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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뉴라이트 인사인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5일 아침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황당한 논리를 폈다.

 

신 의원은 올 들어 극렬폭력시위로 인해 서울 도심이 몇 달간 기능정지, 마비상태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광우병대책회의 1800여 단체 중 74개 단체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8억 원 이상의 정부보조금을 받았다고 했다. 어떻게 이런 단체들에게 국민의 혈세를 지원하느냐는 것이 신 의원의 문제의식이다. 그러면서 보조금을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실제로 이 같은 내용의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황당하다. 화염병도 없었고 정부건물 습격, 약탈도 없었는데 극렬폭력시위가 무엇이며, 서울 도심이 언제 몇 달간 기능정지 상태에 있었다는 말인가? 저녁 때 일부 도로가 막혔을 뿐이다. 신 의원에겐 일부 도로 기능이 도시 기능의 모든 것인가?

 

시민단체 지원금은 글자 그대로 시민단체에게 주는 것인데, 시민단체는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한국 시민사회 대다수가 참여한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이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응당 해야 할 일을 한 시민단체를 문제 삼는 것도 황당하지만, 정말로 황당한 것은 아래의 말이었다.

 

"이명박 OUT이니, 현 정부 퇴진이니 이런 초법적인, 헌법을 넘어서는 막무가내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정부를 비판할 거라면 왜 정부로부터 돈을 받아 가냐 이거죠. 그러니까 떳떳하게 1원 한 장 받지 않고 그 주장을 하더라도 해야지. 돈 받을 건 받으면서 정부 물러가라고 하는 이런 이율배반은 참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CBS라디오 인터뷰 전문 보기)

 

너무 황당하다. 신 의원은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사유재산이라고 생각하나? 신 의원은 우리나라가 정권교체가 가능한 민주국가라는 걸 망각한 것 같다. 신 의원의 논리가 성립하려면 우리나라가 이씨 왕정체제여야 한다.

 

국가의 자산이 '李' 왕의 사유재산이고, 정권이 곧 왕권일 때는, 왕을 비판하는 것이 정부비판이 되고, 정부로부터 받는 돈은 왕으로부터 받는 돈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신 의원의 논리는 100% 정당하다고 보기 힘들다. 신 의원 논리대로라면 왕의 정책을 찬성하는 사람만 왕이 하사하는 돈을 받으라는 건데, 왕의 정책에 대립하는 사람도 국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맞다.

 

요즘 드라마 <대왕세종>을 보면 사사건건 왕과 대립하고, 심지어는 현 왕을 폐위, 새로 택군할 것을 주장하는 신하까지도 멀쩡히 국록을 받는다. 물론 이런 일은 왕국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이지만, 이런 설정이 방영되고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상식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민주공화국으로 오면 신 의원의 논리는 100% 황당한 소리가 된다. 공화국에서 국가와 정권은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시로 5년간 정부 운영권을 위탁 받았을 뿐이다. 정부 그 자체는 국가의 것, 다시 말해 국민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반대하면 정부 돈을 줄 수 없다는 주장은 정부 돈이 이명박 대통령 사유재산이라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국민이 내는 세금은 자연인 이명박씨에게 주는 헌금인가? 이명박 대통령 반대자는 이제부터 세금을 안 내도 되나?

 

"그렇게 정부를 비판할 거라면 왜 정부로부터 돈을 받아가냐 이거죠."

 

신 의원은 고등학생도 구분할 만한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정권과 정부를 한 데 묶어 '정부'로 통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왕'이라고 여기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착각이다.

 

'왜 내 돈 받으면서 내 욕하고 다녀? 내 돈 1원 한 장 받지마'

 

이런 식의 아이 같은 논리인데 다수 시민단체는 이명박 대통령의 하사금을 받은 적도 없고, 아마도 받을 생각도 없을 것이다. 신 의원은 어쩌다 국가재정을 이 대통령의 '쌈짓돈'이라고 여기게 됐을까?

 

돈 받으면서 정부 물러나라고 하는 건 이율배반이라고 하는데, 시민단체가 언제 이 나라를 무정부상태로 몰고 가려 했나? 그저 이명박 정권을 비판했을 뿐이다. 신 의원에겐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 그 자체인가? 정부가 대통령이고, 대통령이 정부인가? 어처구니없는 시대착오다.

 

정권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정부지원은 별개의 문제다. 신 의원에겐 정부가 정권의 것이 아니라 시민의 것이라는 기초상식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재정은 공화국의 시민이 돈을 모아 형성한 공금이다. 특정정권이 그것을 사유화할 수 없다.

 

집회는 민주주의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다. 집회를 한 시민단체를 탓할 것이 아니라, 집회를 탄압한 국가권력을 문제 삼아야 한다. 시민단체 지원은 말하자면 '시민사회기금'을 정부가 대리집행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시민단체가 정권비판을 하는 것까지도 지원해야 할 시민사회 활동의 일부다. '이명박 OUT'이 용납될 수 없는 막무가내 구호인지는 시민사회 공론장이 판단할 문제지, 정권측이 공금 운용권을 남용하며 재단할 사안이 아니다.

 

신 의원은 방송 도중 정부와 정권을 혼동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들어오자,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비판해야 한다고 물러서긴 했다. 그러나 사고방식의 문제다. 애초에 정부와 정권을 혼동하는 사고방식이 없었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망언이었다. 게다가 합법이라는 것도 그렇다. 경찰의 자의적인 합법·불법 집회 판정을 누가 신뢰한단 말인가?

 

지배세력의 신주류인 뉴라이트의 대표적 인사가 이런 사고방식으로 국가경영에 임하는 것은 위험하다. 독재정권 반대운동을 반국가 책동이라고 딱지 붙였던 구시대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신 의원은 시민단체를 문제 삼기 전에, 국민의 혈세로 형성된 국가의 공금과 개인 재산을 구분하는 분별력부터 가져달라.

덧붙이는 글 | 하재근 기자는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입니다.


태그:#신지호, #뉴라이트, #시민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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