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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마늘을 심어야 하는데 비가 오지 않아 걱정을 많이 하셨다. 추석 쯤에 심어야 했는데 벌써 일주일을 넘겼다. 일주일 늦었다고 무슨 일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농사는 그렇지 않다. 하루가 다르다.

마늘 뿐만 아니라 고추와 배추, 가을무도 생장이 매우 늦다. 적어도 40mm 정도는 내려야 되지만 하늘은 왠 일인지 농부들이 기다리는 것만큼 비를 내려주지 않는다. 애타는 마음을 어찌 달랠 길이 없었다.

그런데 어제(21일) 새벽 2시쯤 비가 세차게 내렸다. 약 10여분 정도 더 내렸으면 했지만 이것도 고맙다고 하나님께 인사드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은 당장에 마늘 심는다고 바빴지만 어머니는 주일이라 하루를 미루었다.

마늘을 심기 위하여 트랙터로 밭갈이를 해놓았다.
 마늘을 심기 위하여 트랙터로 밭갈이를 해놓았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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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2일) 새벽같이 전화를 하셨다. 마늘 심는다고. 부랴부랴 내려갔다. 동생은 마늘 심을 밭을 이미 갈고 있었다. 밭갈이를 트랙터로 하니 금방 되었다. 마늘을 심기 위하여 한우 축사에서 1년 이상을 묵혀두었던 거름을 뿌렸다. 1년 이상 묵힌 거름은 화학비료가 도저히 따라 올 수 없는 양분이 된다.

마늘을 심기 전에 1년 동안 묵혔던 가을거름을 주고 있다.
 마늘을 심기 전에 1년 동안 묵혔던 가을거름을 주고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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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씨알을 보니 정말 작았다. 이렇게 작은 마늘 종자는 처음이다. 어머니께서 마늘 농사를 이렇게 짓는 일이 없었는데 이제 나이는 속이지 못하는 모양이다.

오늘 심을 마늘이다. 마늘 씨알이 매우 작다. 결국 이웃집 아주머니가 마늘이 작다고 더 주셨다.
 오늘 심을 마늘이다. 마늘 씨알이 매우 작다. 결국 이웃집 아주머니가 마늘이 작다고 더 주셨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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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마늘이 이렇게 작아서 어떻게 심습니까?"
"작년에 마늘을 망쳤다 아입니까? 내가 나이가 들어가니 옛날처럼 마늘 농사에 관심을 가질 수 없지. 내가 마늘 종자 깐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르요."

"땅에 비해서 마늘도 부족하겠어요?"
"우짜밉까? 마늘이 없는데. 마늘 썩은 것이 많으니 잘 보고 썩었으면 버리세요."

어머니와 같이 마늘을 심고 있는데 동네 아주머니들이 오셨다. 아직 우리 동네는 품앗이가 남아 있다. 오늘은 저집 내일은 우리집, 아침에는 김씨네, 해거름에는 박씨네 하면서 도운다.

아주머니들이 마늘 품앗이를 하고 있다.
 아주머니들이 마늘 품앗이를 하고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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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마늘 심는다고 도와주어서 고맙다."
"아니 할매하고, 하경이 아빠가 우리 동네에서 얼마나 잘하는데 품앗이 당연히 해야한다 아입니꺼."

"할매 이것이 마늘입니꺼. 우리 집 양념에 쓰리고 남겨둔 마늘보다 못합니더. 우리 집에 가서 마늘 좀 가지고 올게."
"내가 나이가 들어서 안 그렇나. 정신이 없는기라. 추석 때 단술(식혜)에 설탕 대신이 소금을 넣었다 아이가. 이제 정신이 나갔다. 단술에 소금 넣는 정신으로 마늘 농사을 어떻게 짓겠노."

마늘 품앗이는 금방 끝났다. 어머니와 둘이서 심었다면 4시간 정도를 걸릴 시간이었는데 다섯 분 품앗이로 1시간 30분만에 끝났다. 아직까지 품앗이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였다. 품앗이 변함없이 고향에 남아 있기를 원한다.

홍시가 매깔나게 익었다.
 홍시가 매깔나게 익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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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을 다 심고 나니 배가 고팠다. 마늘 밭 옆에 있는 감나무에 갔다. 역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감이 홍시가 되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농약 한 번 맞지 않았던 홍시처럼 깨끗한 마음이 넘치는 동네가 되기를 원한다.


태그:#마늘, #품앗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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