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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힘' 세계를 들다
장미란 세 번째 금, 돋보인 '강원도의 힘'
역도 장미란 금 소식에 전주 가족들 '열광'
장미란, 세계를 들었다...전북출신 역사 신기록 작성
장미란 '세계신' 들던 날 환호의 함성...고양시 포상금·범시민 환영행사 준비

장미란 선수의 이름이 베이징을 넘어 전 세계를 흔들던 날 언론은 일제히 환호했다. 16일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장미란 선수의 환한 사진과 가족들이 환호하는 모습들이 각 지역언론에도 조명됐다.

그러나 일요일엔 신문 발행을 하지 않는 지역신문들의 보도가 제각각이었다. 이틀 후인 월요일자 사진과 활자에 묻어난 지역신문들의 장미란 선수 예찬보도는 지역에 따라 강조하고자 하는 방점이 크게 달랐다. 그 강도도 달랐다. '동상이몽'의 묘미를 보여주었다고나 할까?

장미란 금메달 놓고 강원·경기·전북지역 "우리 지역 출신이야"  

장미란이 16일 베이징 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75kg 이상 급 인상에서 140kg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용상에서도 세계신기록인 186kg를 들어 합계 326kg이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장미란이 16일 베이징 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75kg 이상 급 인상에서 140kg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용상에서도 세계신기록인 186kg를 들어 합계 326kg이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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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강원, 경기, 전북지역 일간지에서 그 차이점이 두드러졌다. 이들 지역은 모두가 '자기지역 출신'이라며 장미란 선수를 극찬했다. 가족과 친지, 주민들을 동원해 연고지가 분명함을 입증이라도 하듯 경쟁을 벌였다. '감격스럽고 기뻐 눈물이 날 일'이라는 공통점 외에 출신지역이 서로 다름이 기사와 제목, 사진설명에서 선명하게 묻어났다.

'오늘날 스포츠는 돈이며 산업이다', '스포츠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등으로 포장하며 스포츠마케팅에 올인하고 있는 각 자치단체들이 독특한 수익모델 구축에 너도 나도 눈독 들이고 있기 때문인 것일까. 올림픽 금메달 소식을 지역과 연계시키려는 지역신문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강원도 원주출신으로 원주시청에서 출발해, 지난해 현 소속팀인 고양시청으로 이적한 장미란 선수. '실업팀 선수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팀의 등록지가 우선시 된다'는 전국체전 참가규정에 따라 작년에 열린 전국체전 때 고향인 강원도 대표가 아닌 경기도 대표로 출전한 바 있다.

여기서 파생된 인연으로 출생지인 강원도와 소속팀이 속해 있는 경기도 고양시가 '장미란 경쟁'에 일찌감치 나섰지만 전라북도 체육회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전북출신 체육인 명단에서 순창 출신의 이배영 선수와 함께 장미란 선수를 포함시켜 뒤늦게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프로필엔 전북관련 사항이 하나도 없는 장미란 선수가 명단에 오른 이유는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가 전북 출신이기 때문이란다. 이처럼 해당 자치단체와 체육회가 장미란 선수 출생지, 소속팀, 본인이 아닌 아버지의 출신지를 따져가면서 펼치고 있는 동상이몽식 해석에 지역언론도 함께 장단을 맞춘 꼴이다.

[전북] "전북이 낳은 헤라클레스 장미란, 할머니 집 열광의 도가니"

장미란 선수의 아버지 출생지인 전북지역 언론사들은 장미란 선수의 금메달 소식과 함께 가족들의 모습을 클로즈업 하느라 분주했다. <새전북신문>은 18일 사회면 <금메달에 "와"...세계신에 또 "와">란 제목의 기사에서 역도 장미란 선수의 금 소식에 열광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크게 부각시켰다.

"베이징 올림픽 9일째를 맞은 16일 여자 역도 장미란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전주시 효자동 장 선수의 친할머니집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는 기사는 "장 선수의 할머니와 삼촌, 조카 등 15명의 가족들은 장 선수의 선전에 승리의 기쁨과 환호를 감추지 못하고 열광했다"고 전했다.

