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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네거리 명박산성 앞에 서서

촛불 둘 켠다

왼손엔 널 기다리는 마음 비추는 촛불을

오른손엔 미친 미국 쇠고기 되돌리는 촛불을

 

날밤 꼬박 새워 어둠 밀쳐내도

경찰이 억지로 태극기 떼어낸 명박산성은 열리지 않는다

밤새 눈에 담은 촛불로 휴대폰 밝혀도

너에게선 문자메시지 한 통 없다

2MB OUT 목청 쉬게 외쳐도

닭장차는 이순신 장군 동상처럼 끄떡없다

 

가시나야, 5년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촛불 들면

촛농처럼 굳어버린 네 마음 녹을 수 있겠느냐

가시나야, 이명박 해가 떠오른다

견우 직녀처럼 마주 보고 선 조선 동아일보가 빛난다

아, 슬프고 억울하다

똥꼬 보이며 꺼져가는 촛불처럼

안타까운 내 사랑만 OUT되어 버렸네

 

- 이소리, '촛불 사랑' 모두

 

 

촛불이 주춤거리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이명박 OUT'이 아니라 촛불이 먼저 OUT되어 버릴 것만 같다. 수없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촛불 앞에 잠시 고개를 숙이는 척했던 이명박 정부도 다시 고개를 독사처럼 빳빳하게 치켜들고 있다. 이 세상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지만 대한민국 모든 권력은 청와대로부터 나오는 것만 같다.

 

광복절인 8월 15일은 촛불문화제가 100회를 맞이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점점 꺼져가는 촛불을 향해 색소 섞인 물대포까지 마구 쏘아대고 있다. 이번 기회에 촛불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고 말겠다는 투다. 이명박 정부는 여기에 한 술 더 떠 YTN과 KBS 등을 비롯한 언론 재갈 물리기에도 나서고 있다.

 

기가 찬다. 요즈음 광화문과 청계광장, 서울시청 광장 앞에 빼곡히 서있는 닭장차와 구호를 외치고 있는 전경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군사독재정권 시대로 되돌아간 것처럼 살벌하다. 그래서일까. 지난 7월 11일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세 차례 촛불문화제를 열었던 문화예술인들이 다시 촛불을 든다.   

 

 

문화예술의 힘으로 꺼져가는 촛불 되살린다

 

"국민 주권을 지키려는 촛불의 요구에 정부는 공권력 탄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지켜지고 있지 못합니다.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새 장은 열려야 하며 우리 국민의 의지는 관철되어야 합니다. 우리 다시 한번 문화예술의 힘으로 촛불을 더욱 아름답게 국민들 가슴에 새겨 절대 꺼질 수 없도록 만듭시다." - 한국작가회의 사무처

 

'촛불문화제 문화예술단체 행동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친 민족예술인총연합과 문화연대, 우리만화연대,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등 문화예술단체 소속 예술인들이 촛불문화제에 따른 이명박 정부의 공권력 탄압에 온몸으로 맞서기 위해 네 번째 예술의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다.  

 

10일 오후 5시부터 밤 9시까지 보신각 일원에서 열리는 메인 촛불 콘서트와 다채로운 부스 행사가 그것. 이들 예술인들은 이날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마친 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2008 올림픽 축구 촛불응원전도 잇따라 펼친다는 계획이다. 주관은 민주공화국 문화행동 '배후세력'.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최일남, 이하 작가회의) 이재웅 사무처장은 "여름휴가철을 맞아 촛불집회가 시들해지자 이명박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공권력을 동원해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착한 국민들을 무차별 폭력과 연행, 수배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처장은 이어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이명박 정부의 이 같은 국민 도발을 막기 위해 거리로 나서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쥐잡이 뿅망치, 명박 물풍선 터뜨리기 등 다채로운 부스 행사

 

이날 오후 5시부터 보신각 일원에서 열리는 행사는 '역대 촛불문화제에서 쓰인 피켓, 물품 전시'를 시작으로 볼거리, 들을거리, 먹을거리 등 다채롭다. '촛불 노가바 한마당', '쥐잡이 뿅망치', '명박 물풍선 터뜨리기', '공안탄압 얼음 부수기', '공안 팥빙수 말아먹기', '수배자들을 위한 쥬스', '청소년 촛불댄스 한마당',  '페이스 페인팅' 등이 그것.

 

이와 함께 길거리 곳곳에 전시되는 작가들과 시민들이 찍은 '촛불 사진'과 작가회의 소속 시인들의 '촛불 시화', 우리만화연대 소속 작가들의 '촛불 만화'도 눈요깃거리다. 이날 촛불시화전에 참여하는 작가는 고영서 권혁소 김인철 김인호 문동만 박두규 박일환 박후기 백무산 송경동 이응인 장동만 조성웅 차창룡 하태성 등이다.

 

그밖에 '촛불문화제 문화예술단체 행동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 예술단체 소속 작가들이 내놓은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퍼포먼스, 춤, 노래, 전시회 등도 잇따라 열린다. 이들 문화예술인들은 이번 네 번째 촛불문화제를 통해 꺼져가는 촛불을 문화예술의 힘으로 되살린다는 계획이다.

 

이적(민통선 평화교회 목사) 시인은 "그 누구보다 시대정신에 투철했던 문화예술인들이 그동안 촛불집회에 대해 너무 방관자적인 입장으로 대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이 시인은 이어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문화예술인들의 뛰어난 창작품은 항상 현장에서 나온다"라며 "70년대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 민주주의를 외쳤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정신이 새삼 그리워진다"고 덧붙였다.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이 땅의 문화예술인들. 이들이 스스로의 예술작품 속에 환하게 밝히는 촛불과 손에 든 촛불이 하나가 되어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 재협상은 물론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공권력 탄압 등을 확실하게 뚫고 나가 스러져가는 촛불을 제대로 되살리길 빈다.


태그:#촛불문화제, #한국작가회의, #촛불, #우리만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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