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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날 서울 테헤란로에서 전차 행진을 가로막고 알몸 퍼포먼스를 벌인 강의석씨에 대한 비난 여론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이미 보도되었듯이 강의석씨는 전날 물감으로 얼굴과 상반신을 붉게 칠한 채, "군대 꼭 필요해?" "군대를 없애야 합니다"라는 문구를 자기 몸에 쓰고 퍼포먼스를 벌인 데 이어, 국군의 날 당일에는 홀랑 벗은 몸으로 소총 과자를 들고 대로에 출현했다.

그는 "군대를 폐지하고 그 비용을 가난한 나라를 돕는 데 쓰면 굶고 있는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며 한 대에 45억씩이나 하는 전차 앞에선 알몸은 비무장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현장에서 체포된 강씨는 공연음란죄와 업무 방해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입건되었다.

강의석씨의 직업을 왜 비난하나

'태환아 너도 군대 가'라는 글로 화제를 모았던 강의석씨(22, 서울법대 휴학)가 1일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이 펼쳐진 서울 강남 대치동 현대백화점앞에서 군대 반대 누드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한다", "군대를 폐지하기 위해 기습시위를 벌였다"고 이유를 설명한 강씨는 퍼레이드가 벌어지는 도로에 뛰어들어 20여 초 동안 쿠키로 만든 총으로 총 쏘는 시늉을 하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태환아 너도 군대 가'라는 글로 화제를 모았던 강의석씨(22, 서울법대 휴학)가 1일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이 펼쳐진 서울 강남 대치동 현대백화점앞에서 군대 반대 누드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한다", "군대를 폐지하기 위해 기습시위를 벌였다"고 이유를 설명한 강씨는 퍼레이드가 벌어지는 도로에 뛰어들어 20여 초 동안 쿠키로 만든 총으로 총 쏘는 시늉을 하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 연합뉴스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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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의 돌출 행동에 대하여 세간의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인 것 같다. 강의석씨가 재적 중인 서울대 법대에서도 학생회장을 지낸 차진태씨는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공개편지를 냈다.

이 글에서 차씨는 "강씨는 (언론에서 주목받는 데) 성공한 경험 때문에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양식을 고치기 힘들 것"이라며 "고교 때의 종교자유 단식투쟁, 대학 진학 후 권투선수, 호스트바 활동 등은 지극히 폭력적인 행위이며 그 피해는 본인에게 간다"고 비판했다.

놀라운 것은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마저 강의석에 대한 비판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씨는 자기 블로그에 올린 '강의석, 이제는 언론에서 잊혀지기를'이라는 제목의 글(<오마이뉴스> 게재)에서 강의석씨를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문제는 강의석이 대학에 들어간 이후부터였다. 권투선수, 택시기사, 호스트바 취업, 박태환에게 보낸 글…. 그러면서 벌이고 있는 군대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운동, 언론에 언제나 따라다니는 그의 경력(?)들이다. 그러다보니 '언론노출증'에 걸렸다는 비판까지 나오게 되었다."

먼저 유창선씨에게 묻고 싶다.

"유창선씨는 타인이 무슨 직업을 갖든지 그것을 비판할 권리가 있다고 여깁니까? 그리고 '언론노출증'이라고 했는데 언론이 강의석씨를 따라다닌 것이지, 강의석씨가 언론을 동원이라도 했다는 겁니까? 마지막으로, 언론노출증이면 또 어떻습니까?"

굳이 언론에 노출된 횟수를 따진다면 유창선씨가 강의석씨보다 많다. 그런데 유씨는 자신의 언론 노출은 정당하며 강씨의 언론 노출은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앞서 말한 차진태씨나 유창선씨 글에 기성세대의 독선과 위선이 깃들지는 않았나 생각해볼만한 일이다. 차씨는 강의석씨의 행동이 '본인 자신에게 피해가 간다'고 말하고, 유씨는 마치 어른으로 도덕적 충고를 하는 어조를 취하고 있다.

자기 옷 벗었지, 남의 옷 벗겼나

정치평론가 유창선씨(자료 사진).
 정치평론가 유창선씨(자료 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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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일은 혼자의 힘으로는 안 된다….

더구나 군대 폐지 같이 수용되기 어려운 요구를 하면서 굳이 알몸 퍼포먼스를 하는 방식으로 여론의 지지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강의석의 알몸 퍼포먼스는 내용이나 형식에서 극단적인 편향을 드러낸 것이다. 나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강의석이 왜 이렇게 자주 언론에 자신을 노출시키는지 모르겠다.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일에 묵묵히 자기의 생을 걸겠다는 마음으로 나서는 일이 그것이다….

그런 접근법이라면 차라리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나을지 모르겠다." (유창선씨 글 발췌)

유창선씨는 강씨보다 나이가 많으니 마구 충고해도 된다는 파괴적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군대 폐지' 같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이니까 특이한 방법을 쓴다는데 무슨 상관이라는 말인가?

막말로, 강의석씨가 자기 옷 벗었지 남의 옷을 벗긴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강의석씨라고 해서 알몸이 부끄럽지 않을 리는 없다. 그렇지만 벗을 명분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 것일 터이다. 꼭 목욕할 때나 마사지 받을 때만 알몸이어야 한다는 법도 없지 않은가?

세상을 바꾸는 일은 혼자 힘으로 안 된다는 것을 누가 모른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만약 알몸 퍼포먼스를 다수가 했다면 유창선씨는 어떻게 말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실제로 강의석씨는 군대 반대 100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다만 옷을 벗은 것은 혼자였을 따름이다. 안중근 의사도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할 때 혼자서 총을 쐈지 않은가. 세상 무슨 일이든지 혼자의 일이 여럿이 되고 여럿이 합치면 여론이 되는 이치를, 유창선씨라고 해서 모르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강의석씨더러 차라리 정치를 하라고 충고하는 말은 거의 개그에 가까워 웃음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유창선씨가 생각하는 정치는 알몸 퍼포먼스 따위나 벌이는 것인지. 무엇보다도 엄연한 실존인 강의석씨에게 정치를 하라 마라 할 권리가 유창선씨에게 없다.

잘못된 것은 강의석이 아니라 우리의 고정관념

강의석씨는 얼마 전 <대학내일> 434호 학생 논단에 "태환아 너도 군대 가"라는 글을 실었다. 이 글에서 그는 "(선수들이) 노력해서 딴 메달이 징집 면제란 이름으로 선수들의 공적을 위한 하사품이 된다"고 하고, "군 면제를 서비스로 받는 올림픽 선수들을 보면 로마시대 상대를 죽이면 자유민으로 풀어주는 노예 검투사가 떠오른다고 할까"라고 말했다.

이 말에 잘못된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고정관념일 뿐이다.

건군 60주년이라고 하는 청명한 가을날(사실 이 날은 한국전쟁 때 유엔군이 38선을 돌파한 날이다)에 백주 강남의 대로상에서 사람을 무자비하게 죽일 목적으로 만든 장비들이 위용을 뽐내며 행진을 하는 것이 희극일지, 아니면 알몸으로 그것을 풍자·조롱하는 행위가 더 희극일지를 우리는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하물며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부도덕하기까지 한 일이다. 유창선씨는 강의석씨에게 지금이라도 정중히 사과하는 것이 옳다.

덧붙이는 글 | 필자 김갑수는 소설가로서 오마이뉴스에 <제국과 인간>을 연재 중입니다.



태그:#강의석, #유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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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평론을 주로 쓰며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글쓰기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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