"장미란의 삼촌인 장호형(39·전주시 삼천동)씨는 '미란이가 너무 자랑스럽다. 금메달에 세계 신기록까지 수립하면서 겹경사가 생겼다'며 '미란이가 여기에 안주하지 말고 더 큰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는 이 기사는 "이날 장 선수의 친할머니집에는 뜨거운 취재열기와 함께 송하진 전주시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다음날 이 기사가 실린 인터넷신문에는 장미란 선수의 출신지역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강원도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전북출신이 맞느냐"는 댓글들이 달린 것. <전라일보>는 이날 1면 머리기사 '올림픽을 빛낸 전북 건아들'에서 장미란 선수 외에도 박태환 선수까지 포함시켰다.

"베이징 올림픽 여자 역도 경기에서 장미란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전주시 효자동 친할머니 집은 물론 전북지역이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는 이 기사는 "마린보이 박태환 아버지의 고향인 전북도민은 물론 전 국민의 가슴속에 남긴 희열과 희망의 메시지는 앞으로도 삶의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전한 뒤 "아버지 박인호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태환이가 따낸 금메달과 은메달은 대한민국의 자랑이며 전북인의 저력을 과시한 것이다'고 말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북도민일보>도 이날 '장미란, 세계를 들었다, 전북출신 역사…신기록 작성 금'의 기사에서 "전북이 낳은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이 베이징 올림픽 여자 역도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 목에 걸었다"며 "장미란의 이번 금메달은 전북출신으로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서 우승을 차지한 전병관(진안)에 이어 2번째"라는 점도 빠뜨리지 않았다.

<전북일보>도 이날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 다섯 차례 세계신 수립'이란 기사와 함께 실은 사진에 "베이징 올림픽 여자 역도 75kg 최중량급 경기에서 세계 신기록을 들어 올리며 금메달을 따는 순간 전주 효자동 장미란 선수의 할머니 집에서 TV를 지켜보던 할머니와 친척들이 만세를 부르며 기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경인지역 선수의 영웅은 역시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

장미란 선수가 팀으로 소속해 있는 경기도 역시 여자 역도 금메달 소식에 환호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경인일보>는 19일 '더 눈부신 투혼의 감동메달'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톱 10'을 이끄는 경인지역 선수들을 소개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경기·인천지역 소속 선수(팀)들이 한국팀의 '톱10' 진입에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기사는 "특히 역도의 장미란(고양시청)과 수영의 박태환(단국대), 유도의 왕기춘(용인대), 양궁의 박경모(인천계양구청), 배드민턴 혼합복식의 이용대-이효정(삼성전기)조 등 경인지역 선수(팀)들이 한국 선수단의 메달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인지역 선수의 영웅은 역시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의 세계 신기록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이에 앞선 18일에도 '일낼 줄 알았다, 축제 분위기'의 기사에서 장미란 선수를 위해 고양시가 포상금과 범시민 환영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부각시켜 보도했다.

<중부일보>도 이날 '고양시, 장미란 금 획득에 브랜드 가치 상승'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장미란 선수의 금메달 획득을 계기로 세계적인 도시 브랜드를 얻는 데 성공한 고양시의 '집중과 선택'을 통한 스포츠 마케팅이 화제"라며 "강현석 고양시장은 16일 역도경기가 열린 중국의 베이징항공항천대학 체육관에서 장미란 선수와 포옹하며 세계인은 물론 국내 각 자치단체장들의 부러움을 샀다"고 전했다.

이날 <기호일보>는 '고양, 강현석 시장 장미란 만나 노고 치하하고 축하'란 제목의 기사와 사진에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강현석 고양시장은 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 부문에서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장미란 선수를 만나 그 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축하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또 "금메달을 획득한 고양시청 소속 장미란 선수는 오는 22일 국가대표 역도연맹 및 선수단 일행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경기일보>는 이날 칼럼 '장미란'에서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25·고양시청)은 지난 16일 저녁 베이징 올림픽의 한국선수단에게 일곱 번 째 금메달을 안겨 주었다"며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세계여자역도 여왕'의 등극은 이토록 찬란했다"고 극찬했다.

[강원] "원주의 딸 세계역도 여왕 탄생...강원도의 힘"

강원지역도 장미란 선수가 원주출신인 점을 크게 부각시키며 도의 자랑거리로 삼았다. <강원도민일보>는 18일 '강원역도 세계가 놀랐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강원역사가 한국 역도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고 한껏 부추겼다.

