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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마른 오징어를 안 먹는다면서  "아빠 오징어 좋아하니깐 심심할 때 엄마하고 드셔" 하며 다섯 마리를 내 놓는다. 그 오징어를 보는 순간 '그래 이 오징어로 그거 해먹어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친정어머니 산소에 갔다 온 이야기를 하고 난 후여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내가 어렸을 적 엄마가 해주던 오징어 고추조림 반찬 생각이 난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오징어가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을 때였다. 초등학교 시절쯤인 것 같다. 오징어가 있어도 심심풀이 땅콩처럼 주전부리로 먹는다는 것은 감히 생각도 못했던 시절. 너나 할 것 없이 살기 힘들 때라 밥반찬으로 해먹곤 했었다.

 

딱딱한 오징어를 잘게 잘라 물에 담가 놓을 때였다. 물에 담그기 전 잘게 자른 것을 엄마 몰래 한두 개씩 먹곤 했었다. 그렇게 몰래 먹는 오징어의 맛이라니.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 한두 개를 넘어 자리가 나게 집어먹으니 걸릴 수밖에.

 

많이 집어 먹어 반찬으로 먹을 것이 없다고 하면서 혼이 나곤 했었다. 그래도 그 맛은 기가막히게 좋았다. 몰래 먹는 짜릿한 맛이 있어서일까? 얼마 후 오징어 고추 조림 반찬으로 나오면 오징어만 골라 먹곤 했었다. 그래서 또 혼났다. 편식한다고.

 

 

재료준비 : 마른오징어 3마리, 고추, 진간장, 식용유, 마늘, 파, 깨소금, 후추, 참기름, 소금

오징어를 잘라 1시간 정도 물에 담가놓으면 말랑말랑해진다. 말랑해진 오징어를 깨끗이 씻어 소쿠리에 건져 물을 뺀다.

 

처음부터 식용유에 볶아주면 오징어가 너무 질겨진다. 하여 난 진간장에 설탕과 물을 넣고 끓인 후 오징어를 넣고 볶아주었다.  오징어가 볶아지면 풋고추와 파,마늘, 후추, 깨소금 싱거우면 소금간을 하고 살짝 볶아준다.  마지막으로 참기름 한방울을 떨어 뜨린 후 마무리를 한다.

 

오늘(10일) 저녁 반찬 한 가지는 해결되었다. 일단 맛을 보았다. 고추가 들어가 매콤하고 물에 담갔던 오징어는 쫄깃쫄깃하다. 두 번째 맛을 보았다. 아주 매운 고추가 입 속에서 난리가 났다. 너무맵다. 하지만 이내 쫄깃한 오징어가 위로해 준다. 가볍게 맥주 안주로도 좋을 듯했다.

 

그나저나 엄마가 해준 오징어 고추조림 맛이 내가 만든 이 맛과 같을까? 너무 어렸을 때의 일이라 정확한 맛이 기억 나질 않는다. 두 번 맛을 본것으로 왠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내친 김에 그 반찬과 함께 이른 저녁을 먹고 말았다. 그렇다면  엄마가 만들어 준 그 맛이 바로 이 맛이었을까?


태그:#오지어, 고추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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