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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절묘한 타이밍을 일컬어 하는 말입니다. 아무 관계없이 한 일이 마침 다른 일과 때가 같아 어떤 관계가 있는 것처럼 의심을 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아마 정부에서는 불심이 거리로 몰려나온 때 마침 한국판 마타하리 사건이 터짐으로 잘 됐다고 안심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 반대로 보는 눈이 많습니다. 불심의 악화를 희석시켜 보려고 여간첩 사건을 등장시켰다고 말입니다.

 

신공안정국 코드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 역사에서 정부에서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때마다 간첩 잡았다는 사건을 터뜨려 그 사건을 덮으려는 꼼수를 많이 써왔던 터라 그리 낯선 코드는 아닙니다. 이른바 '공안정국'이라고 하죠. 군사정권이 득세할 때는 아주 흔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군사정권도 아닌데 이 악성바이러스가 또 번지는 모양이라고 걱정스럽게 사건의 전개를 눈여겨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 그래서 이런 걸 두고 '신공안정국'이라고들 하는군요.

 

한겨레에서 '밥값 하는 방법을 찾았다'는 제목의 패러디를 그렸습니다. 게슈타포 복장의 MB, '최악의 지지도를 일거에 해결하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 바로 '공안정국'이라고 합니다. 불교의 상징을 거꾸로 뒤집은 게 바로 나치의 상징이란 것을 분명히 하며, 망원경으로 들여다봅니다.

 

망원경의 한편엔 수인 번호가 선명하게 찍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들어있고, 다른 한편에는 광주에서 몽둥이를 들고 날뛰는 특전사 요원들, 그리고 그들에게 무릎 꿇려진 팬티만 입은 군중들이 들어있습니다.

 

'10년만에 찾아온 신선한 이적단체 검거, 생뚱맞은 여간첩 체포!'라는 제목으로는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위엄을 되찾는다면 어쩌겠습니까. 하지만 이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더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심폐소생술이 특효

 

한국이가 '이 한 몸 등신 되어' 죽은 목숨 되살리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군복 입은 의사 선생님을 그렸습니다. 의사 선생님 가운이 기가 막힙니다. 얼룩무늬 대신 하트모양만 즐비합니다. 손에는 '간첩사건'이라는 흉부압박기를 치켜들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꿰맨 자국이 가득한 환자는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연명하다 의사 선생님의 은혜로운 처방 때문에 벌떡 일어납니다. 침대에는 '국보법'이란 글귀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 죽어가던 환자가 '국보법'에 누워 ‘간첩사건’이란 급처방을 받고 일어난다 이거지요. 그 환자가 누군지 알만 합니다.

 

인천이가 지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00일보'를 비롯해 여러 신문 1면의 기사가 붙은 벽보를 바라보는 신사를 그렸습니다. 신문기사는 미녀 사진 옆에 "한국판 마타하리 미모의 여간첩 성도구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신문들이 대부분 비슷한 기사를 톱으로 넣었습니다.

 

이 신사가 '선데이 서울 다시 나왔다?' 하며 놀라는 모습입니다. 한결같이 미모의 여자임을 강조하고, '성도구화 어쩌구저쩌구' 하니까 하는 말이겠지요. 여러모로 예전의 공안정국에서 쓰던 뻔한 방법과는 질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잘 다듬어지고 세련된 모습입니다.

 

탈북자인데다가 여자인 것이 그런 모습 중에 하나입니다. 탈북자는 정부의 공식적인 도움을 받을 뿐 아니라 여자라면 바지들이 대부분인 군대에 접근도 용이했을 테니까요. 확실히 신공안정국엔 신공안정국에 어울리는 사건이 터지는군요. 업그레이드 멋지게 했습니다.

 

뒷북치는 그들, 간첩 잡는 데는 빠르네

 

조선이도 이쯤 되면 한 발 들여놔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버스 떠난 뒤'란 만평을 내놓았네요. '건설공사 수주외압의혹 홍경태 전 청와대 행정관 말레이시아 이미 출국'이란 문자를 날리고 떠나는 비행기를 애처롭게 따라가는 경찰관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서!! 안 서?!"라고 외치며 벗어지는 모자도 아랑곳없이 따라가지만 못 잡고 숨만 헉헉 몰아쉴 뿐입니다. 지나가던 여행객이 "간첩 잡은 게 용하네…"라며 비웃습니다. 이 여행객의 말이 참 많이 생각하게 하는 말이네요.

 

대부분 대한민국의 검찰이나 경찰은 뒷북을 치는 일들을 흔히 잘도 하는데, 이번에는 어이 간첩을 타이밍 잘 맞춰 잡았는지 그게 참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하긴 '궁하면 통한다'는 말도 있으니 그렇게 의아한 눈으로 볼 일도 아닌 모양입니다.

 

뒷북행정에 보탬이 되고자 군도 나섰습니다. 서경이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그림을 내놓았습니다. 국방부에서 고위급들이 모여서 '여간첩사건 긴급회의'를 합니다. 물론 TV에서는 계속 '위장탈북 구멍 뚫린 안보'를 메뉴로 하는 뉴스가 방영되고 있고요.

 

뒷북, 이게 원래 그들의 모습이거든요. 근데 여간첩 잡는 데는 그리 빠르셨는지. 것도 불교인들이 서울시청 앞에 모여 종교편향을 성토하는 시점에 맞춰 잡아냈습니다. 타이밍 한번 예술입니다.

 

주님 어찌 하오리이까

 

데일리서프라이즈가 '스님의 염장을 지르는 것들…'이 무엇인지 그림으로 가르쳐 줍니다. MB운전기사가 옆에 검찰과 경찰 수뇌부를 태우고 자신의 자가용화물차 'MB-747'을 몰고 가고 있습니다. 앞에는 '간첩신고는 112'란 현수막을 달고, 계속 마이크로는 '미모의 여간첩' 잡은 업적선전을 합니다.

 

근데 거리로 나온 스님이 참 안 되었습니다. 그 확성기 소리에 그들의 외침이 묻히니 말입니다. 거기다 서울시가 허가되지 않은 집회를 했다면 '변상금 40만원'을 내라고 합니다. 이젠 이름 대면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알만한 매스컴 타는 기독교 인사가 '예수=부자'라는 등식을 내밀며 스님도 예수 믿어야 한다고 떠들어댑니다.

 

스님은 목탁을 내려놓은 채 비분강개(悲憤慷慨)하네요. 만평뉴스를 전하는 저도 난감합니다. 예수쟁이라고 말하다가 혹 돌 맞을까봐 겁이 납니다. 하긴 정당한 일에 돌 맞는 것이라면 몰라도 다른 예수쟁이, 잘못 가고 있지만 그걸 모르는 예수쟁이 때문에 맞는다면 억울하잖아요.

 

그래서 예수님도 벽을 안고 우십니다. 노컷이 한 컷 그렸습니다. 명박산성 안에서 고개를 살포시 내밀고 MB가 묻습니다. '얼마나 모였대?' 경찰이 열심히 세고 있습니다. '하나 둘 셋 넷 …' 밤새워도 다 못 셀 것 같습니다.

 

'성난 불심'의 외침을 명박산성으로 막으려는 자기 제자를 보고 예수님도 대한민국에 오셨습니다. 명박산성을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하십니다. 예수님은 뭐라고 기도하실까요. 그 뒷모습이 저리도 아리게 보이니 '주님 어찌 하오리이까'라는 말밖엔 할 수 없군요.

덧붙이는 글 | 신문만평을 보고 작성한 글입니다.
이기사는 갓피플, 미디어다음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만평뉴스, #종교편향, #여간첩, #공안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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