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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노변담화, 누리꾼들이 냉소하는 이유

 

노변담화(爐邊談話·Fireside chat), 화롯가에 둘러앉아서 서로 한가롭게 주고받는 이야기를 일컫는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 '노변담화'를 하겠다는 것이 화제가 됐다. 미국에서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뉴딜정책 지지 호소'를 위해 1933년 당시에 널리 보급된 라디오를 활용해 '소통'에 나섰던 전례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 측에서는 '대국민 정책 홍보'를 이유로 거론한다. "정부 정책이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상시적으로 직접 설명하는 방안"이라고 하는데, 한 달에 약 1·2회에 걸여 회당 15분 정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누리꾼들은 즉각 '냉소'의 반응을 보였다. 이미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있습니다> 당시, '자영업자'로 소개했던 한 시민 패널이 알고 보니 2006년부터 올해 5월까지 국토해양부 택지개발팀에서 파견근무했던 전력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던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게다가, 당시 대화에 참여했던 여대생이 '질문 사전 조율 의혹'을 주장하면서 또다시 파문이 일어났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당시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있습니다>를 보면, 예정된 노변담화의 향방도 짐작할 수 있다. 대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해명'과 '답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곳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뿐이다.

 

많은 시민과 누리꾼들이 차가운 반응을 보였으며,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 특유의 '뼈 있는 발언(촛불 주동자 발언)'이 누리꾼들을 분개시킨 적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질문 사전 조율 의혹'과 '패널의 신분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한마디로 이벤트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이다.

 

'노변담화'의 경우에도, 한번 그랬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신뢰를 쉽사리 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은 특유의 말실수와 약자를 무시하고 폄하하는 발언을 남발하기로 유명하다. 리스트를 만들어 그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과 계기를 첨언하면 책 한 권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노변담화'는 오히려 위험하다. 편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떤 발언이 나와 파문이 될지 예상할 수가 없다. 게다가,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있습니다>의 경우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뭔가 '해명'에 나설 경우 그것을 끄덕이며 납득하는 경우도 보기 드물다. 안하느니만 못할 것이다.

 

주목받는 노무현의 '민주주의 2.0'

 

 

그런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이 토론사이트를 개설해 정치·경제·사회를 총망라한 이슈를 소재로 정체불명의 누리꾼과 토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주목하게 된다. 그 주인공은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이미 인터넷 공간에 익숙하기로 정평이 나 있으며, "청와대 참모가 대통령의 눈을 흐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내가 인터넷에 접속해 댓글까지 직접 본다"는 이야기로써 화제에 오른 경우도 있었다. 현재 그는 '민주주의 2.0'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종부세'나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정체불명'의 누리꾼과 나누고 있으며, '노공이산'이라는 대화명을 통해 직접 댓글까지 달고 있다.

 

물론,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는 친노 진영까지 나서서 극구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이 갖는 무게감은 다양한 설을 낳을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도 '노공이산'은 주변의 시선과 상관 없이 누리꾼들과 뒤섞여 민감한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할 것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누리꾼들과 직접 뒤섞여 토론을 나누는 것은 그야말로 '소통'이다.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있습니다>에서 부적절한 의혹이 제기됐던 전례가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도 비교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한나라당 역시 이에 대해 민감하게 여긴다는 징후가 발견됐다. 지난 19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명규 전략기획본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2.0 개설은 사실상 정치 복귀 선언으로써 사이버 대통령으로 군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받기 충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권 행사'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경계하는 한나라당의 반응을 엿볼 수 있다.

 

자신들의 대통령은 '소통'이 안돼서, 혹은 '소통'을 못해서 골머리를 앓는 판국에, 토론과 인터넷 환경에 익숙하기로 정평에 나 있고 정치적으로도 자신들이 '핑계'로 주로 내세워가면서 늘상 타격하는 전직 대통령이 직접 인터넷에서 '소통'과 '의견 개진'에 나서는 일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노변담화'는 그 시점에서 발표됐다.

 

 

이명박 대통령, 직접 뒹굴 각오하라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노무현'처럼만 해야 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소통'에 한해서는 절대불신의 대상으로 떠오른 이명박 대통령인만큼 어설픈 이벤트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정 '소통'에 나서겠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신에게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서도 의연하게 대처할 각오가 필요하며 누구인지도 모르는 대상에게도 성심껏 의견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각오가 돼 있지 않다면, 어설픈 이벤트는 안하느니만 못할 것이다. 시쳇말로, 직접 뒹굴 각오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너무 많은 의혹을 남겼으며 너무 많은 말실수를 남겨 우려될 수밖에 없다. 시민과 누리꾼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노변담화'를 냉소하는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명박, #노무현, #노변담화, #민주주의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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