"이번 올림픽에서 강원역사들은 지난 10일 윤진희가 여자 53㎏급에서 '부상투혼'을 발휘하며 첫 번째 은메달 낭보를 알려 물꼬를 텄고, 13일 남자 77㎏급 사재혁이 1992년 바르셀로나 역도 남자 56㎏급 전병관 이후 '16년 만에 값진 금메달' 소식을 타전하며 도민적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고 기사는 전했다. 또 이 기사는 "역도가 한국 올림픽의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부상하는데 강원 역사들이 그 선봉에 서 있었으며 이제 강원도는 세계가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역도의 메카'로서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이 신문은 이날 사설 '장미란 세 번째 금, 돋보인 강원도의 힘'에서 "장미란의 금메달은 한국선수단에 일곱 번째이자 강원도선수로는 사격의 진종오(춘천), 남자 역도 사재혁 선수(홍천)에 이은 세 번째 쾌거"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강원전사들은 '강원도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유감없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사설은 또 "장 선수는 지난해 원주시청에서 고양시청으로 소속팀을 옮기면서 곡절과 아쉬움이 없지 않았으나 그가 어디 있든 강원도가 낳고 기른 선수"라며 "장 선수의 쾌거가 국위를 선양하고 강원인의 명예와 저력을 과시하는 일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거듭 박수를 보냈다.
 
<강원일보>도 18일 '타고난 역도선수 대한민국 보배'의 기사에서 "장미란의 오늘은 김해광(49·원주시청역도감독) 원주시체육회 사무국장과 박미정(여·31) 원주여고 역도부 코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계를 들어올린 '피오나 공주' 장미란을 키워내고 상지여중·원주공고·원주시청 시절 장미란을 지도했던 김해광 사무국장"이라고 장 선수 지도자들을 칭찬했다.

이 신문은 또 이날 '강원역도 세계 최정상 입증'이란 제목의 기사에서도 "강원도 출신 장미란(25·고양시청·원주공고졸)이 지난 16일 한국 여자역도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획득과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면서 강원역도가 세계 최정상임을 입증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원주의 딸 세계역도 여왕 탄생"의 기사에선 "강원도가 낳은 세계적인 역도스타 장미란이 지난 16일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 역도 최중량급(+75㎏)에서 세계 신기록으로 금빛 바벨을 들어 올리는 순간 300만 강원인의 자긍심도 하늘을 찔렀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양이 차지 않는지, 사설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강원의 아들 딸'에서도 장미란 선수를 거듭 칭찬했다. "원주 출신인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이 역도에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면서 "최중량급에 나선 장미란은 인상에서부터 괴력을 뿜어내며 정상에 우뚝 섰다"고 자랑했다.

"우리나라 전체가 알파신드롬에 놀아나는 형국"

대구·경북의 인터넷신문 <평화뉴스>는 이러한 볼썽사나운 각축전을 예견했던지 쓴소리를 담아냈다. 이들 3개 지역 언론들과 지자체들이 서로 장미란 선수를 경쟁적으로 자랑하며 '향토출신 금메달'이란 소식을 전한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13일 '알파 신드롬, 은메달은 슬프다?'란 제목의 김영민 김천YMCA 사무총장 칼럼은 "2등도 부족하고 미안한 사회가 너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향토출신들의 이름이 베이징을 넘고 우리나라를,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는 이 글은 "그런데, 이런 영광과 기쁨 가운데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운을 뗐다. 그런 뒤 "우리나라만큼 은메달이 가벼이 여겨지는 곳은 없다"면서 "우리나라 전체가 알파신드롬에 놀아나는 형국"이라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이 칼럼은 "모든 사회 구조나 목표가 알파형 인간이 최고의 인간상이라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며 "'최선보다는 최고'를,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가치의 기준으로 삼고 민주주의의 가장 보편적인 가치인 경과나 규정, 절차보다는 최고를 위한, 최고의 모습만이 부각되는 동물적인 경쟁에 온통 내던져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칼럼은 금메달 신드롬에 치우친 다른 지역언론들의 동상이몽과는 대별되는 글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미디어가 무슨 내용을 내보내든 일방적으로 정보와 이미지를 대량생산해냄으로써 사람들 사이의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곧 미디어 이데올로기의 함정이다.

현재가 아무리 불확실하고 불투명하더라도 과거보다 현재에 주목하면서, 자기지역만을 최우선시하는 주장은 과대망상적 이데올로기에 다름 아니다. 각 신문들은 지역 이데올로기를 앞세우기 전에 '왜 미디어는 그런 내용을 내보내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언론은 공식처럼 예정돼 있는 답을 던지고 싶은 유혹을 자제하고 극복하면서, 구체적인 사실을 근거 또는 보완자료로 삼아 보도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장미란,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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