의 큰 길 앞에 온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외치고 싶다. "선생님, 교목 선생님! 왜 저에게 종교를 강요하셨나요. 어린 나이의 저에게 성경구절만이 옳다고 강요하셨나요?"라고. 그러나 상상과 감정으로 변화를 조직하긴 어렵다. 선생님들이 잘 가르쳐 주고 있다. 

현 교육감 선생님은 업무시간에 기도회에 가서 통성기도를 하고, 업무시스템을 이용해 사적모임을 주선하는 것은 아주 작은 일 또는 사소한 일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계 사립학교의 종교교육 선택권과 종교의식 자율을 주장한 것은 우습게 보였을 것이다. 중차대한 현안이 얼마나 많은데 '그냥 시키는 대로 따라하면 되지. 무슨 예배 선택권이냐'하며 매질을 하고, 따귀를 때린 D고교 선생님처럼.

현 교육감 선생님은 누군가 분명 검찰에 고발을 할 것이고, 사정기관에 있는 눈 밝은 제자들의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에서 두고두고 기본권 침해여부를 다퉈야 할 것이다. 사정기관에 있는 제자들이 공정하고 엄정한 조사를 해서 선생님의 무죄 여부를 판단할 것이고, 연구관 판사를 지내는 제자들은 법리 논쟁에 선생님의 이름을 수없이 오르내리게 할 것이다.

나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활동과 노력을 통해서 더 이상 굶는 제자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수십년간 선생님을 원망하는 제자들이 없었으면 좋겠고, 옷을 벗는 문제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티격태격 싸우는 일도 없어지기를 바란다.

더 약한 사람을 위해, 배려하고 조직하고 교육하는 너무나 당연한 일에 더 매진했으면 싶다. 학원을 몇개씩 운영하는 제자보다 상처받고 아파하는 제자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많기 때문이다. 나부터 진정한 제자가 되기를 바라며 마음의 평화를 누려보아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손상훈씨는 현재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상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공정택, #강의석, #류상태, #교육,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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