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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소사이어티
 마이크로 소사이어티
ⓒ 웅진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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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소사이어티'란 작고 사소한 힘이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회, 네트워크 환경의 변화로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작은 신세계를 일컫는다. 인터넷 환경으로 구현되는 새로운 세상의 역동성과 긍정성에 주목하는 신조어이다.

이 책은 프로젝트 그룹 팔란티리2020에 의해서 협업의 과정을 통해서 생산되었다. 팔란티리20202은 네이버와 한게임, 쥬니어네이버 등을 운영하는 NHN이 만든 오픈 네트워크형 연구조직 NORI(New Media Open Research Info-Net)의 첫번째 프로젝트 그룹이다.

프로젝트명에 쓰인 '팔란티리'는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미래를 내다보는 돌'이란 뜻을 가진 고대의 신석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인터넷 시대의 권위와 "주관적 객관주의"

"인터넷 공간에서 제공되는 내용의 폭력에 가까운 침입성과 다양한 감각기관에 대한 호소력, 무례하고 무심한 감각, 타인의 주목에 대한 민감성, 그리고 결정적으로 의견의 다양성은 인터넷 청중의 경험이 다른 매체 수용자의 경험과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p272)"

다른 경험은 다른 태도와 다른 행동양식을 만든다. 인터넷이라는 독보적인 존재는 매체 수용자의 경험을 다른 형태로 구성해 내고, 실제로 인터넷 환경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사태들은 다른 매체와 관련해서 벌어지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다른 매체와 다른 사람들이 다른 일들을 진행시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인터넷만의 독보적인 상황들을 일곱 개의 장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위의 인용구는 "6장 누구나 파워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다"에서 따온 것이다. 인터넷과 권력, 인터넷과 권위의 관계에 대해서 다룬 장으로 장의 마감은 조선일보 기자이자 파워블로거인 서명덕과의 인터뷰로 되어 있다.

인터뷰에서 서명덕은 블로그 글쓰기의 특징에 대해서 "객관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매우 정교한 객관이 아니라 불편부당(不偏不黨)이 반영된 대의적인 객관인 것이다. 스스로 객관적일 수는 없다. 주관적 객관주의가 잘 반영된 것이 블로그 글쓰기의 특징이다"라고 하고 있다.

이 책의 전체구조에서 서명덕의 인터뷰는 미미한 부분이지만 블로그 글쓰기에 관해서 그가 가지는 편견의 벽이 유독 높아 보여서 인용했다. 공인인 직업기자는 어디에 글을 쓰건 그의 직업이 독자에게 유무형의 공신력을 갖추게 하며, 설혹 블로그로 제한하더라도 객관주의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인터뷰에서 "대의적 객관, 주관적 객관"을 언급하면서 빠져나갈 뒷문을 열어 놓는 것은 블로그 글쓰기에 대한 편견의 소치로 보인다. 왜 블로그 글쓰기는 '순수하게' 객관적이면 안되는가?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는 대다수는 팩트, 객관 등 글의 가치를 높이는 속성에 의외로 민감하다.

새로운 지식세력의 등장과 매개집단의 필요성

"기존의 언론이나 정당, 사회단체들이 시민들을 매개하는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함에 있어, '인터넷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자신들의 역할을 공고화 하고 강화시켜나갈 수 있는가'와 '정치적인 매개 집단 없이도 시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개별적인 정치 행위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할 수 있는가'이다.(p261)"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기존의 정치적 권위가 새로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촛불정국에서 보여지듯 거리를 채운 인파는 아고라와 같은 마이크로 소사이어티(까페)에 의해 추동되기도 하였고, 유모차부대 사건처럼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블로그)를 탄압하는 국면이 이어지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를 어떻게 매개할 것 인가? 혹은 매개집단이 필요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고 있다. 거기에 대해서는 "네트워크에 기초한 권력의 형성이나 매개는 불충분하거나 보완적인 성격이 강하며"라고 하며 매개집단의 필요성에 대해 중간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안토니오 네그리의 <다중>에서는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이 제시되고 있다. 이 개념을 매개집단의 문제에 응용을 하면, 매개집단이 반드시 필요할까라는 회의적인 결론이 도출된다. "다중"의 자율성을 최대한 발현시켜야 하는 곳에 "매개집단"은 또 하나의 간섭과 간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는 인터넷 시대의 변화상에 대해 다양한 측면을 곰비임비 톺아보고 있다. 개인의 아이덴티티, 프라이버시권, 지식의 개념, 클릭의경제학, 호모루덴스, 미디어아트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6장의 네트워크 시대의 권력관계에 대해서까지. 이 책 한 권을 읽은 것만 가지고도 '신'지식의 창에 한 발 접근한 것 같다.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 - 세상의 변화를 읽는 디테일 코드

팔란티리 2020 지음, 웅진윙스(2008)


태그:#마이크로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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