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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해망동에 있는 ‘수산물 종합센터’ 1층. 2층은 회센터로 군산 근해에서 잡히는 싱싱한 생선을 저렴한 가격에 사먹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군산시 해망동에 있는 ‘수산물 종합센터’ 1층. 2층은 회센터로 군산 근해에서 잡히는 싱싱한 생선을 저렴한 가격에 사먹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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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열흘 앞두고 군산시 해망동에 있는 ‘수산물 종합센터’에 다녀왔습니다. 부산에서 7년 가까이 살다 이사와 추억이 담긴 어시장을 취재하려니까 가슴이 설레더군요. 해서 취재도 하고 장도 보려고 아내와 함께 갔습니다. 

지난 설 연휴 때도 홍어를 사러 다녀오긴 했지만, 객지에 살면서 잠깐 들르는 것과 고향으로 이사 와서 가는 것과는 느낌부터 달랐습니다. 

금강 철새도래지와 채만식 기념관을 지나 시내로 접어들어 복개된 째보선창과 구 한일은행(조선은행)을 지나 도선장에 이르니까 장항을 오가던 군산호의 디젤엔진 소리가 귓가에서 맴도는 듯합니다. 장항선을 이용해 서울을 다녔던 60년대만 해도 마중과 배웅을 나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도선장이 지금은 인적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고요가 흐릅니다.

날만 새면 만남과 이별이 되풀이되던 추억의 도선장을 지나 횟집 단지를 돌아가니까, 우뚝 솟은 수산물센터 건물이 눈에 들어오고, 바닷바람을 타고 차창으로 들어온 생선 비린내가 코끝을 훔치고 달아납니다.

수산물 센터 도착 전에 해망동을 풍자한 옛날 얘기를 소개합니다. 

수산물 센터가 있는 해망동은 금강의 탁류가 서해와 만나는 언저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옛날에는 허름한 판잣집이 모여 있는 공원 아래 산동네가 중심지였는데요. 여름에는 큰소리를 치지만, 겨울에는 기가 죽어 사는 동네로 이름나 있었습니다.

시원한 여름에 해망동 주민에게 ‘당신 어디 사시오?’라고 물으면 큰소리로 ‘해망동 살아요’라고 대답하지만, 겨울에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해망동 살아요’라고 한다고 놀려댔거든요. 산과 바다를 끼고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칼바람이 부는 해망동을 재미있게 풍자한 옛날 어른들의 해학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수산물 센터에 도착, 건어물 가게부터 찾았습니다.

건어물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마른 생선들. 오징어를 비롯해 조기, 박대, 우럭, 아나고(붕장어), 장대 등이 보이는데요. 여름 생선인 장대는 ‘쌀장대’와 ‘보리장대’로 나뉩니다.
 건어물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마른 생선들. 오징어를 비롯해 조기, 박대, 우럭, 아나고(붕장어), 장대 등이 보이는데요. 여름 생선인 장대는 ‘쌀장대’와 ‘보리장대’로 나뉩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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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기가 들어 있어 맛을 한층 더해준다는 바닷바람과 자연 햇살에 말린 붕장어, 박대, 조기, 풀치, 장대, 우럭 등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꼬들꼬들하게 마른 생선들을 보니 뜨거운 보리밥과 찹쌀고추장이 떠오르며 침이 넘어갔습니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가격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박대는 10마리에 2만 원이었고, 붕장어는 중간크기 10마리에 1만 원을 했는데요. 3마리 더 얹혀주겠다는 아주머니 인심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바른 박대 한 마리가 있어야 한 끼 밥을 먹는 저에게 2만 원에 10마리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습니다. 해서 비싸지는 않지만, 부담이 간다고 했더니 “라면도 하나에 천원 가는디, 그런 거 생각허믄 싼 편이지유”라고 하는 아주머니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이어 “기름값이 자꾸 오르는 바람에 배들이 고기를 잡으러 나가지 않응게 생선들이 얼매나 비싸졌는지 몰라유. 그려서 우리도 장사허기가 얼매나 힘든지 몰라유”라며 탄식을 했습니다.

언론 홍보가 절실한 '수산물 센터'

사무실에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조원택 번영회장. 배를 타지는 않았지만 어민들과 함께 살아왔다는 조 회장은 우리나라 어업의 미래를 무척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조원택 번영회장. 배를 타지는 않았지만 어민들과 함께 살아왔다는 조 회장은 우리나라 어업의 미래를 무척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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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의 탄식을 뒤로하고 수산물 센터 번영회 회장(조원택, 67세)을 만났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취재 나온 군산 금강방송(KCN) 기자들을 만나고 있었는데요. 인터뷰를 마친 조 회장에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임을 밝혔더니 반가워하며 사무실로 안내했습니다.  

