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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아파트내 테니스장을 인근 외부 주민들이 독점사용해온 데다 시설전환마저 가로막자 반발하고 있다.
 대전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아파트내 테니스장을 인근 외부 주민들이 독점사용해온 데다 시설전환마저 가로막자 반발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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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장 입구에 설치된 우편함과 출입문 잠금장치.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동우회측에서 설치한 것이다.
 테니스장 입구에 설치된 우편함과 출입문 잠금장치.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동우회측에서 설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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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다 더한 '주객전도' 사례가 있으면 말해 달라. 아파트 주민을 깔보고 무시하는 처사다."

25일 대전 대덕구 법동 한마음 아파트에서 만난 몇몇 입주민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졌다.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 옆에 있는 테니스장을 놓고 인근 테니스 동우회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영구임대아파트로 1700여 세대(3870명) 중 입주민 대부분이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독거노인 또는 소년소녀가장들로 아파트 내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입주민들이 테니스를 즐길 만한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데다 퇴직 교사들의 모임인 대전삼락회 회원들과 퇴직관료 등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한마음 테니스회 등 2개 모임 회원 수십 여명이 10년째 테니스장 이용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입주민들에 따르면 이들은 아예 테니스장 입구에 잠금 장치와 별도의 우편함까지 설치했다.

아파트 단지내 테니스장. 입주민들은 단 한명도 테니스장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 멀리 보이는 정면은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다.
 아파트 단지내 테니스장. 입주민들은 단 한명도 테니스장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 멀리 보이는 정면은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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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들 "왜 남의 동네 사람들이 주인행세하나?"

논란은 아파트 관리주체인 대전시 산하 대전도시개발공사가 무지개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아파트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입주민들은 대전도시개발공사측에 아파트 주민들 중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며 이 참에 청소년 등 실입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있는 농구장 또는 배드민턴, 인라인 롤러장 등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테니스장을 이용하고 있는 삼락회 회원들과 한마음테니스 동우회 회원들은 "아파트 입주민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시설로 바꾸고자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대전시와 대전도시개발공사에 각각 반대입장을 전달했다.

이들은 또 "1개면으로는 많은 테니스 회원들이 사용하기가 어렵다"며 "회원들도 대부분 같은 대덕구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테니스장 시설을 보강해 주지는 못할 망정 시설을 없앤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같은 입장이 담긴 호소문을 회원 연서명을 받아 대전시와 도시개발공사에 전달할 예정이다.
 
대전도시개발공사는 테니스 동우회 측의 반대가 커지자 2개 면 중 1개 면은 그대로 남겨두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동우회 "시설 보강 못할 망정 왜 있는 시설 없애려 하나"


대전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당초 테니스장 2개 면을 모두 철거하고 입주민과 단지 청소년들이 실제 사용가능한 시설로 전환하려 했다"며 "하지만 기존 테니스장을 사용하고 있는 동우회 측의 반발로 1개 면은 유지하고 나머지 1개 면만 인라인스케이트장으로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파트 입주민인 이상만(73) 무지개 한마음운영회장은 "최근 지역구 시의원의 중재로 1개 면만 철거하기로 잠정합의한 바 있다"며 "그런데도 2개 면 모두 기존대로 사용하겠다는 테니스동우회 측 주장에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영구임대아파트에 세를 내고 살고 있지만 엄연한 아파트 주인"이라며 "남의 동네 사람들이 우리 아파트 테니스장을 10년 째 자기 집 처럼 문까지 잠그고 다니며 주인행세를 해온 것도 모자라 입주민을 위한 시설로 변경하는 것까지 가로 막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아파트 입주민인 이아무개(45)씨는 "인근에서 비교적 잘 사는 주민들이 영세민 아파트 땅 마저 빼앗으려하는 현실에 할 말을 잃었다"며 "이는 경제적으로 어렵게 산다는 이유로 입주민들을 우습게 보는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도시개발공사는 당초 계획대로 입주민들이 전혀 이용하지 않는 테니스장을 모두 철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입주민도 "주차장이 부족해 아침 저녁으로 주차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외부인들이 테니스장을 이용해온 10년 동안 입주민들은 주차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민 누구도 테니스장을 이용하지 않고 있는 반면 주차장은 늘 만원이다. 관리사무소측은 확보된 주차면수는 366면인 반면 저녁마다 700여대가 들어 차 주차장이 크게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입주민 누구도 테니스장을 이용하지 않고 있는 반면 주차장은 늘 만원이다. 관리사무소측은 확보된 주차면수는 366면인 반면 저녁마다 700여대가 들어 차 주차장이 크게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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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들이 테니스장을 이용하지 않고 있는반면 아파트 복지회관은 공간이 부족하다.
 입주민들이 테니스장을 이용하지 않고 있는반면 아파트 복지회관은 공간이 부족하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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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할 구청, 인근에 19억원 들여 테니스장 조성 공사중

한편 관할 대덕구는 인근 송촌동 선비마을 아파트 3단지 아파트 주변에 시비와 구비 등 모두 19억원을 들여 5개면 규모의 테니스장 조성공사를 벌이고 있으며 연말 준공예정이다. 

대덕구 관계자는 "테니스장을 조성중인 곳은 논란이 일고 있는 한마음 아파트와는 수 백여미터 떨어진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며 "이에 대해서도 인근 주민들은 시민 누구나 이용 가능한 공원이나 광장으로 조성해 달라고 하는 반면 인근 테니스 동우회에서는 면 수가 적다며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도시개발공사는 지난해부터 무지개 프로젝트 일환으로 수십억원을 들여 한마음 아파트 건물외벽 도색작업과  담장 및 보안등 교체, 아파트 상가에 어린이 이용시설 및 자활센터 설치 등 대대적인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마음아파트는 지난 92년 대전시 공영개발사업단이 준공, 현재 대전도시개발공사가 관리하고 있으며 15층 6개동 1770세대(12평 1260세대, 14평 300세대, 17평 210세대) 중 80%가 국민기초생활수급데상이고 나머지 세대또한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등 저소득층이다.     


태그:#테니스장 , #대전도시개발공사, #한마음아파트, #기초생활수급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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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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