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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추석에는 동생이 가져온 '민속주' 큰병 하나를 집안 식구들과 나누어 마셨다. '앉은뱅이 술'이라며 어렵게 구해온 것이라고 했다. 찹쌀과 누룩냄새가 은은하게 감돌고 끝맛이 달콤하며 어느 정도 알코올 도수도 있었으나, 다음날 머리는 아프지 않았다. 아버지는 연신 즐거워하시며 드셨고, 모처럼 떠들석하게 명절다운 추석을 보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을 술한통이 연결해주고 있었다.

 

허시명씨의 술에 관한 책을 접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 역시 전작인 <비주, 숨겨진 우리술을 찾아서>를 재미있게 읽었고 소장하고 있는터라, 이번에 나온 <주당천리>도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전작처럼 저자는 술이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지 찾아다닌다.

 

전작이 술을 테마로 (이강주, 산뻐지술, 백화주, 과하주, 잎새곡주, 무술주, 매실주, 짚가리술, 죽력고, 호산춘, 무비강장주등)술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이번에는 각 지방의 대표술을 테마로 (전국 팔도, 심지어 울릉도, 흑산도, 제주를 망라) 술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작의 내용과도 크게 겹치지 않고 술담을 맛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인정을 마시고, 술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흥에 취하듯, 그 지방의 술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역사 속 인물과 배경을 덤으로 알게되어 맛을 더할 수 있었다. 안동 고삼주를 통해 왕건이 견훤을 물리친 배경삼아 안중의 고사를 들을 수 있고, 문경의 호산춘은 황희가문의 전통주로, 흑산도에서는 정약전의 사둔서당을, 제주에서 추사유배지를 통해 술과 문화와 역사가 함께 했음을 말해준다.

또 전작에는 '무술주' 이야기(개고기(네다리만 씀)와 찹쌀로 빚은 술로 퇴계선생님이 탐독했던 '활인심방'에 나옴 p81~90), 전봉준 장군과 인연이 있는 '죽력고'이야기(푸른 대를 숯불 위에 얹어 뽑아낸 즙을 섞어서 곤 소주 p139~140)가 흥미로웠는데, 이번 책에는 제주의 조껩데기술, 오메기술과 이를 증류한 고소리술, 특히 달걀 참기름이 들어간 오합주가 인상적이었다.

 

이번 책에는 이종기씨가 운영하는 '술박물관'관한 이야기와 강릉 단오 때의 신주빚기행사가 나오는데, 언제 한번 다녀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술은 크게 청주(약주), 탁주(막걸리), 소주로 나누어지는데 금복주의 운해, 안동소주와 무주의 머루주, 여주의 화요를 통해 이제는 세계시장을 겨냥하여 우리 술의 도약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아직도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문을 닫는 누룩공장과 소규모 양조장들, 비법이라며 숨기고 교류하지 않는 우리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다. 특히 서로 한곳에서 밀집하여 정보와 비법을 공유하고 시스템의 과학화를 이루고 있는 일본의 술문화에 관한 저자의 언급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번 기회에 전작 <비주, 숨겨진 우리술을 찾아서>의 내용을 간략 살펴본다.

 

전주 이강주 : 뱃물과 생강즙이 들어간다고 하여 명칭얻음,울금,계피,

                   꿀 포함. 울금 덕분에 정신이 맑아지는 효과.

모주 : 약재(흑설탕,밤,생강등)를 넣고 3시간정도 끓임.알코올은 섭씨

         78도면 증발하기 때문에 모주에는 알코올 성분이 없다.

산버찌술: 야셍 벚나무를 타고 올라가 산버지를 따다 만든 술,

백화주 : 우리 술의 절창. 전북 김제의 학성마을. 김수연 옹.기호학파

            백가지 약재가  들어간 백초주,

            60세가 넘으면 술을 빚지 않는 것이 관행.

            천하 3대 명주- 백화주,송화대력주,불로주(36~7)

과하주 : 전주 술박물관. 무더운 여름을 넘겼던 지헤로운 술,

            비방이 총집결

잎새곡주 : 과거보기 전날에 마시는 머리 맑아지는 술

            - 앵두잎,배잎,솔잎,인진쑥잎

무술주 : 개고기(네다리만 씀)와 찹쌀로 빚은 술, 

            퇴계가 탐독했던 '활인심방'에 소개.

황죽 매실주 : 경북 울진 주천대 - 임유후,고산서원. 대통을 넣음

짚가리술 : 일제의 탄압, 불법 밀주,법성포

죽력고 : 푸른 대를 숯불우에 얹어 뽑아낸 즙을 섞어서 곤 소주.

            죽력은 대기름, 고는 증류한 고급술, 전봉준장군과 인연, 태인

호산춘 : 여산- 호산지방에서 빚어지는 술, 천호산 .산림경제에 나옴

무비강장주 : 기력이 좋아지는 술.

 

동의보감에서 소개된 단주방(술 끊는 방법) (p199)소개

주신 : 디오니소스(그리스), 바쿠스(로마), 조라가망(한국), 마츠오(일본)

 

  <조지훈(주도18등급으로 분류, p212)>

 9급-불주(술못마심),8급-외주(술을 겁냄),7급-민주(취하는것을 민망해함)

 6급-은주(돈이 아까워 혼자마심),5급-상주(잇속이 있을때만 술을 냄)

 4급-색주(성생활을 위해 마심),3급-수주(잠이 안와 마심),

 2급-반주(밥맛을 돋우려고 마심),1급-학주(술의 진경을 배우는)

 1단-애주(술의 취미를 맛보는),2단-기주(술의 진미에 반한)

 3단-탐주(술의 진경을 체득),4단-폭주(주도를 수련),5단-장주(주도삼매),

 6단-석주(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7단-낙주(술과 더붕어 유유자적)

 8단-관주(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마실수없는),9단-폐주(술로 세상을 떠난)

조지훈은 학주의 소졸이나, 20년 정진에 몸은 관주의 경지에 있다고 함

조지훈이 직접 빚었던 술-삼도주 

덧붙이는 글 | 예스24, 알라딘에도 송부했습니다


허시명의 주당천리

허시명 지음, 예담(2007)


태그:#인문?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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