짧게 깎은 머리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조 회장은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주부들은 재래시장을 이용하고, 수산물 센터는 선물을 하거나 상자로 사서 이웃과 나눠 먹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 주로 근해에서 작업하는 방배와 안강망 어선들이 잡아오는 싱싱한 생선을 취급하기 때문에 외지에서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조 회장은 언제든지 번영회 사무실(063-442-4822)로 연락만 하면 발품을 팔지 않고도 싱싱한 생선과 건어물을 맛볼 수 있다며 주문을 받으면 입금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드리니까 속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열차관광으로 군산을 찾는 분들이 수산물센터에 들러 이 층 회센터에서 회를 드시고 아래로 내려와 가계나 번영회 사무실 전화번호를 메모해 두었다 전화로 주문하는 분들이 적잖은데 고마운 마음에 신용을 생명처럼 여긴다며 힘주어 강조했습니다. 

올해 들어 매상이 급격히 떨어져 안타깝다는 조 회장은 “부자들이 이용하는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는 그런대로 되는 모양인데 재래시장과 수산물 센터 손님들은 갈수록 줄고 있으니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오마이뉴스> 같은 언론에서 홍보를 해줘야 합니다”라며 당부를 잊지 않았습니다.

주인을 기다리는 각종 생선들. 물이 좋아보였는데요. 싱싱한 서대를 보니까 먹어본지 1년이 훨씬 넘은 서대탕이 생각났습니다.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에 밥을 말아 금방 버무린 겉절이와 먹으면 여름의 보약이거든요.
 주인을 기다리는 각종 생선들. 물이 좋아보였는데요. 싱싱한 서대를 보니까 먹어본지 1년이 훨씬 넘은 서대탕이 생각났습니다.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에 밥을 말아 금방 버무린 겉절이와 먹으면 여름의 보약이거든요.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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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가 주문 가장 많아"

다음은 번영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외지 손님들이 즐겨 찾는 생선은?
"외지 손님들은 주로 조기와 박대, 병어 등을 사가지고 가는데 강원도나 경상도 분들은 친척집에 왔다가 사가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서울 등지에서 관광열차를 타고 오는 분 중에는 단골이 되어 전화로 주문해서 택배로 받는 분들도 많습니다. 군산으로 골프를 치러 왔다 회를 사먹고 생선을 주문하고 가는 사람들 숫자도 무시 못해요."

- 재래시장과 가격 차이가 없다고 하는 분들도 있던데요.
"맞습니다. 추석이나 설에 일반 가정에서 제수용으로 사용할 정도는 재래시장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상자를 사서 이웃 서너 집이 나누면 싱싱한 생선을 싼값에 사먹을 수 있지요."

- 추석 선물로 추천하고 싶은 생선과 주문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가격대는?
"조기 외에도 서대와 도다리 홍어 등 근해에서 잡아온 싱싱한 생선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으니 많이 찾아주시기 바라고요. 선물로는 조기와 박대를 가장 많이 찾습니다. 가격대는 5만 원에서 30만 원이 넘는 품목도 있는데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가 주문이 가장 많이 들어옵니다. 아마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부담이 없으니까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선값이 작년에 비해 엄청나게 올랐어요. 기름값이 배 이상 오르니까 뱃사람들이 바닥(바다)에 나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에요. 그러니 값이 오를 수밖에요. 생선도 생선이지만 오르지 않는 게 없어 걱정입니다. 그래도 이곳을 다녀간 손님 중에는 2년이 넘은 단골도 많습니다. 전화로 주문하고 돈을 입금하면 우리가 정성껏 손질을 해서 택배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 이곳에서도 수입생선을 취급하는 것 같던데요. 
"수입 생선, 물론 취급합니다. 수입 생선을 취급하지 않고 장사를 할 수가 없어요. 다만, 원산지 표시를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믿고 국내산 생선을 사먹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배가 나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근해에서 잡히는 생선은 이곳에서 소비하고도 남으니까요."

- 올해도 10월에 전어축제를 여는지요?
"작년에는 10월 5일-14일까지 열흘 동안 ‘맨손으로 전어 잡기’, ‘행운의 해산물 다트’, ‘전어 굽기 체험’ 등 가족과 함께 하는 체험 한마당과 풍물패 공연, 수산물 가요제, 연예인 초청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경기가 워낙 불황이라서 상인들이 어떻게 하는지 두고 봐야겠네요. 상인들 심부름이 주 업무인 번영회장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취재를 마치고 번영회 사무실을 나오는데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군산 금강방송(KCN) 카메라 기자가 그때까지 수산센터 건물 주변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해서 수고하신다고 했더니 “강원도에서 살다 KCN(금강방송)에 취직이 되어 왔는데 음식이 맛있고, 생각보다 인심이 좋습니다”라며 군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수산물 종합센터’ 건물 전경. 옛날 어른들은 출어한 배들이 만선으로 들어와 부둣가가 흥청대야 군산 경제가 살아난다고 했습니다. 70년대 당시 금액으로 어획량이 600억 원을 넘는 해가 있었으니 그러한 말이 나올 법도 하지요.
 ‘수산물 종합센터’ 건물 전경. 옛날 어른들은 출어한 배들이 만선으로 들어와 부둣가가 흥청대야 군산 경제가 살아난다고 했습니다. 70년대 당시 금액으로 어획량이 600억 원을 넘는 해가 있었으니 그러한 말이 나올 법도 하지요.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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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필통(http://blog.hani.co.kr/chongan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군산수산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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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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